▲송악산 동굴 한 곳에서 바다를 보고 찍은 사진이예요. 위쪽 벽에는 풀도 자라고 있었지요. 참 좋았어요. 이 곳은 네모가 나 있지만 다른 동굴은 원처럼 둥글둥글했어요.권성권
“엄마, 내가 대신 갔다 왔으니까 다음에 사진으로 꼭 봐요.”
“알았다야, 근디 그 동굴이 얼매나 크디이?”
“그렇던데요. 또 한쪽하고 다른 쪽도 이어졌구요.”
“그러면 어디서 찌근지는 모르겄다 이.”
“그렇죠. 저 동굴이 하도 많아서요.”
“근디, 무쟈게 유명허긴 유명헌가 보다이.”
“엄마도 의술은 좀 하시잖아요?”
“다 옛날 이야기제. 동네 사람들 주사 놔 준것이 뭐 자랑이데.”
사실 그랬다. 울 엄마는 시골 촌구석에서 주사를 놔 주기도 했다. 아랫집 윗집 할 것 없이 동네 사람들이 원하기만 하면 바늘 주사를 꽂곤 했다. 그렇다고 팔뚝이나 다른 데 주사를 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버지가 가끔 아플 때 가르쳐 준 대로, 엉덩이에다만 놓을 뿐이었다. 그러니 동네 사람들 엉덩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쫙 꿰고 있을 정도는 된다고 했다. 그러니 달리 명의가 명의이겠는가? 울 엄마가 내게는 명의 중에 명의이다.
어디 그뿐이랴? 내친 김에 울 엄마 자랑을 하나 더 해야 할 것 같다. 울 엄마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는 가히 천재 일만큼 잘한다. 나보다도 훨씬 더 잘하기 때문이다. 나는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수 있지만 울 엄마는 암산으로 모두 해낸다. 그러니 도외지 장사치들이 시골에 드나들며 곡물을 저울로 달아 값을 환산할 때도, 동네 사람들은 전혀 손해를 본 적이 없다. 울 엄마가 집집마다 모두 계산을 맞춰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산에 밝지만 그렇다고 이속을 챙기는 엄마는 또 아니다. 이름 그대로 '순진' 그 자체다. 동네 사람들 아픈 것이나 계산을 잘 해 주지만 그렇다고 돈을 받아 챙긴 적은 전혀 없다. 물론 돈 대신 욕은 많이 밝힌 분이다. 동네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욕은 잘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우리 엄마와 윗집 수원이네 엄마가 참 욕을 잘 했는데 그 분이 먼저 저 세상으로 가시자, 단연 울 엄마가 으뜸이 됐다. 하지만 그 욕이란 것도 속에서 성이 나서 하는 게 아니라 말수 자체가 그렇게 욕처럼 됐으니 누구도 말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