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행을 마치고 되돌아 올 때, 기내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엄마,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더 좋은 곳에 함께 가요. 알았죠. 그때까지, 오래오래 살아 계셔야 해요."권성권
“괜찮았어요. 제주도 여행.”
“좋긴 하다야. 제주도 땅도 무쟈게 크고. 이러코롬 큰 줄은 몰랐는디 이.”
“그렇지요. 나도 몰랐어요.”
“느그 형들이랑 누나랑 다 같이 왔으면 좋았겄다 이.”
“그러게요. 섭섭하죠.”
“아먼, 글제. 글지만 그 식구들이 비행기타고 어쯔게 다 오겄냐.”
“오면 오지, 못 올 것도 없지요.”
“느그 형들도 일하는 것들이 다 잘되야 헐 텐디 모르겄다 이.”
“뭐가 잘 안 된대요?”
“큰 성이 돈을 많이 띠껬다드라.”
“셋째 형은 몸이 더 괜찮아졌을까요?”
“더 좋아졌다고는 헌디, 모르제. 봐봐야 알제.”
“엄마가 이제 기도 많이 하세요.”
“내가 문 기도헌다고 된데야. 즈그들이 잘 히야제.”
모든 것들을 뒤로 한 채 마음 편히 떠난다고 떠나 온 여행길이었지만, 울 엄마는 그렇게 맘 편히 여행을 했던 게 아니었다. 어디 울 엄마만 그렇겠는가?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엄마들이 다 똑같지 않겠나 싶다. 맘 편히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도 자식들 걱정에 한시름도 놓지 못하는 엄마들이지 않겠는가….
그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울 엄마와 함께 잠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아이들 울음소리가 났고, 이내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가야만 했다. 모처럼 만난 울 엄마와 함께 잠이라도 함께 자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그 틈새를 봐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칠순 넘은 울 엄마와 함께 떠난 이번 제주도 여행길은 정말로 뜻 깊은 여행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여행길을 계획하고, 모든 돈을 보내며 미리서 예약한 내 아내가 고맙고 사랑스러웠으며, 칭얼대면서도 꿋꿋하게 따라다녔던 민주랑 민웅이도 참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아픈 다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삥아리 자식’이 가자고 하면 이곳저곳으로 그저 믿어주며 따라가 주던 울 엄마도 그지없이 고마웠다. 다음에 기회가 닿을지 모르겠지만, 그땐 더 좋은 곳으로, 더 알찬 곳으로 모시고 싶다는 생각 간절했다.
등 뒤엔 무거운 그물 걸망을 매고
군데군데 땜질한 거무스름한 고무 통옷 한 벌 입고
열길 바다 물속으로 들어 들어가는 제주도 해녀
쭈글쭈글 깊게 패인 얼굴 흉터
절뚝절뚝 제대로 걷지 못한 발걸음
제 자식 먹이고 입힌 흔적일터니
그 늙은 해녀의 걸음걸이에서
울 엄마 모습을 본다
일찍 떠난 아버지 몫 대신하여
일편단심 칠남매 자식만 바라보며
자신의 몸 군데군데 충난 지도 모르고
땜질해야 했던 그 때도 다 놓쳐 버린 채
이젠 하고 싶어도 할 힘조차 없는 울 엄마
그 모습에서 제주도 해녀를 본다
함께 마주한 저녁 잠자리에서
만져보고 싶던 그 어렸을 적 젖무덤
이젠 늙고 늙어 한없이 쭈글쭈글해졌으니
만져볼래야 만져볼 수 없고
그저 민망할 뿐이네…
울 엄마는 왜 이토록 늙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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