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8·31 대책 그 이상은 뒷감당 어려울지도"

등록 2005.12.06 12:15수정 2005.12.0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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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a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난 8월 열린우리당 통영워크숍에서 제시한 11대 입법과제 처리 현황은 어떤가.
"절반 이상 못했다. 아직 멀었다. 11대 과제를 선정할 때 '최소한 반절 이상은 입법에 성공해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은 작년부터 넘어온 숙제인데 못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처리했고 부동산 관련법도 하고 있다. 방위사업법, 남북관계기본법은 처리가 어렵지 않을 것 같고. 최소한 6개 이상은 해야 하는데…."

- 사학법 더 이상 시간 보낼 이유 있나.
"충분히 시간을 보냈다. 그건 이제 우리 손을 떠나 김원기 의장 손에 가있다. 김 의장께서 아마 직권상정하실 것이다. 김 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반대, 우리당은 불만, 민주노동당은 더 불만, 민주당은 수용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100점을 맞기 위해서 삼수를 할 것인지, 일단 70∼80점을 맞고 다시 재시험 기회를 가질 것인지, 선택의 문제다. 선명한 것을 주장해서 박수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령 박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차선이든 차차선이든 성과가 있어야 한다.

- 원가연동제로 안되면 분양원가 공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한 제스처 아닌가.
"현재 입장은 8·31 부동산종합대책이다. 그런데 '8·31 대책으로 안 되더라, 또 부동산 투기가 재연되더라'고 하면 '그보다 더 강한 처방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은 아니다. 부동산투기와의 싸움, 투기를 근절하는 것은 당의 명운을 걸고 해야 할 책무다. 물불 가리지 않고 뭐든지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현재 8·31 대책이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직 그 이상으로 나가는 것은 뒷감당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이 '18대 국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비관론이 일고 있다.
"논의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근데 한나라당이 전혀 응하지 않는다. 우리 입장에서 처리해야될 안건들이 많이 있고, 한나라당과 싸우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안건이 많지 않나. 그런 것을 우선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업무처리를 할 상황이지, 대화와 타협을 깰 때는 아니다. 영원히 깨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일단 일 좀 하고 보자는 수준이다. 다른 급한 법안들 때문에 밀리는 것이다."

기간당원제 손질 "모집당원 많이 데려온 사람이 당선돼선 안돼"

- 당내 일각에서 당의장·원내대표 '투톱' 시스템을 원톱으로 돌리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옛날 방식으로 당의장이 활동하면 굉장히 불편할 것 같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원내정책정당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가는 게 옳다. 투톱이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은 당의장이 3∼4개월 단위로 바뀐 것이다. 현재 우리 당의 문제를 거기서 찾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 당의장이 정책위의장을 추천하는 안에 대해선 어떤 입장.
"글쎄. 나는 전에도 '왜 러닝메이트를 해야 하냐'고 물었던 사람이다. 지금도 이해 못하겠다. 지금까지 시행한 것을 잘 리뷰해서 보완할 필요는 있다."

- 지방선거와 대선을 대비해 기간당원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기간당원제의 근본은 유지하는 게 좋은데, 제일 큰 문제는 모집당원이다. 원래 기간당원은 진성당원이어야 하는데, 모집된 사람이 많다. 기간당원들이 공직후보자를 선정하거나 당 지도부를 뽑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기간당원을 많이 모집한 사람이 (당선) 된다면 옳지 않다. 우리당의 공직후보자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우리당의 정강정책이나 이념 등에 찬동하고, 또한 도덕성, 능력, 전문성, 참신성이 있어야 한다"


- 현행 '매월 2000원 이상, 6개월 이상 납부'라는 기간당원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완화하면 안 된다. 그러면 모집당원이 더 늘어난다. 당 지도부나 공직후보자가 모집당원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것은 옳지 않다. 공직후보자는 당심+민심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후보자를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선거에 이기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민심에 가까이 가야 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완하겠다."

- 일반당원에게로 공직후보자 투표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인가.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 당 정체성과 관련해서 열린우리당은 '중도개혁'이라고 정체성을 천명했지만, 사실상 가는 길은 '범중도 실용노선'이라는 시각이 많다.
"합리적인 개혁세력의 복귀 없이 우리당은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 기존 지지층을 복원하고 외연 확대는 그 다음이다. 그래서 내가 '자강(自强)'이라는 말을 쓰지 않나.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노선은 중도개혁이다. 사학법이나 부동산종합대책 등 다 개혁법안이다. 우리당이 선정한 11대 과제를 보면 다 개혁법안이지 실용주의로 볼만한 법안은 없다."

- 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후퇴'하지 않나.
"과거사법의 경우, 작년 연말에 통과시키려다 못 한 것을 그대로 통과시킨 게 지금 과거사법이다. 후퇴해서 통과시킨 게 아닌데도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시스템이 전원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안이 거의 불가능한 거 아닌가."

노 대통령 국정운영안 "정책과 비전 밝히는 수준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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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이탈한 호남 지지자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민주당 합당 등 물리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호남 유권자가 개혁 지향적이다. 여론조사나 투표 성향 등 여러 가지 면을 검토하면 우리 나라 개혁세력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정당은 이제 가능하면 지역 중심의 접근보다는 이념과 철학과 정책 중심의 접근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평화민주개혁세력을 향해서 정책을 만들고 열심히 노력하면 호남 민심은 당연히 돌아와 있을 것이다. 스스로 당심을 추스르고, 주장하는 바를 추진하는 실천력을 보여야지, 우리 내부가 제대로 단속되지 않는 상황에서 눈을 밖으로 돌릴 상황은 아니다. 우선 집토끼 먼저 잡고 다른 방안을 연구해봐야 한다."

- 그렇다면 평화민주개혁세력에 민주당도 포함되나.
"정당은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 성향을 가진 일반 국민을 말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을 끌어들이는 것을 당 차원에서 생각하지 않고 있다."

- 민주당은 애초 '합당은 없다'는 입장에서 '대통령 탈당'을 조건으로 여지를 보이고 했다.
"그 자체가 아주 옳지 않은 이야기다. 아주 예의도 없고, 대통령은 사실상 최고 지도자인데 아주 무례하고 옳지 않은 짓이다. 어떻게 그런 행태를 보일 수가 있나. 우리가 점잖으니까 가만있는 것이다."

- 정 의장 취임과 함께 당정청 관계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당정은 당이 주도권을 쥐는 모습이 보이는데 청와대와는 여전히 냉랭해 보인다. 지난 청와대 만찬에서 당청 구체적인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하지 않았나.
"원래 청와대와 보이면서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원활하게 조율하고 있어 별다른 문제는 없다. 게다가 한 사람이 다 맡아서 못한다. 정책실장, 비서실장, 이 수석, 저 수석 등 업무가 분화되어 있어 한두 사람으로 창구 마련한다고 커버되지 않는다."

- 하지만 청와대 만찬 이후 비상집행위원들의 실망감은 컸다.
"자강이라고 하지 않나(웃음). 스스로 강해지는 자가 뭔가를 할 수 있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당이 잘 해 나가면 대통령도 도와주고 정부도 열심히 도와줄 것이다."

- 노 대통령이 내년 초에 국정운영 방향을 발표한다는데, 의장 입장에서 기대하는 내용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발전을 위해서 힘을 모았으면 좋겠고, 지금 제일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정부가 앞장서는 내용과 정책과 철학, 비전이 제시됐으면 좋겠다."

- 노 대통령이 '연정 후속타를 낼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추측이 있다. 대연정 제안을 평가한다면.
"지금쯤 저쪽(한나라당)에서 거국내각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한 마디도 못 하고 있다. 앞으로도 못 한다. 그렇다고 계속 발목을 잡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매사에 찬반이 있지만 현재까지 (대연정이) 좋은 제안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건 사실이다."

'40대 역할론' 적극 지지... "지도부에 들어가야"

- 정동영·김근태 두 장관이 돌아와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근본적인 위기감이 있다.
"(내년 전당대회에) 나와도 좋고, 안 나와도 괜찮다. 어차피 정치인이 (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지는 것은 상사(常事)이고, 그분들이 책임을 맡았든, 밖에 있든 지방선거에 열심히 뛸 것이다. 당의 책임을 맡고 안 맡고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당이 죽느냐 사느냐'에 따라 그 분들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큰 차이는 없다."

- 지방선거에서 완패하면 다시 뽑을 당의장도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40대의 참신한 사람들도 있고, 나도 있는데 왜 없나(웃음). 그분들이 열심히 뛰고 당이 결속하면 선전할 수 있다고 본다. 두 분이 복귀하면 당연히 당에 도움이 된다. 지금 한나라당 지지도는 기본+청계천 효과+재보선 효과였는데, 서서히 거품이 빠지고 있지 않나. 반면 우리는 지금까지 기본밖에 없다.

- 원혜영 정책위의장도 '40대 역할론'을 긍정했는데.
"그렇다. 나는 40대가 당의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지도부에 들어가서 건강한 40대의 모습으로 당에 헌신하고,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40대 기수론'이 아니라 '역할론'이다. 두 분들 오고, 40대 젊은이들이 나서서 뛰면 지지도가 더해져서 우리당 지지도 올라갈 수 있다."

- 고건 전 총리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해서 대선 후보 '경선 파이'를 키우자는 주장도 나온다.
"누군들 거기서 배제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선은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지금 대선 후보를 영입할 시기는 아니다. 우리는 항상 '열려있는' 열린우리당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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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 하지만 정체성 문제를 들어 '고건 불가론'도 만만찮다. 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후보도 자격이 된다는 뜻인가.
"그렇다."

- 끝으로 거취 관련, 내년 경제부총리 등 입각설이 도는데.
"나는 원래 김칫국부터 마시는 스타일이 아니다(웃음). 나는 지금까지 어떤 자리를 막 차지하기 위해서 뛰었다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나를 굉장히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원내대표도 그냥 됐지, 당의장도 그냥 됐지. 나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굉장히 무거운 짐을 지고 있어서 힘들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무슨 일이든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면 최선을 다한다."

- 다음 전당대회에 출마 못할 이유는 없지 않나.
"그렇다. 하지만 이번(내년 2월)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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