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 비정규 타협안 제시... 우리 "수용 어렵다"

권영길 대표 기자간담회에서 "분리 입법안" 제시

등록 2005.12.06 22:07수정 2005.12.0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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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권영길 민주노동당 당대표는 6일 오전 당사 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 출범 한 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당대표는 6일 오전 당사 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 출범 한 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노동당이 한발 물러섰다. 기간제(임시·계약직) 노동자의 '사용제한' 여부 등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온 민주노동당은 6일 '단계적 입법안'이라는 정치적 타협안을 제시했다.

권영길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철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것 아니냐"라며 정부여당이 내놓은 법안에서 차별시정 내용을 1차적으로 법제화하자는 '분리안'을 제시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3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제법) ▲노동위원회법 등이다.

현재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내용은 기간제 노동자 고용에 있어 '사유 제한' 여부. 사용기간을 단축하고, 기간경과 후 고용방법 역시 이견이 컸으나 2년, 고용의제(정규직화)로 가닥이 잡혔다.

파견노동자의 경우도 민주노동당이 '철폐'의 입장에서 '26개 업종에 한해 고용'이라는 현행 유지안으로 선회했지만, 사용기간 후 고용방법에서 여전히 고용의제(민주노동당)냐, 고용의무(열린우리당)냐로 맞서고 있다.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특수직 노동자'에 대해선 어떤 진전도 없다.

열린우리당은 충분히 시간을 보냈고 양보할만큼 양보했다며 한국노총을 등에 업고 연내 처리를 못박고 있다. 나아가 올해 비정규직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영영 물 건너간다며 민주노동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목희 "차별 줄일 수 있지만 비정규직 숫자는 못줄여"


a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비정규 법안을 강행 처리될 경우 "정권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는 6일 오전 당사 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 출범 한 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비정규 법안을 강행 처리될 경우 "정권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는 6일 오전 당사 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 출범 한 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권 대표의 '정치적 타협안'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기간제법 중 '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에 관한 내용을 우선 입법화하고 나머지 쟁점들은 계속해서 심의해 합의 처리하자는 것. 박용진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이 '타협'이라는 말을 상당히 싫어하지만 이번에는 정부의 기본 입장을 수용한 것"이라며 '타협안'임을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노동당은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명분화하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기간제법에는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같은 사업장에서 동종·유사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역시 동일임금 동일노동의 기본정신은 담고 있으나 법에 적시된 것은 아니다.


다만 민주노동당은 이 부분이라도 법제화하면 노동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 사용주를 처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기간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용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이에 응할지 불투명하다. 노사 협상의 가교역을 해온 이목희 의원(제5정조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차별은 줄어들 수 있으나 늘어나고 있는 비정규직 숫자를 줄일 수는 없다"며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처벌 시효성과 관련 "사용주에게 실형을 살리겠냐, 벌금만 물리고 말 것"이라며 "더욱이 불법파견에 대해선 처벌조항이 없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도 이 의원은 분리해서 처리할 경우 비정규직법안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한다는 전략적 고려도 깔려 있다. 이 의원은 "차별 시정에 관한 것을 처리하고 나면 나머지 쟁점들을 처리할 수 있는 동력이 사라진다"며 "한나라당이 응할지도 미지수지만 민주노동당도 쟁점 사항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탈피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권영길 "이 정권과 관계 유지 심각히 고려"

a 권영길 민주노동당 당대표는 6일 오전 당사 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 출범 한 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당대표는 6일 오전 당사 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 출범 한 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권영길 대표는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한, 그리고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한 충정어린 제안이라는 점을 각 당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로 고민하겠다"며 또한 "민주노총 등 노동조직과도 충분히 논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정치권과 노동계, 양측과 동시 협상을 해야 할 처지다.

동시에 권 대표는 강행 처리될 경우 "민주노동당은 이 정권과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 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며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로 경고했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임기를 끝내기를 갈망한다. 노 대통령이 식물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쌀비준안 후속대책, 비정규직법안 잘 처리하지 못하면 그렇게 가지 못할 우려와 가능성 있다. 만약 그렇게 됐을 때 이 정권이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민주노동당의 사활이 걸린 현안이다. 이미 지난 재선거에서 울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가운 심판을 받은 바 있다. 더욱이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을 떠나 열린우리당과 '공조'하고, 총파업 투쟁 동력도 떨어진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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