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흘러보내고 깍아내린 것들이 부메랑 된다

박석순 의 《살생의 부메랑》을 읽고서

등록 2005.12.08 13:27수정 2005.12.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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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는 중서부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미시간 호를 끼고 있다. 처음 그 도시가 만들어질 때만 해도 맑고 깨끗한 호반의 도시였다. 그런데 1864년에 들어 남북전쟁이 끝나자 많은 인구가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자연스레 도심에는 마천루가 들어섰고 거리는 마차에서 나오는 배설물과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았다. 급기야 생활하수가 미시간 호로 흘러들어가 물이 썩기 시작했고, 1885년과 1886년에는 장티푸스가 창궐하여 9만 여명이 사망했다.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세계 각국의 산업을 발전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 당시 템스 강 유역에는 철강과 화학, 석탄과 방직 공업이 번창했다. 그 때문에 20세기가 시작될 무렵의 런던 인구는 약 660만 명으로 세계 최대가 됐다.

하지만 산업폐수와 생활하수로 템스 강은 악취가 진동했고, 공장과 가정에서 태우는 석탄 때문에 온 하늘이 스모그로 가득 찼다. 그로 인해 1832년에는 2만 3000여 명의 런던 시민이 콜레라로 사망했고, 1854년에 달해서는 총 5만 3000여 명이 희생되는 재난을 겪기도 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친 베트남 전쟁은 분단된 베트남을 통일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전쟁 당사자인 미국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겪었다. 당시 미국은 밀림 속에 숨어 있는 베트콩과 대치하면서 밀림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에이전투 오렌지'라는 제초제를 살포했다. 미군은 제초제의 90퍼센트를 밀림 제거에, 8퍼센트를 농경지에 그리고 나머지는 아군 진지 둘레에 뿌렸다.

미군은 제초제 사용으로 밀림전을 수행하는데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다이옥신'이라는 맹독성 물질 때문에 미국에서만 24만여 명이, 호주에서 1200여 명이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12만 6479명이 후유증을 앓는 비극을 겪게 되었다.

위와 같은 사실은 박석순 님이 쓴 <살생의 부메랑>(에코리브르 ․ 2005)를 보면 낱낱이 알 수 있다. 그는 세계의 모든 환경 재난 사례를 발로 뛰어다니면서 조사해 책으로 냈다.

"지금까지 일어난 다양한 유형의 환경재난들을 모두 망라하고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 전개 과정과 결과, 그리고 그 후 어떤 대책이 이루어졌는가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폭넓은 환경지식을 전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또한 지금의 모든 환경 문제를 사건과 연계하여 설명하고 교훈을 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머리말)


환경 재난과 관련된 일들은 그처럼 세계 먼 나라에서만 일어난 일들이 아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일본에서도 일어났다.

일본 혼슈 섬의 욧카이치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더미로 변한 후 1956년에 정유공장과 각종 석유화학공장이 대거 들어섰다. 하지만 그러한 발전과 더불어 주변 곳곳 하늘엔 쾌쾌한 스모그가 가득 차기 시작했고, 그곳 사람들과 아이들은 호흡곤란을 호소하였다. 급기야 정부 당국과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그 피해를 입은 사람만 해도 총 1,231명이나 되었고, 그 중 80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더욱이 공단에서 바다로 배출하는 오염물질 때문에 그 피해는 어업피해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그런 피해가 이웃 나라 일본에만 국한된 일이겠는가? 우리나라도 환경 피해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있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하여 남해안으로 흘러들어가는 낙동강에 유독성 화학물질인 페놀을 유출시킨 사건이 그것이다. 1991년 당시 구미지역의 한 공단에서 페놀을 저장하던 파이프 연결 부위에 이상이 생겨 원액 30t이 유출됐던 것이다.

수돗물의 맛과 냄새를 이상하게 여긴 일부 시민들이 곧장 이의를 제기하자 뒤이어 총 1617건에 달하는 그 피해 사례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해당 공단은 220여억 원을 배상해야만 했다. 이 일로 제대로 된 진상조사보다는 서둘러 조업재개를 결정한 환경처 장관과 차관이 물러났고 그 사건을 은폐하려 한 공무원들 7명이 구속됐다.

"페놀 사건 이후에도 낙동강에서는 기름, 농약, 매립지 침출수 등 각종 유해물질 유출 사고가 수차례 반복되었다. 특히 지난 2004년에는 구미공단에서 유출된 발암물질 1,4-다이옥산(1,4-Dioxane)이 대구, 부산 등 낙동강 하류의 정수장 11곳의 수돗물에서 검출되어 전국이 떠들썩했던 적도 있다."(246쪽)

지금 뿌린 씨앗들이 훗날 열매를 거두듯이 지금 던진 것들, 지금 흘러 보낸 것들, 지금 뚫고 깎아 내린 것들이 훗날 부메랑이 되어 그대로 돌아오게 된다. 그것이 인생법칙이자, 자연환경의 법칙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분명코 과거에 일어난 환경 재난들을 바로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미래에 닥칠 일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인류에게 닥칠 재난을, 우리나라에 닥칠 재난을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환경 재난에 직접적인 책임을 갖고 있는 정부와 기업체, 그리고 환경 전문가들이 나서서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며 그 재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살생의 부메랑 (양장) - 환경재난과 인류의 생존전략

박석순 지음,
에코리브르,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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