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이상호 처벌, 검찰의 비겁한 처사"

9일 성명서 발표... "도청만 들추고 본질은 덮을 것인가"

등록 2005.12.09 15:03수정 2005.12.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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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무능력한 것인가, 비겁한 것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MBC노조)는 9일 검찰이 이상호 MBC 기자에 대해 사법처리 방침을 정한 것과 관련 "상식의 전도"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X파일'의 본질은 '국가권력이 주도한 도청'을 넘어, 권력과 자본 그리고 언론까지 결탁된 검은 비리의 사슬"이라며 "검찰은 이건희·홍석현 등 관련자 처벌은 고사하고 전문이 공개된 'X파일'의 대화 내용이 맞는 것인지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백번 양보해 'X파일'의 실체를 파악할 검찰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치자"면서 "이상호 기자의 보도는 국가적 범죄를 백일하에 드러낸 기자 본연의 고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X파일의 본질은 덮고 도청만 들춰 이상호 기자를 처벌하겠는 것은 무능력을 넘어 비겁한 처사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검찰은 이건희 회장이나 홍석현 전 대사,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에 대해선 모두 처벌할 수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며 "검찰은 수사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이번 수사의 본령인 검·경·권·언 유착에 대한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검찰은 안기부 도청테이프와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한 이상호 기자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MBC노조 성명 전문이다.


도청만 들추고 본질은 덮을 것인가

상식의 전도,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급기야 검찰이 X파일을 보도한 이상호 기자를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오늘 검찰은 이상호 기자를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도청된 자료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이상호 기자의 죄목이다.


지난 7월 X파일 보도로 촉발된 검찰 수사는 네 달여 동안 진행돼 왔다. 검찰은 지금까지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칼을 무기로 삼아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전직 국정원 간부들을 줄 소환했다. 검찰청 주변에선 오는 20일쯤 수사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듯하다.

그렇다면 그 수사결과란 무엇일까? 이미 보도된 대로 공운영 씨 등 수많은 도청 관련자, 전직 국정원장들이 차례로 구속 기소됐다. 따라서 X파일을 취재한 이상호 기자에 대해서도 통신비밀보호법 때문에 기소와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여전히 해외 도피 중이다.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당당히 말했던 홍석현 전 주미대사는 귀국을 미루다 지난달 12일에야 귀국해 검찰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건희 회장이나 홍석현 전 대사,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에 대해선 모두 처벌할 수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다시 묻는다. X파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국가권력이 주도한 도청’을 넘어, 권력과 자본 그리고 언론까지 결탁된 검은 비리의 사슬이 X파일 사건의 본질이 아닌가? 그동안 검찰은 검․경․권․언 유착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엔 순서가 있다.”는 답을 해왔다. 그러나 어떤가? 검찰은 이건희 홍석현 등 관련자 처벌은 고사하고 전문이 공개된 X파일의 대화내용이 맞는 것인지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 X파일의 실체를 파악할 검찰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치자. 그렇다하더라도 검찰수사 결과는 최소한 너무나 명백한 상식의 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상호 기자의 보도는 국가적 범죄를 백일하에 드러낸 기자 본연의 고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X파일의 본질은 덮고 도청만 들춰 이상호 기자를 처벌하겠는 것은 무능력을 넘어 비겁한 처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다행히 아직 검찰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응당 이번 수사의 본령인 검․경․권․언 유착에 대한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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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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