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유감...시위 진압 매뉴얼 바꾸겠다"
'전용철 사망' 시위진압 기동단장 직위해제

하반신 마비된 홍덕표씨 사건도 '인정'... 사실상 사과

등록 2005.12.14 13:56수정 2005.12.1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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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4일 경찰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15일 여의도 시위도중 쓰러진 고 전용철씨의 사진을 공개했다.

14일 경찰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15일 여의도 시위도중 쓰러진 고 전용철씨의 사진을 공개했다. ⓒ 경찰청

[기사 보강 : 14일 오후 3시19분]

a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고 전용철씨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고 전용철씨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경찰청(청장 허준영)은 '고 전용철씨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 11월 15일 서울여의도 농민대회 현장진압을 지휘한 서울경찰청 이종우 기동단장(경무관)을 직위해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찰청이 전씨 사망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시인한다는 뜻이다.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14일 낮 1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번 일은 비록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등장한 격렬한 시위현장에서 발생했지만, 인권과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할 경찰로서 집회에 참석했던 농민이 사망하고 다수 부상자가 발생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차장은 "이같은 결과를 방지하지 못한 현장 지휘책임자인 기동단장에 대해서는 총체적인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종우 기동단장은 지난 11월 15일 시위진압 당시 경찰 최고 책임자다. 따라서 이 단장에 대한 직위해제는 당일 집회 현장에서의 경찰 지휘라인 최고위급에 대한 문책이라고 볼 수 있다.

최 차장은 또 "앞으로 경찰 자체수사 결과는 물론 관계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라 불법 사실이 확인된 행위자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고 전용철씨 사망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 기동단장 외에 또다른 현장 지휘관도 추가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원회는 11월 29일 고 전용철씨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농민단체의 진정을 받아 3명의 조사관으로 팀을 구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 과잉진압 책임 인정... 사실상 '사과'


경찰청이 시위 도중 사망한 집회 참석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청은 공식 브리핑에서 '유감'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 차장도 브리핑 뒤 일문일답에서 "유감을 표명했지만, 기동단장을 직위해제 하는 등 전체적으로 보면 사실상 사과를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청이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은 고 전용철씨 사망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주노총, 전국민중연대 등 59개 시민·농민·사회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지난 11월 25일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구성해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해왔다.

범대위는 발족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 공식 사과 ▲전용철 농민 타살 진상규명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과 허준영 경찰청장 파면 ▲15일 농민대회 진압 책임자 처벌 ▲서울청 제1기동대 해체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 학계와 종교계 등도 가세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경찰청은 전씨 사인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아온 상황이다.

경찰청 자문위원회인 '인권수호위원회(위원장 박경서)'도 13일 허준영 경찰청장에게 고 전용철씨 사망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및 책임자 처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수호위는 또 이종우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이 농민집회와 7월 평택집회에서 폭력적 시위해산을 유도한 의혹에 대해서도 엄정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경찰청 "시위진압 매뉴얼 바꾸겠다"

a 경찰은 본청이 확보한 11월 15일 당시 전용철씨 모습이 담긴 사진 6장을 공개했다. 가운데 아래 누워있는 사람이 고 전용철씨.

경찰은 본청이 확보한 11월 15일 당시 전용철씨 모습이 담긴 사진 6장을 공개했다. 가운데 아래 누워있는 사람이 고 전용철씨. ⓒ 오마이뉴스 김영균

경찰청은 또 고 전용철씨처럼 농민집회에 참가했다 경찰 방패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된 홍덕표(68·전북 김제시)씨에 대해서도 잘못을 시인했다. 최광식 차장은 "원광대병원에 입원중인 홍덕표씨는 집회 현장에서 진압경찰로부터 가격을 당해 부상했을 가능성이 현저하다"며 "당시 구체적 상황 등 관련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번 사태로 인해 경찰의 시위진압 매뉴얼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최광식 차장은 "원래 시위진압 경찰은 방패를 들어 시위대를 가격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일부 흥분한 경찰대원이 시위 현장에서 방패로 시위대를 공격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폭력시위의 책임을 시위대에게만 돌려온 경찰청이 입장을 조금 바꾼 것이다.

최 차장은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이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인권과 안전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고 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폭력시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14일 고 전용철씨 사망과 홍덕표씨 부상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지만 보상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책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보상해 주겠다는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유족이나 부상자 가족이 보상을 원한다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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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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