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민시위대가 주축이 된 시위로 홍콩은 30여 년 만에 최루탄이 발사됐다.문회보
해상시위를 시작으로 삼보일배, 촛불집회, 문화행사 등 의표를 찌르는 다양한 시위 전술로 홍콩인들과 언론의 호평을 받던 원정시위대는 17일 밤과 18일 새벽까지 이어진 과격 시위로 인해 홍콩의 민심을 일정 부분 잃게 되었다.
<문회보>는 "연일 계속된 시위대의 연성공세 때문에 적지않은 홍콩 시민들이 시위대를 지지하고 심지어 시위 행렬에 함께 참여했다"면서 "17일에도 평화집회와 시위행렬에 박수를 보내며 지지하던 홍콩 시민들의 일부는 시위대에 참가하거나 시위대가 컨벤션센터로 진입하는 것을 응원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문회보>는 이어 "일부 홍콩 시민들은 경찰이 한국 농민시위대에 최루탄을 사용한 데 대해 비난했다"면서도 "폭력 시위를 비판하고 지지하지 않는 시민들도 적지않다"고 전했다.
한편 17일 밤 900여명의 시위대가 연행되기 전 홍콩주재 한국영사관과 농민시위대 지도부는 홍콩 경무처와 시위대의 안전귀가를 놓고 협상을 벌였다. 홍콩 경무처는 이번 한국 원정시위대의 과격 시위가 홍콩인들에게 전파될 것을 우려하여 전원 연행을 결정했다.
최근 들어 홍콩에서는 특별행정구 수반인 행정장관의 직선제 도입과 정치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홍콩 시민 10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16일까지 WTO를 반대하던 각종 시위에 유연하게 대응하던 홍콩 경찰도 어제 시위에 최루탄까지 동원하면 강경 진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홍콩에까지 원정 시위에 나선 한국 농민시위대의 이날 시위 행태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일부 시위자이긴 하나 각목을 휘두르며 컨벤션센터로의 진입을 시도하거나 바리케이트로 이용된 경찰차량을 뒤엎으려고 하는 등 한국에서와 같은 극단적인 시위문화를 외국에서 되풀이한 점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문회보>는 18일 "연일 계속되는 반WTO 시위와 이에 대한 홍콩인들의 열렬한 호응 등 여론의 압력으로 WTO 각료회의가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폐막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세계 유수언론에서 한국 농민들의 처지를 주목하고 홍콩 시민들의 참여까지 늘어난 시점에서 농민 시위대가 컨벤션센터로의 무리한 진입을 택한 것은 잘못된 전략이었다.
홍콩이 세계 주요 언론매체가 진출한 아시아의 미디어센터라는 점에서 다양한 문화시위 전술로 홍콩 시민들과 함께 반WTO 메시지를 더욱 강렬히 표출했다면 전세계 여론을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거침없이 벌어지는 우리의 시위문화와 시위 지도부의 사려깊지 못한 전략이 아쉬운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U포터'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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