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며, 파도소리 바람소리 듣는다

[섬이야기 21] 산과 바다의 생태공원, 진도 '접도'

등록 2005.12.19 11:28수정 2005.12.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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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리, 접도리, 수품리 등 3개의 자연마을에 120여 호가 올망졸망 모여 살고 있는 작은 섬, 접도는 접섬, 금갑도, 감도, 접배도라고 불려왔다. 1987년 진도와 다리가 연결되면서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과거에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조선시대 유배지로 곳곳에 기암 절경과 상록활엽수림, 낙엽수림이 혼재한 아름다운 숲이 있고, 오염되지 않는 맑은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청정한 자연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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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소리와 바람소리를 듣고, 바다를 보면서 오솔길을 걷는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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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도 작은여미 ⓒ 김준


멸치와 김이 주소득원

접도는 작은 섬이지만 겹섬과 홑섬의 특징을 모두 볼 수 있고, 산과 바다의 특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섬으로 들어가는 금갑대교 주변은 갯벌이 발달해 굴양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홑섬으로 초기 지주식 김양식이 발달한 곳이다. 동남쪽에는 국가지정 미항 수품항이 있는데 이 곳은 여러 가지 이름의 절벽들이 발달한 겹섬으로 태공들이 즐겨 찾는 낚시터가 발달해 있다.

접도에는 벼 한포기 꼽을 논도, 먹고살만한 밭도 없다. 700여 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봄부터 가을까지 멸치잡이, 그리고 겨울에는 김 양식으로 생활하고 있다. 바다만 보고 살아오고 있지만, 진도에서는 전복양식이 활발한 금계마을 다음으로 잘 사는 마을로 꼽히고 있다. 양식어업과 그물어업이 발달하기 전에는 숯을 구워 목포에 내다 팔아 생활하기도 했다. 지금도 등산로 주변에는 당시 사용했던 숯가마들이 남아 있다. 접도에서는 섬 주변 가까운 곳에 낭장망을 설치해 멸치를 잡기 때문에 매우 신선하고 맛이 좋다. 이 곳의 멸치는 새우, 갑오진어와 함께 접도의 최고 특산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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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도의 특산물이 멸치는 낭장망을 이용해 잡는다. 겨울철에는 잡어들을 잡는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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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도의 겨울철 대표적인 생업, 굴을 수확하고 있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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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김장철 빼놓수 없는 양념, 청각 ⓒ 김준

접도대교를 지나 원다리 유배마을과 접도리를 지나면 국가지정 포구 수품항에 이른다. 이곳에는 횟집, 작은 식당 그리고 낚시가게가 있다. 접도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등산객들이다. '웰빙등산'으로 알려지면서 제법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목포와 광주에서 오는 등산객들이 가장 많고, 최근에는 입소문과 인터넷을 보고 서울과 대전 등에서도 대형버스를 이용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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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해를 맞는 '애기밴바위'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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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의 전형적인 모습인 숯굽는 가마, 목포에 내다 팔았다고 한다. ⓒ 김준


해를 가슴에 안는다

접도는 섬이 작은 산(남망산, 164m)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남쪽으로 일출이 좋은 아기밴바위, 아홉봉우리, 갑판바위, 말똥바위, 쥐바위, 솔섬바위, 병풍바위 등이 있고, 파도에 자갈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접도의 '웰빙등산'은 자연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정표 외에는 시설물들이 없다. 혹자들은 쉼터(의자)도 만들고 전망대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웰빙등산로 개발과 홍보에 나서고 있는 장재호 군의원의 대답은 'NO!',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오솔길을 걷는다. 험하지도 높지도 않는 등산로는 숨이 차다 싶으면 기암절경이 앞을 막는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멀리 추자도와 제주도가 보이는 '애기밴바위'는 떠오르는 해를 가슴에 안을 수 있는 최고의 명소다. 마치 아이를 가진 엄마의 배모양을 하고 있는 이곳은 해발 20m에 위치해 있어 바다에서 뜨는 해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맞을 수 있기 때문에 해변이나 높은 산에서 맞는 일출과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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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도 지킴이 장재호 군의원(오른쪽 두번째), 그는 접도의 아름다운 섬을 알리기 위해서 일주일에 2~3회 직접 안내를 하며 접도의 웰빙등산로를 오른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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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이 널린 국가지정항 수품항, 전복 먹이로도 이용되는 몰(모자반)을 말리고 있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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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도의 5천원 짜리 백반, 1만원이면 자연산 회도 맛볼 수 있다. ⓒ 김준

장 의원은 일주일이면 2~3회 등산을 하며 직접 안내를 하고, 홍보물을 가지고 다니며 나누어주기도 한다. 이런 장 의원의 노력에 접도의 '웰빙등산'은 진도 관광자원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머지않아 멸치잡이도 김 양식도 한계에 이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웰빙등산'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태자원에 대한 조사와 이해가 주민들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당장 눈앞에 이익이 아니라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접도는 산이 험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산행으로 매우 적절하다. 뿐만 아니라 등산을 하면서 포구, 갯벌, 갯바위 등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다와 섬의 생태환경을 함께 관찰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곳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남도에서 발행하는 '남도 예향'에 보낸 원고입니다.

- 접도가는 길, 서울 - 목포 - 진도읍 사거리에서 좌회전- 운림산방 쪽으로 향하다가 삼거리에서 의신방향 - 금갑해수욕장 - 접도

- 식당(예약 필수) 수품식당 061-544-5026

-산행시간 4시간, 갯바위 낚시 가능, 배타고 섬 한 바퀴 돌 수 있음(이용료 1만원)

-새해 맞이 후 따뜻한 떡국 제공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남도에서 발행하는 '남도 예향'에 보낸 원고입니다.

- 접도가는 길, 서울 - 목포 - 진도읍 사거리에서 좌회전- 운림산방 쪽으로 향하다가 삼거리에서 의신방향 - 금갑해수욕장 - 접도

- 식당(예약 필수) 수품식당 061-544-5026

-산행시간 4시간, 갯바위 낚시 가능, 배타고 섬 한 바퀴 돌 수 있음(이용료 1만원)

-새해 맞이 후 따뜻한 떡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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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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