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맞은 황우석 후원기업들 "우린들 알았겠나..."

인터넷 루머에 삼성 "사실무근"... 포스코-대한항공 "후원 문제 결론 못 냈다"

등록 2005.12.19 19:21수정 2005.12.1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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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룹 차원에서 생명공학분야 사업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황 교수의 성과를 내부 보고서에서 중요하게 담은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죠."

지난 17일 점심때 만난 A 대기업 한 임원의 말이다. 그는 "우리는 그 쪽(황우석 교수)과 관련이 없지만,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라며 "어떻게 될 것 같냐"며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기업들은 사전에 몰랐나'라는 질문에 그는 또 "정보력이 막강하다는 일부 대기업에서도 이번 황우석 교수건에 대해서는 최근에야 알 정도였다고 하더라"면서 "청와대가 나서서 (황 교수를) 도와주고,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사이언스>도 속아넘어가는 판에 기업이라고 별수 있겠느냐"고 털어놓기도 했다.

'황우석 쇼크'는 기업들에게는 '쇼크 이상이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황우석 교수팀에 대한 서울대학교의 진상조사가 진행되면서, 대기업 등 경제계도 향후 경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우석 죽이기의 삼성 배후설' 등 인터넷 루머... 삼성 "사실무근"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사이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둘러싼 진실게임을 두고, 지난 18일부터 일부 누리꾼을 중심으로 '황우석 죽이기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루머의 발단은 코스닥 등록업체로 성체줄기세포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M사가 최근 미즈메디병원과 함께 판교에 배아줄기세포 연구소 및 치료센터를 세운다는 소식이다. 이어 M사가 미즈메디 병원쪽에 1천억원을 투자한다는 설(說)이 전해졌고, M사의 대주주가 이건희 삼성그룹의 처남인 홍석현 일가의 보광그룹(보광창업투자)이라는 이야기도 퍼졌다.


게다가 노성일 이사장의 아버지가 삼성제일병원의 창업주라는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 '삼성 배후설'이 확대재생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대주주로 있다는 보광창투의 경우 지난 7월 M사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지분을 꾸준히 처분해 현재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M사가 미즈메디 병원에 1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것도 아직 결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 이사장의 경우 지금은 삼성제일병원이 된 제일병원의 창업자인 고 노경병 전 대한병원협회장의 장남이다. 하지만 노 이사장은 지난 91년 제일병원을 삼성 쪽에 기증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이에 반발해 미즈메디병원을 만들었다. 삼성과의 거리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같은 루머가 돌자, 해당 기업은 '사실무근'과 함께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M사의 O 사장은 자사 홈페이지에 "누리꾼들의 근거없는 악성 댓글로 회사가 위기에 처할 지경"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 역시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삼성 배후설을 보고 기가 막힐 정도"라며 "사실 관계가 전혀 맞지 않고, 삼성과 직접 관련돼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실이 아닌 악의적인 루머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우리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기술을 믿고 싶다"고 말했다.

포스코·대한항공 등 후원기업들, 당혹감 속에 조사 결과에 관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포스코 홈페이지
포스코의 경우도 비상이 걸린 것은 마찬가지.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황우석 교수를 석좌교수로 임명하고 1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키로 약속했었다.

지난 17일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과 함께 논문 철회 사실이 알려지자, 포스코는 내부적으로 매우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대의 진상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황 교수에 대한 여론 추이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서울대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진실인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면서 "일단 사태 추이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황 교수를 생명공학분야 석좌교수로 임용한 데 이어 11월에는 석좌기금 및 석좌교수 연구비용 출연 약정식을 갖었었다. 약정에 따라 포스코는 황 교수에게 앞으로 5년동안 매년 3억원씩 모두 1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돼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이 취소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아직 황 교수 연구 전반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이 나 있지 않기 때문에 당장 연구비 지원 중단 등의 방침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스코의 지원이 '줄기세포' 하나만 놓고 황 교수를 지원한 것이라기보다는 그의 연구에 도움이 되기 위해 후원한 것"이라며 "만약 황 교수의 연구가 거짓으로 나오더라도 연구비 지원 중단이나 석좌교수 해임 등의 결정이 이뤄질 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팀의 강성근 교수 초청해 세미나 했던 전경련 "할 말 없다"

서울 서소문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사옥.
서울 서소문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사옥.오마이뉴스 유창재
대한항공 쪽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조종사 노동조합의 파업 여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황우석 쇼크가 터지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6월 황 교수에게 10년간 국내외 전 노선을 최상위 클래스(1·2등석)로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후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모든 것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다"면서 "서울대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단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 이외 재계쪽도 황우석 조사 결과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황 교수팀의 강성근 교수를 초청해 줄기세포 연구의 성과와 관련된 세미나 등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산업자원부와 생명공학관련 기업 CEO 등에서도 나와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와 바이오산업의 향후 투자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전경련의 한 임원은 "황 교수 건과 관련해 전경련에서 공식적으로 어떤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바이오 산업이나 국가의 대외 이미지 등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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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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