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 사립고 교장, 학생 동원해 '밀수'

충남 H고 해외 체험 때... 최근 비리 혐의로 사표

등록 2005.12.20 18:20수정 2005.12.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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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부정과 학교 파행운영 비리가 드러나자 사표를 제출한 충남 H고등학교 교장이 이 학교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해외 체험학습을 가는 학생들을 이용해 밀수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과 해당 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2004년 5월부터 7월까지 57일간 학생 50여 명이 중국의 한 학교에서 해외체험을 진행하면서 당시 이 학교의 이사장으로 있던 조아무개씨가 이 학교 학생들에게 전자제품과 농산물들이 들어있는 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가게 하는 수법으로 학생들을 불법 밀수에 동원했다"는 것이다.

조아무개 교장 "너희들이 현지에서 먹을 음식이니 하나씩 들고 가라"

대안학교로 출발한 이 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매년 해외체험학습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4년 5월에도 학생 50여 명과 인솔교사들이 중국 현지의 심양농대 부설 단동기술학교에서 약 2개월 간의 일정으로 해외체험학습을 실시하기로 했던 것.

이 학교의 한 교사에 따르면 출발 전에 당시 이 학교 이사장으로 있던 조아무개씨가 교직원회의와 출발 전 교육시간을 통하여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현지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음식과 물건들이 있으니 하나씩 들고 가줄 것을 협조한다"고 요구하였으며 내용을 모르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이에 응했다는 것이다.

위에서 증언한 교사의 설명에 따르면 "학생들이 출국을 위해 인천항 부두에 도착하자 현지에는 보따리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튼튼하게 포장된 물건들을 하나씩 안겨주었고, 학생들이 출국심사를 마치고 배에 오르자 그 사람들이 다시 짐을 한 데 모아 자신들이 관리했으며, 중국 현지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기 직전 다시 학생들에게 물건을 분배한 후 학생들이 현지 입국심사를 마치자마자 해당 물건들을 수거해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그 당시 운반된 물건들의 품목은, 당시 자신들에게 분배된 짐의 무게가 감당할 수 없음에 불만을 느낀 일부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맡겨진 물건을 뜯어보았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기계부품과 농산물 등이 들어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일은 그 학생들이 현지에서 체험학습을 마치고 귀국할 당시에도 똑같이 재현됐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서 물건을 인수하거나 보낸 사람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조 교장과는 고교동창 관계로서 친분관계가 아주 두터운 사람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보따리상 조직과 짜고 학생들을 이용해 불법 밀수 행각을 벌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2003년에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2005년도에는 이같은 사실을 안 교사들의 항의로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학교 증언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하여 조아무개 교장은 "김아무개씨와는 친분관계가 있어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은 맞지만 학생들에게 짐을 맡겨 운반케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금횡령에 '내 맘대로' 운영... "갈 데까지 간 사학비리의 결정판"

충남교육청은 지난달 이 학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여 ▲회계질서 문란 ▲학교경영능력 결여 ▲교육과정의 파행운영의 책임을 물어 조아무개 교장의 파면, 김아무개 이사장 및 법인 감사에 대해 정직 1개월, 1억9천여 만원을 변상할 것을 조치하고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조 교장은 파면을 면하기 위해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났다.

도교육청의 감사결과 일부 밝혀진 이 학교의 비리는 ▲있지도 않은 기숙사 사감과 영양사의 급여를 불법으로 지출한 것으로 하여 착복하였으며 ▲학생들이 없는 방학기간에도 기숙사비를 거출하고 ▲지출 증빙서류도 없이 행정실 직원 아닌 교장 부인이 회계업무를 관장했으며 ▲심지어 특별감사가 실시되는 현장에서까지 짜 맞추기 위한 빈 영수증을 들고 다니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하여 이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H고 비리는 사학비리의 종합백화점이며 최종결정판"이라며 도교육청의 조속한 재감사를 요구하였다.

충남교육청 감사실 관계자는 "지난달 이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 비리혐의가 드러난 관계자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며 "추가로 제기된 비리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위하여 조만간 재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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