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회적 기업>에는 이익 창출과 사회적 사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 12기업의 사례가 소개돼 있다.다우
정선희씨가 미국 남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지역사회조직을 전공하며, 석사학위를 받을 당시 미국에서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들 모두가 궁극적으로 그렇듯 일자리와 자립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의식주를 해결하는 지원을 해도, 그것 자체가 근본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기업은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잖아요. 비영리와 영리가 결합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자립할 수 있는 원천을 제공할 수 있으니까."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기부정보가이드를 운영하던 정선희씨는 2004년 '(재)실업극복국민재단 함께 일하는 사회'의 지원을 받아 미국의 사회적 기업 16곳의 사례를 소개한 <이익을 만들고 행복을 나누는 사회적 기업>을 냈다.
여기에는 약물 중독자들이 일하는 사업장인 '파이어니어 인터스트리즈'가 항공기를 만드는 '보잉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성공한 사례나 노숙 청소년들의 잠재된 가능성을 활용해 아이스크림 판매에 뛰어든 '쥬마 벤처스' 등의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당시 사회적 기업하면 유럽 사례에만 익숙했던 탓에 미국의 사회적 기업을 소개한 책은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밀게 됐다.
"미국 사례를 내놓고 났더니 자활후견협회로부터 '우리 사례도 책으로 내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올해 6월부터 두 달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12개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인터뷰를 해서 만든 책이 바로 <한국의 사회적 기업> 이예요."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면서 처음에는 '쪽 팔린다'며 소극적이던 직원들이 이제 "쓰레기 냄새조차 향기롭다"고 할 정도가 된 음식물 재활용업체 '삶과 환경'이나, 알코올 중독자로 인생에 희망 없던 노숙자들이 '진짜로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만든 두부사업단 '짜로사랑', 화장실 청소로 시작해 청소용역전문업체로 발돋음 하고 있는 '함께 일하는 세상' 등 자활후견기관들이 만든 전국 12개 사회적 기업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슴도 담았지만 머리도 담았다"
정선희씨는 이들을 직접 만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많이 바꿨다고 한다. 그들이 겪었을 좌절과 역경의 깊이나 폭을 헤아리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선희씨는 그들의 삶을 눈물로만 보지 않았다.
"책을 쓰면서 어려움 가운데 살아남은 한국의 사회적 기업들이 어떻게 시장 상황을 읽고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유심히 봤어요. 그 속에서 어떤 실험들을 전개했는지, 어떻게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지 말이죠. 책에 가슴도 담았지만 머리도 담으려고 노력했지요."
정씨는 한국에서 앞으로 사회적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활 2년 후에는 무조건 '알아서 해라'(정부가 2년까지는 인건비 지원을 한다)가 아니라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인프라 구축과 지원, 그리고 성공 모델을 개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