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서도 지난 21일 충남도의회가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한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이에 반발하는 민주노동당·시민단체 회원과 의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다. 이 같은 선거구 분할 논란은 경남, 부산, 전남 등 거의 모든 광역의회에서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의회의 경우 21일 경호권을 발동하기도 했다.오마이뉴스 심규상
지난 97년 논란을 빚었던 '노동법 날치기 통과'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최근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을 두고 몇몇 광역의회가 중앙정치 뺨치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각 지역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역주의 타파와 신진세력 의회 진출이라는 중대선거구제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광역의회에 제안했지만, 거의 모든 지역에서 처참히 무시됐다. 지방의회가 '일당 독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특정 정당이 독점하거나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을 두고 "행정이 정치에 휘둘리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구속받는다"며 반발했던 지방의회 모습이 '그 중앙정치'을 능가하는 '새벽 날치기' 처리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광역의회 스스로가 지역주의 타파·신진세력 의회 진출이 얼마나 필요한지 온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가장 극적인 예가 대구광역시의회. 물론 충북도의회, 경북도의회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 곳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의회를 독점하고 있다.
24일 대구시의회는 '한 선거구에서 기초의원 4명을 뽑는 선거구'(4인 선거구) 11개를 모두 2인 선거구로 분할했다. 본회의는 새벽 5시50분께에 열렸다. 대구지역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이 선거구 분할에 대해 '게리맨더링(정략적 선거구 획정)'이라며 반발, 시의회 의장실 등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애초 본회의는 26일로 예정돼 있었다. 기습적으로 본회의를 연 것이다.
의회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에게는 '비밀리'에 미리 연락을 했고 무소속이나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에게 뒤늦게 연락했다. 뒷문으로 몰래 회의장에 들어선 것은 한나라당 소속 22명의 의원뿐. 본회의는 개의 5분만에 끝났고, 이들이 빠져나간 본회의장에는 손전등이 몇개 발견되기도 했다니 "도둑 고양이"라는 힐난이 나올만도 하다.
뒤늦게 사무처로부터 연락을 받은 열린우리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급하게 본회의장을 찾았지만 상황은 이미 종료된 후였다. 열린우리당 김형준 의원에 따르면, 본회의는 새벽 5시50분경에 열렸는데 자신은 사무처로부터 5시46분경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무소속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26일 전화통화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기실 지방의회에서 '새벽 날치기'는 전례가 없는 일이며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할 일일게다. 대구시의회 의원 분포는 한나라당 23명, 열린우리당 1명, 무소속 2명이다.
지방의회, 특정정당 독점 폐해 여실히 드러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