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2005년 한해 뜬 정치인. 왼쪽부터 이명박 서울시장,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천정배 법무부 장관,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겸 원내대표.(자료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이종호·남소연
2005년을 가장 행복하게 보낸 정치인은 이명박 서울시장일 것이다. 이 시장은 '청계천 성공'을 기반으로 12월 중순의 여러 대선 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또 최근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정치전문가 106명을 상대로 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조사에서도 34.3%로 수위였다. 이미지가 아니라 청계천이라는 '업적'을 바탕으로 한 지지도 상승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에 비해 지지도가 견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는 홍준표 의원의 닉네임이 '저격수'에서 '스타의원'으로 바뀐 해다. 의도적인 병역기피를 막기 위한 '응징 법안'들을 잇따라 제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지난 5월 원정출산 등으로 이중국적을 갖게 된 사람은 병역 의무를 마쳐야만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국적법 개정안과 그 후속법안인 재외동포법 개정안,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홍 의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 리얼미터의 공동설문조사 결과 선호의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미 당내 서울시장 경선에도 출사표를 던진 홍 의원. 내년에도 여론이 홍 의원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주목된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초선임에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중량급의원으로 성장했다. 노 의원은 'X 파일'정국이 교착되고 있던 상황에서 '삼성의 떡값 검사' 명단을 폭로해, 교착상태이던 'X파일 사건'에 다시 불을 지폈다.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동생으로, 'X파일' 녹취록에서 삼성의 '떡값전달책'으로 지목된 홍석조 광주고검장을 겨냥해 '홍 고검장이 떡값을 받지 않았다면 형이 '배달사고'를 냈음에 틀림없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지난 15, 16일 한길리서치가 서울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장 적임자 조사'에서 7.1% 지지도를 얻어 강금실 전 장관, 이해찬 총리, 홍준표 의원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0월 12일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휘'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사상 최초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그 대상이 '6·25는 통일전쟁, 맥아더는 분단의 책임자라고 주장한 강정구 교수였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천 장관은 '국가정체성 훼손'사안으로 규정한 한나라당에 대해 '이념이 아닌 피의자 인권 보장'이라고 반박하면서, 국회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부딪쳤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천 장관 스스로 "대권 가능성이 높아지면, 도전하겠다"고 밝힐 만큼의 위상이 올랐다.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를 통해 뜬 정치인을 꼽으면 단연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겸 원내대표다. 이로인해 한나라당이 거리에서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테크노크라트 이미지가 강했던 정 의장은 명실상부하게 사학법 통과를 주도, '지리멸렬'분위기였던 열린우리당을 결속하게 만들었다. "아예 처음부터 정세균 체제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을 만큼 스마일('미스터 스마일'은 정의장의 별칭) 속에서 강단과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정 의장은 경제부총리, 재경부장관 등으로 입각하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에게는 지우고 싶었을 2005년
김희선 의원에게 올해는 지우고 싶은 한해 였을지도 모른다. 정치적·도덕적으로 모두 치명상을 입은 해였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한나라당은 김 의원의 아버지가 1941년 가나이 에이치(金井英一)로 창씨 개명한 뒤 중국 유하현에서 독립군을 잡아 들이는 일본 만주국 특무경찰로 활동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독립운동가의 손녀'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적극 활용했던 김 의원에게는 치명타였다.
여기에다 2002년 구청장 경선후보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달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와 9000만원을 추징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였다.
전직 대통령들도 편치 않은 한해를 보냈다. 'X파일'로 전 정권 때 국가기관의 도청문제가 일파만파로 불거졌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파도가 몰아쳤다.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검찰 수사로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병상신세까지 지면서 현 정부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도청 사실이 알려지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그 사람(DJ)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쏘아붙였지만, 약 한달 뒤 검찰이 문민정부 시절 일명 '미림팀'의 도청 사실이 발표되면서 겸연쩍게 됐다.
이철우(열린우리당)·조승수(민주노동당) 전 의원은 올해 의원 배지를 내놓아야 했다. 지난 해 말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해묵은 색깔론인 '간첩 암약설'로 곤욕을 치렀던 이 전 의원은 지난 3월 법원의 당선 무효형 선고로 의원직마저 내놨다.
민주노동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2명중 하나였던 조 전 의원도 지난 9월 법원의 판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법원의 선고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사법부의 의도적인 진보정당 죽이기'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자신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진 울산 북구 재선거 기간,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석고대죄하며 '제2의 조승수' 탄생을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던 조 의원은 최근 민주노동당 당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내 제2의 도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