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띠해 첫 태양, 새색시처럼 솟았다

전남 무안 도리포에서 본 일출

등록 2006.01.01 15:34수정 2006.01.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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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7시 19분 56초.
전남 무안군 도리포구 도로변에 사람들이 동쪽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일출을 보기 어렵다는 뉴스를 듣기는 했지만 멀리 부산차도 보이고, 인천과 충청도 차도 보입니다.

"금년에는 틀린 것 같네."
"그만 가세."

이불을 둘러쓴 아줌마에게 남편인 듯한 사람이 채근하는 소리입니다. 아주머니 딸 손을 잡고 아쉬운 듯 더딘 발걸음을 옮깁니다.

"자기야."
"정말 멋있다."
"복잡하지 않고 이것도 좋은데."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붉게 물든 바다와 갯벌 그리고 하늘을 보며 연인 듯 한 커플이 나누는 대화랍니다. 어디를 간 듯 멋있고 예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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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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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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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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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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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어!, 저기 봐"

누군가 소리를 칩니다. 약속이나 한 듯 핸드폰을 하늘로 쳐듭니다. 해를 보는지 핸드폰을 보는지. 금방 돌아가려던 아저씨 언제 왔는지 옆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줄 알았는데 전화를 겁니다.

"거기 해떴냐?"
"여기 막 뜨기 시작한다."

아마도 다른 곳으로 해맞이를 간 가족들과 통화를 하는 모양입니다.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비는 사람, 연인과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 아이들을 세워두고 웃어보라고 소리치는 부모들 해를 맞는 사람들의 모습도 갖가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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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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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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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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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좀처럼 해가 뜨지 않을 것 같던 하늘에 둥그런 붉은 실루엣이 점점 뚜렷해지더니 얼굴을 확 내밉니다. 비록 구름 위에 떠오른 해였지만 이쁘고 아름답습니다. 새색시가 부끄러워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듯 떠오른 해는 30분 정도 바다와 갯벌을 붉히다 구름 속에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빌었습니다. 가족들 건강하게 해주시고, 돈도 많이 벌게 해주시고, 안정되게 일할 자리 잡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어민들 고기 많이 잡게 해주십시오.

<오마이뉴스>의 모든 독자님들 새해에는 건강하고 소원성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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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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