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쩍펄쩍 살아날뛰는 역사읽기

2005년 도서시장을 마감하며 ④ : 역사·문화 분야

등록 2006.01.02 09:00수정 2006.01.0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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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도서 출판 시장을 ① 문학 ② 경제경영 ③ 인문사회자연과학 ④ 역사문화의 4개 분야로 나눠 총정리합니다. <편집자주>
주초에 시작했던 '2005년 도서 시장을 마감하며' 연재가 어느새 마지막 회다. 문학, 경제·경영,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에 이어 이제 역사·문화 분야를 정리할 차례이다.

2005년 역사·문화 분야 도서 시장은 한 마디로 '살아있는 역사 바로 세우기'에 앞장섰던 한 해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나온 역사를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기록함으로써 후세들에게 과거를 기억하고 정리하며 반성할 기회를 제공,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자세를 마련해 준다는 측면에서 지난 한 해 역사계 일각에서 일었던 '살아있는 역사 바로 세우기 프로젝트'는 너무나 반가운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교과서, 죽은 주입식 암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로

a <살아있는 역사교과서>(위)와 <미래를 여는 역사>.

<살아있는 역사교과서>(위)와 <미래를 여는 역사>. ⓒ 휴머니스트·한겨레신문사

이 중 2권의 책이 단연 돋보인다. 바로 한중일 3국 공동역사편찬위원회가 편찬한 <미래를 여는 역사>와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이다.

먼저 지난 2002년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주입식 암기 교육으로만 이뤄졌던 그동안의 딱딱했던 역사 수업을 넘어,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살아있는 역사 수업을 만들기 위한 취지로 탄생한 책이다.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는 위 책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했다. 3년 6개월의 준비기간, 175명의 개발인원 등 숫자가 함축하는 의미 이상이요, '살아있는'이라는 제목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


구세대의 낡고 진부한 개념의 교과서를 근본적으로 혁신함으로써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21세기형 대안 교과서이자 온 국민이 함께 읽을 수 있는 교양 역사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서구 중심의 역사관을 넘어 진정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공존하는 세계사를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한국사 또한 세계사의 한 단면임을 주지하고 기존의 한국사와 세계사가 말 그대로 따로 노는 문제점을 없앤 세계 인류 역사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백미라 할 수 있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지난 2001년 일본 후소샤(扶桑社)의 역사 교과서 파동을 계기로 결성된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주관으로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집필하여 3국이 동시에 출판했던 최초의 동아시아 공동 역사교재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갖는다.

침략과 전쟁으로 얼룩졌던 지난 날의 과거를 반성하고 그동안의 편협했던 국수주의에서 벗어나 공존할 수 있는 진실된 동아시아의 역사 의식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취지에서 탄생한 이 책은 공히 3국의 모든 독자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이자, 역사교과서로서 손색이 없다.

국수주의를 벗어나 한중일이 함께 찾은 공존의 동아시아 '눈길'

a 오른쪽부터 <동아시아 역사와 일본> <오랑캐의 탄생> <우리말의 탄생> <10·26은 아직도 살아있다>

오른쪽부터 <동아시아 역사와 일본> <오랑캐의 탄생> <우리말의 탄생> <10·26은 아직도 살아있다>

바른 역사 세우기 움직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의 <동아시아 역사와 일본>, 한일공통역사교재 제작팀의 <조선 통신사>, 이시타와 노부오·고시다 다카시의 <세계의 역사 교과서> 등이 여기에 동참했으며, 서양인의 시각으로 파헤친 중국고대사 '참' 역사를 밝힌 <오랑캐의 탄생> 또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권력 앞에 힘없이 쓰러지고 왜곡될 수 밖에 없었던 우리나라의 근 현대사의 진실을 파헤친 작품 또한 속속 출간된 한 해였다.

여기에는 안동일 변호사의 <10·26은 아직도 살아있다>, 박철언씨의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 한홍구씨의 <대한민국사 3>, 서중석, 역사문제연구소의 <한국 현대사>, 김정남씨의 <진실, 광장에 서다> 등이 있다.

비록 역사서는 아니지만 리영희 선생의 삶과 사상을 담은 자서전인 <대화> 또한 그 분이 지식인으로서 살았던 삶 자체가 한국의 현대사와 다름없다는 점에서 함께 추천해 본다.

이외에도 우리말 사전 편찬의 50년 역사를 담아낸 <우리말의 탄생>, 분단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는 아픈 현실을 안겨주었던 끝나지 않은 전쟁 6·25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준 박태균씨의 <한국 전쟁> 등이 큰 주목을 받았다.

신문광고부터 스포츠까지, 격동의 근현대사가 숨쉰다

문화 분야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특히 많이 엿보였던 한 해였는데, 대한민국 격동의 근현대사를 담아낸 책들이 많이 소개되었다.

신문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을 담은 김태수씨의 <꼿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1904년 12월 24일 밀입국하여 1905년 1월까지 한국을 여행하면서 기록한 스웨덴 신문기자 아손 그렙스트의 <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 만문만화가 그려내는 근대의 모습을 담아낸 신명직씨의 <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 외에 권혁희씨의 <조선에서 온 사진엽서>, 이승원씨의 <학교의 탄생>, 손정목씨의 <한국 도시 60년 이야기>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스포츠 민족주의를 통해 '조선의 근대성 형성과 식민지 시대의 민족주의'라는 대중 근대사를 파헤친 천정환씨의 <끝나지 않은 신드롬>과 파시즘 체제를 통해 만들어진 '대중영웅'이란 존재의 형성과 그들이 국민 정체성 형성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헤친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대중 독재의 영웅 만들기>는 그 소재의 신선함으로 말미암아 독자들과 언론에 있어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외에 숭례문의 국보 1호 재지정 논란으로 인해 새삼 세인들의 관심을 받았던 대한민국 국보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준 이광표씨의 <국보 이야기>, 지난 10월 26일 용산 전쟁기념관 자리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새롭게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출간된 <국립중앙박물관 도록>과 <즐거운 역사 체험 어린이박물관> 등도 큰 인기를 얻었던 한 해였다.

지금까지 2005년 도서시장의 역사·문화 분야를 정리해 보았다. 한 마디로 '살아있는 역사 바로 세우기 프로젝트'라 정리할 수 있었던 이 분야의 취지와 방향이 2006년에도 계속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기타 다른 분야, 어린이·컴퓨터·외국어 분야의 책들도 더 소개, 정리하고 싶었으나 필자의 소양이 부족한 탓에 역사·문화 분야를 끝으로 마무리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2005년의 단행본 시장을 정리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최소한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좋은 기회가 아니었는가 싶다.

a 오른쪽부터 <끝나지 않은 신드롬> <대중독재의 영웅 만들기> <국보 이야기>.

오른쪽부터 <끝나지 않은 신드롬> <대중독재의 영웅 만들기> <국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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