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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가 많던 시절엔 조리가 필수품이었다. 쌀에 돌이 무던히도 많았을 때 말이다. 플라스틱이 보급되면서 촘촘하고 볼품 있게 만들었던 자연의 선물 조리가 우리 일상에서 밀려났다.
쌀 몇 톨이 박힌 조리 걸린 부엌 풍경이 그립다. 조리는 양식으로 쓸 알곡과 버려야할 쓰레기를 잘도 골라냈다. 어머니가 아무리 쌀을 잘 일어도 희거나 투명한 돌은 발견하기 힘들었다. 그게 화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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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많이 받으세요. ⓒ sigoli 고향
가마솥 바닥에 보리쌀을 깔고 위엔 한두 줌 쌀을 올려 밥을 짓는다. 아궁이 화력이 어찌나 세던지 아래 있던 돌이 맨 위로 떠오른다. 찬물 한 그릇에도 순서가 있기 마련인데 슬슬 흔들어서 밥을 퍼 담아낸다.
개암이 씹히듯 뭔가 기분 나쁘게 억장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금니에 돌이 깨지면 잠시 서로 얼굴을 쳐다본다. 돌을 씹은 아버지 얼굴이 일그러진다. 어머니와 우린 쥐구멍을 찾기 바쁘다. 그렇게 지독하게 집안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서민 집집마다 “복조리 사시오” 하며 복을 팔았다. 예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문 밖에 복조리가 한 쌍 걸려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다. ‘복(福)’을 판다니 2~3천원 나가도 아깝지가 않다. 서로 복을 나누려는 넉넉한 마음 때문이리라.
섣달부터 복조리마을엔 조리를 절어 사람들에게 내다 팔아 가용 돈을 쏠쏠히 마련하여 설을 쇠었다. 광주 산수동, 영산포, 나주 산정동까지 한 저리 쉰 개 둥치를 지고 가서 그믐날까지 팔고 그래도 남으면 떨이로 정월대보름까지 처리했다.
올핸 개처럼 부지런히 조리에 복을 한 아름씩 듬뿍듬뿍 몽땅 퍼 담길 바란다. 이젠 건강과 돈, 직장마련 등 좋은 일만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주 목요일에 창간하는 sigoli고향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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