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은 한국은행이 어수선한 이유

최근 2년새 자살·지병으로 직원 5명 세상 떠나... 왜?

등록 2006.01.02 17:24수정 2006.01.0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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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전경.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전경.오마이뉴스 권우성

5000원짜리 새 지폐가 공식 발매된 2일, 한국은행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지폐 때문이 아니라, 최근 2년 사이 한은 직원 3명이 잇따라 자살하는 불상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2일 한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아침 9시20분께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한은 외화자금국 소속 A 과장(38)이 전동차에 뛰어들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휘경동의 한은 미혼 직원 숙소에서 생활했던 그는 사망당시 '퇴직'을 이유로 숙소를 떠나겠다는 퇴거신청서와 '힘들다'는 내용의 간단한 유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과장은 작년 9월에 한은 외환자금국으로 옮겨 왔으며, 업무 추진에도 성실했다는 평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환자금국 관계자는 "이미 고인이 된 사람에 대해 뭐라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것 같다"면서 언급 자체를 꺼렸다. 이 관계자는 "(사망) 소식을 듣고 부서 전 직원이 쇼크를 받았다"면서 "4개월여 동안 업무도 성실히 수행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A 과장 이외에도, 지난해 2월에는 국제국 조사역으로 근무하던 B씨가 자살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04년에도 같은 국제국의 C 팀장이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최근 2년 동안 모두 3명의 한은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목숨을 잃은 3명의 한은 직원들의 경우 대부분 개인적인 문제 등으로 자살을 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고인이 되신 3분 모두 업무을 추진하는데 있어 성실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사람의 내면 세계를 다 알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당혹스러워 했다.

또 같은 기간동안 한은 차장급 간부와 모 국장 등 2명도 암 등으로 세상을 떠나, 최근 2년 사이 자살과 암 등으로 한은을 떠난 직원은 모두 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직원의 잇딴 자살 소식은 다른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IMF 이후 시중은행의 경우 엄청난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은행원들이 거리로 내몰렸다"면서 "요즘도 많은 은행원들은 과중한 업무와 짧아진 정년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은의 경우 법으로 정년이 보장돼 있고, 처우면에서도 과거와 달리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나은 환경인 것으로 안다"면서 "중앙은행의 역량 있는 직원들이 잇따라 자살한다는 소식 자체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오후 새롭게 한은 직원으로 들어온 신입행원 50명의 입행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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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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