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의 천사'가 말하는 난자기증 그후
"부작용 미리 알았다면 달리 판단했을 것"

[인터뷰] 2년5개월치 난자 29개 한꺼번에 추출한 위아무개씨

등록 2006.01.04 09:36수정 2006.01.0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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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황우석 연구팀에 난자를 제공했던 위아무개(뒷모습)씨가 3일 저녁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황우석 연구팀에 난자를 제공했던 위아무개(뒷모습)씨가 3일 저녁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위 선생님, 많은 빚을 졌습니다. 제가 공식석상에서 위 선생님 이름을 언급하고 싶었는데…. 제가 누구에게 제일 고마워하는 줄 아시죠?"

지난해 5월 <사이언스>에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상종가'를 치던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한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황 교수가 평소 '천사', '은인'이라고 추켜세웠던 위아무개(27·여)씨. 그는 그해 1월 황 교수가 쓴 <나의 생명이야기>에 매료돼 황 교수팀을 찾아가 난자를 제공하겠다며 자진해서 수술대 위에 올랐다.

자진해서 수술대 오른 미혼의 '천사'

황 교수와 위씨의 인연은 2005년 1월 10일 만남에서 본격 시작됐다. 위씨의 신체적·정신적 고통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위씨는 황 교수를 만난 뒤 몇차례 인터뷰와 난자기증 동의서를 쓰고 그달 25일부터 과배란 유도제를 자신의 복부에 투입했다.

다음달 5일 그는 강남 미즈메디병원에서 난자 29개를 뺐다. 이날 오후 다른 여성이 더 수술하기로 돼있어 지방에서 올라온다는 얘기를 황 교수에게 직접 듣기도 했다. 위씨의 난자기증과 채취는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위씨가 수술 뒤 겪을 고통이나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같은 여성이면서 위씨에게 난자기증 동의서를 받아간 '의사 안규리' 교수는 부작용 우려에 대해 오히려 '확률이 크지 않다'고 위씨를 안심시켰다.


특히 안 교수는 난자채취 전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씨는 황 교수에게 난자기증 의사를 밝힌 뒤 안 교수를 소개받아 별도 인터뷰를 했고, 그뒤 기증동의서 작성과 30만원 실비지급도 안 교수가 직접 했다. 또 난자흡입술을 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위씨의 입원, 치료문제도 안 교수가 직접 관여했다.

위씨는 "난자채취 부작용이나 신체적 고통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판단을 달리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29개의 난자가 뽑힌 것도 최근 진료기록부를 보고 알았다. 2005년 2월 12일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초음파상 난소는 5cm 정도 커지고, 복수는 많이 줄음'으로 돼 있다. 시술일로부터 보름 이상 지나 난소의 부기가 많이 빠진 상황인데도 정상상태(약 길이 3cm·폭 2cm)보다 상당히 큰 것이다.


위씨는 수술 뒤 남들은 주사처방으로 낫는다는 질 염증으로 두달간 산부인과 신세를 져야 했고, 지금은 불임가능성까지 걱정하고 있다. 그간 한약도 두재나 먹었다. 결국 몸이 쇠약해진 위씨는 지난해 11월 직장까지 그만뒀다.

12월 16일 황 교수의 기자회견 때 TV 앞에 앉아 울어버렸다는 위씨. 그는 "내게 말한 '천사', '은인'이라는 표현까지 다 거짓이었는지 모르겠다"며 "황 교수를 만나면 '왜 그러셨느냐'고 묻고싶다"고 했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난자기증을 감행한 위씨의 가장 큰 고민은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이다.

다음은 3일 저녁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위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의학적 설명? 동의서 서명이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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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난자를 제공하게 된 계기는?
"<나의 생명이야기>(황우석·최재천 공저)를 읽고 서울대 연구실로 전화해 난자기증 의사를 밝혔다. 1주일 뒤 황 교수가 직접 연락해와 외근날인 지난해 1월 10일 용인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황 교수는 '아무나 만나지 않는데, 난자제공에 반대하는 여성단체가 유인하려는 것 아니냐며 주변에서 말렸지만,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판단해 나왔다'고 했다."

- 처음 만났을 때 황 교수가 난자제공 절차를 상세하게 설명했나.
"황 교수는 '고맙다'면서도 (난자채취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미혼인데 괜찮겠냐'는 우려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위험하다'는 언급은 듣지 못했다."

- 이후 황 교수측과 연락은?
"1월 10일 이후 며칠 간격으로 연구팀과 연락을 취해 안규리 교수, 노성일 이사장 등을 차례로 만나 인터뷰를 했다. 난자기증 의도와 난치병 환자와 직접적 연관성 등을 물어봤다. 그러나 그외 관계자의 이름 등은 기억하지 못한다."

- 안 교수는 난자채취 과정의 위험성 등을 지적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부작용 여부를 묻자 안 교수는 '그럴 확률이 크지 않다'는 식으로 대답해서 나도 크게 우려하지 않았고, 난자제공을 진행했다. 동의서 사본도 주지 않았다.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있는 A4용지 2∼3장짜리였는데, 그 자리에서 한번 읽어본 뒤 서명이 끝이었다. 서명이 끝나자 안 교수는 원본을 갖고 가버렸다.

수술방식에 대해서도 전혀 듣지 못했다. 다만 성경험이 없는 사람의 경우 처녀막 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황 교수와 안 교수 모두 했던 기억이 난다. 수술 전후의 고통이나 부작용보다는 오히려 처녀막, 즉 순결 자체에만 관심을 가졌다. 의학적 설명은 거의 없었다."

- 노성일 이사장은 언제 만났나.
"동의서 작성하고 2∼3일 뒤인 1월 23일 강남 미즈메디병원에서 만났다. 노 이사장은 의구심 있는 눈초리로 보면서 사무적으로 대했다. 진료를 하면서도 '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질 내부에 기구를 넣어 몸 상태를 살폈는데 다소 신경질적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2년5개월치 난자를 한꺼번에 추출하다

a 지난해 2월 5일 위씨가 난자 채취 수술을 한 강서 미즈메디 병원.

지난해 2월 5일 위씨가 난자 채취 수술을 한 강서 미즈메디 병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연구팀은 약물복용 여부 등 몸 상태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나.
"당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항우울제를 복용했는데, 의료진 중 누군가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그냥 넘어갔다. 1월 24일 하루만에 1·2차 정밀검사를 다 했는데, 담당 의사가 1차 검사수치를 보더니 '기증하기 어려운 조건일 수 있다'며 더 검사하자고 했고, 나중에는 이상 없다고 다시 말했다."

- 과배란 유도제 투여는 언제부터 했나.
"1월 25일 투여를 시작했다. 9일째 약재를 받아왔는데 내가 직접 배에 주사를 찔러 넣었다. 한번도 주사를 놔본 적이 없어 무척 무서웠지만,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사 때문에 매번 병원에 갈 수 없었다. 의료진은 집에서 혼자 주사를 놓는 경우도 많다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당시 일로 피로하기도 했지만, 투여 첫날부터 복부쪽에 불쾌감을 많이 느꼈다. 몸도 마음도 무거웠다. 열이 나는 등 여러 증상이 있었다. 의료진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지장이 있었다. 계속 투여한 뒤 2월 3일 최종검사를 받았는데 5일 수술하면 된다고 하더라."

- 수술은 어떻게 진행됐는가.
"강서 미즈메디병원 본원에서 했다. 오전 9~10시 사이 도착해 전신마취부터 수술까지 끝내고 나니 점심시간쯤이었다. 마취 순간부터 전혀 기억이 없다. 채취과정이 가혹하다는 이야기를 의료진에게 직접 듣지 못했고, 사태가 불거지고 언론을 통해 알았다. 수술 당일 몽롱한 상태여서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모를 정도였다. 주말 내내 움직이지 못하고 뻗어버렸다."

- 뽑아간 난자가 29개라는 사실은 언제 알았나.
"수술 이틀 뒤 황 교수가 '수고하셨다'면서 전화를 했더라. 난자를 연구실로 가져와서 상태를 봤는데 '좋다'고 했다. 채취한 난자 개수를 물으니까 20개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진료기록부를 보고서야 29개라는 걸 알았다. 2년5개월치 난자가 한꺼번에 추출됐으니 몸이 이상하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일 것이다."

"황 교수 '난자 상태를 봤는데 좋다'고 했다"

a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는 황우석 교수. 하지만 황 교수의 업적 중 많은 부분이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는 황우석 교수. 하지만 황 교수의 업적 중 많은 부분이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수술 뒤 구체적인 신체변화는?
"배에 물이 차서 3인치 정도 늘어났다. 맞는 바지가 없을 정도였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임신한 것처럼 배는 불러왔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쑤시고 결렸다. 숨쉬고 걷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오른쪽 아랫배가 튀어나오고 뭔가 만져지길래 탈장을 의심하기도 했다. 의사에게 물어봤지만 탈장은 아니라면서도 구체적으로 답변해주지 않았다."

- 그 뒤 병원을 다시 찾은 것은 언제인가.
"설 연휴 직전인 2월 7일 너무 아파서 황 교수에게 전화했다. 황 교수는 '수의대 출신이라 잘 모르겠다, 동물대상으로 연구를 해서 사람 신체, 특히 여성은 잘 모른다'며 안 교수와 통화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안 교수에게 전화하자 놀라면서 병원에 가라고 했지만 '병원측이 입원할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 전하자 안 교수가 곧바로 병원에 전화해 입원하게 됐다. 이후 몇번 더 미즈메디 응급실로 실려갔다."

- 지금도 여성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던데.
"평소 적은 몸무게로 헌혈조차 못했는데 6∼7kg 빠져 회복되질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미즈메디병원 퇴원 이후 동네 산부인과와 한의원 등을 여러차례 다녔다. 11월에는 질에 염증이 생겼는데 약이 듣질 않아 두달간 치료를 받았다. 질 외벽이 많이 헐었고 세균이 많다는 진단을 받았다. 난자 흡입술 뒤 약해진 부분이 회복되지 않고 지속된 것 같다.

건강도 많이 약해졌다. 추위를 잘 타지 않았는데, 올 겨울엔 다른 사람들 손잡기가 두려울 정도로 몸이 차가워졌다. 회사 일도 힘겨워 11월 말 그만뒀다. 최근 한 산부인과에서 자궁암 검사를 권유해 검진했는데 다행히 암은 아니었다. 한 여자 한의자는 '난자기증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불임 가능성이다. 불임여부에 대한 정밀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 연구팀에서 난자기증에 대해 금품을 제공했나.
"기증동의서를 쓰던 날 안 교수가 현금 30만원을 봉투에 넣어줬다. 영수증 처리까지 직접해서 실비 명목으로 줬다. 병원에 오가며 교통비로 쓰거나, 근처 병원에 가서 주사를 놓게 되면 그때 쓰라고 했다."

"난자기증운동? 나같은 사람이 뭐라도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a 지난해 12월 '1천명 난자 기증의사 전달식'에 난자 기증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자발적으로 기증했던 위씨는 후유증을 경고하면서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본인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1천명 난자 기증의사 전달식'에 난자 기증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자발적으로 기증했던 위씨는 후유증을 경고하면서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본인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그 뒤 난자기증을 후회한 적은 없는가.
"(황 교수가) 지난해 5월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고 한창 주가를 날릴 때 전화를 줬다. 좋은 성과를 축하드린다고 했더니 '많은 빚을 졌다, 위 선생님 (황 교수는 위씨를 평소 '선생님'이라 불렀다-편집자 주) 이름을 공식석상에서 언급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에게 제일 고마워하는 줄 알지 않느냐'며 흥분된 어조로 이야기했다.

아프고 힘들었지만, 난치병 치료에 한 전기가 됐다는 걸 위안으로 삼았다. 근데 알고 보니 그 성과들이 완전히 물 건너간 이야기였다. 지난해 7월인가 여름에 근처에 갔다가 연구실에 들른 적이 있다. 수술 직후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과정을 보여주겠다고 한 적도 있고… 보고 싶었는데 보여주진 않았다."

- 황 교수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은 언제인가.
"지난해 12월 7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 전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아 힘내라고 전화했다. 연결이 안돼 문자를 남겼더니 전화가 왔다. 그때까지도 건강이 좋지 않은 얘기는 하지 않았다. 황 교수 본인도 힘든 시기라 별 말 않더라. 황 교수는 당시 '억울하다'는 식으로 말했고, '시간이 지나면 여러 의혹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 MBC < PD수첩 >이 난자윤리 문제를 제기한 뒤에도 많은 여성들이 자발적 난자기증운동에 동참했는데.
"우려할 부분이 많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신체·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시기라 나보다 더 크게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발적으로 기증하겠다는 분들에게도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본인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이 뭐라도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과정을 알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 일부에서는 '어차피 버려지는 난자' 등의 시각으로 윤리문제를 폄하하기도 한다.
"애초 내가 난자를 제공할 때도 그렇게 생각했다. 한 달에 한번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인데, 나에게는 쓸모가 없다고 여긴 적이 있다. 인위적으로 배출시킨다 해도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인다면 난자제공이 생명파괴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생리가 놀라운 '신체 매커니즘'임을 깨달았고, 난자도 하나의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난자, 그까짓 것'이라는 사고는 여성의 몸이나 난자를 가볍게 보는 무지이다. 난자는 아이를 낳기 위한 '출산의 도구'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현상 자체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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