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디스코장에 가다

[중국배낭여행길라잡이] 자티 실크로드를 가다 0821~22 - 카스

등록 2006.01.05 17:44수정 2006.01.05 17:43
0
원고료로 응원
0821 맑은 하늘

컴퓨터 30분(3위안)하고 커피한잔


부산총각, 안양처녀가 차례대로 나타나고, 투루손나이가 싸미스나이손을 잡고 등장! 싸미스나이는 산동 유방 검교외국어학교에서 영어를 3년 배우고 귀향. 투루손나이는 일본어를 배웠다. 호텔에 나와서 바자르로 갈려고 하는데, 전직영어선생님이 멀쭘하게 서있다가 일행에 합류.

오늘은 일요일이다. 특히 카스의 일요 바자르는 유명하다. 바자르는 위구르어로 '시장'을 뜻한다고 하지만 이슬람 문명에서도 많이 쓰이지 않던가?

여행자를 둘로 나눈다면, 시장에 가는 여행자가 있고, 시장에 안가는 또는 못가는 여행자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나라를 비롯하건 재래시장이 주는 생생한 활기와, 피부로 와닿는 현지인의 삶에 잠깐이나마 같이 쉼쉬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데, 배.나.온 기마민족도 그러하다.

a 일요바자르앞 큰 길

일요바자르앞 큰 길 ⓒ 최광식

영어 쓰면 십중팔구는 바가지 쓴다는 내 간곡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영어 선생님은 한국 억양이 팍팍 들어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흥정한다. 내가 우루무치에서 30위안에 산 쇼올을 위구르 상인은 영어선생님에게 180위안이나 부른다. 흠.

신강지역의 위구르인은 한국인의 역사만큼 파란만장만 역사를 지녔고, 지정학적으로 외세에 끝없는 시달림을 당했으며, 때론 외세가 되어 중앙아시아에 짧지만 인상적인 위대한 제국을 세웠으며, 순종과 반항과 독립을 반복해왔던 끈질긴 역동의 핏줄이고, 대몽골제국에서 '색목인'의 위치를 차지해왔고, 몽골제국-원(元)이 아니라-의 문화, 행정, 외교, 경제를 담당하던 중추를 담당했던 지적 집단이었고, 고유의 완성도 높은 언어로 중앙 아시아 역사를 기록했던 에너지 넘치던 민족이었다. 고려 때에도 제국공주를 따라와 귀화한 덕수 장씨의 시조도 당시 몽고제국의 인적구성으로 봐서는 '회회(回回)인'인 위구르계로, 아랍계라는 설도 있도 있지만, 우리 역사와도 적지 않은 인연이 있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가리지 않기에 그 높이에 다다를 수 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그 깊이에 이룰 수 있었다.(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故能就其深.)

뜬금없는 얘기지만, '단일민족'같은 민족적 순종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과거 식민사관인 일본 황가사관인 만세일계 같은 얕은, 편협한 파시스트적인 인종주의 역사관이다.

우리 역사도 다양한 민족구성원이 모인 다인종국가라는, '홍익인간'의 큰 틀로 해석할 때가 됐고, 인종적, 역사적 편협성을 극복해야만 대국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으로 예를 들자면, 980여 번 외침이던 타 종족간의 전쟁을 치루고 몇 번은 치명적인 패배를 한 나라가 '단일민족'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적 기만이다. 긍정적으로 예를 들자면, 고구려, 백제를 이었던 부여계(퉁구스)같은 북방기마민족계열과 신라를 이루었던 다른 갈래의 기마민족 같은 다양한 민족구성원으로 하나가 됐다는 역사적 사실일 것이다.

알타이계 부족의 3대 구성원인 투르크, 몽골, 퉁구스계열의 끝없는 유입도 사실이었으니까. 거기에 쌀농사를 짓는 남방계의 흔적은 현재도 주식으로 먹음으로써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한(韓)'민족이라는 '한(一)'민족으로만 만들어졌다는 협소한 민족주의를 벗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a 싸미스나이와 부산총각

싸미스나이와 부산총각 ⓒ 최광식

흠. 가끔 여행가는 역사가도 된다.

하여간, 위구르인의 선조 중 굵은 갈래는 이란계 소그드인이고,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유목상단였던, 뼈속 깊이 '장사'와는 뗄 수 없는 유전적 형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듯. 유명한 중국 상술 못지않다는 것도.

하여간, 시장은 즐겁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만큼 흥이 나는 것은 없지 않은가?

a 근처 카스인근 잉치샤(英吉沙) 특산인 수제 '칼'

근처 카스인근 잉치샤(英吉沙) 특산인 수제 '칼' ⓒ 최광식


a 신강특산인 건과류

신강특산인 건과류 ⓒ 최광식

카스신문사 근처 식당으로 이동. 역시 푸짐한 한상.

제자 둘은 가이드라고 빼고, 한국인 4명이 106위안 냈다. 약 26위안정도. 한국 간짜장 곱배기 가격으로 상다리 휘어질 위구르요리를 먹었다. 거기다 이 집 주방장 음식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바짝 튀긴(干) 양갈비는 정말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일행들의 호평을 받아 순식간에 게눈 감추듯이 사라졌다.

a 조촐한 점심. 음하하

조촐한 점심. 음하하 ⓒ 최광식


a 너무 맛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길 싫은 집이 있는데 이 집이 그렇습니다. 카스일보 등지고 왼쪽 30M

너무 맛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길 싫은 집이 있는데 이 집이 그렇습니다. 카스일보 등지고 왼쪽 30M ⓒ 최광식

중국을 여행하시는 한국여행자들이여 제발 먹는 것에는 아끼지 말지어다.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먹거리를 만날 수 있으니. 조금만 다른 국가, 민족의 입맛도 느껴보시라.

걸어서 근처에 있는 또다른 묘로 이동. 2005년도에 나온 신강제자가 사다준 카스지도에는 입장료가 10위안으로 나와있는데. 내 제자 두 사람 몫까지 내려고 하니 입장료가 30위안이란다. 이런이런 정말 통도 크다. 세배씩 올리다니.. 먹을 때는 안 아끼지만, 근처에 있어서 온 곳이고, 어제 본 향비묘는 국가급 유적이지만, 이건 성(省) 유적이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무 많이 올렸다. 일당(?)들과 작당하여 안보기로 결정. 좀팽이 선생이 되도 할 수 없다. 예산을 한정되어 있기에. 중국입장료는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비싼 곳이 많다. 거기다 오르는, 올리는 수준도 과거 인플레이션으로 유명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수준이다. 궁시렁 궁시렁.

역시 가까운 곳에 있는 시 박물관으로 이동. 학생 3위안, 성인 6위안이다. 위구르 학생(졸업했지만) 둘이 우겨서 선생님인 나는 4위안으로 통과. 적당한 가격이라고 할까. 비싸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화장실은 개방형 자유낙하형태라 냄새도 분분하다. 시박물관인데 이건 좀 너무하다 싶다.

촉박한 일정 때문에 영어선생님과 부산총각과는 이별. 한 사람은 기차로 우루무치를 부산총각은 비행기로 우루무치를 가야한다고.

부산처녀와 나는 싸미스나이 집으로 가기로. 20여분 떨어진 작은 도시로 이동.

싸미스나이 집으로 가서 저녁었다. 싸미의 어머니가 와서 물만두를 대접. 근처 삼촌집에 가자고 해서 당나귀 마차를 타고 갔는데 또 식사대접이다. 먹었다. 먹는 것 때문에 지치는 경우도 처음이다. 고등학교 때 저녁 먹고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어머니가 또 한 상 차려 나올 때가 있는데 비슷한 경우다. 다. 먹. 어. 야. 된. 다. 뱃살이 출렁인다.

싸미의 삼촌은 <인어공주> 애청자다. <인어공주>가 한류 중에서 최근에 제일 뜬 모양이다. 나도 안 본거라, 원래 드라마는 별로 안 좋아해서, 남의 나라사람이 우리나라 연속극 얘기하면 등에서 땀이 난다.

a 싸미 삼촌이 대접한 신강볶음밥.. 느끼...

싸미 삼촌이 대접한 신강볶음밥.. 느끼... ⓒ 최광식


a 싸미의 삼촌내외와 조카

싸미의 삼촌내외와 조카 ⓒ 최광식

'한류(韓流)'가, 그 중에서도 연속극이, 성공한 이유는 많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유교'적인 가족관과 '유교'적인 애정표현 기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층 종교가 다 그렇듯이 엄격한 애정표현수위를 넘지 않고, 그 허용기준을 만족하기 때문에 거부감 적게 받아들여지는 것이고, 상영자체가 가능한 것이다. 아~ 물론 재미가 있어서다. 채널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이 치열했고, 그 경쟁은 일본 드라마와 다르게 자극적인 소재를 택한 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소재를 택했던 것은 보수적인 사회기반 탓도 있다. 덕분에 비슷한 감수성의 타 종교문화권에도 큰 무리없이 통할 수 있는 것이고.

때론, 여행가는 문화평론가도 된다. 본의 아니게.

무도장에 가잔다. 제자가. 산동에 있을 때도 빙글빙글 도는 위구르 춤으로 산동사나이들 맘을 온통 흔들어 놓지 않았던가. 워낙 춤추는 걸 좋아하는 아가씨다. 거기다 물주인 선생님까지 와있으니.

거기다. 무슬림의 디스코장은 어떤가 하는 나그네의 호기심이 앞서서 피곤함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이리라, 호소하는 안양처녀의 하소연을 무시하고 디스코텍으로.

흠. 중국의 디스코장 겸 무도장은, 한국의 어수선함과 칙칙한 댄스홀과 달리 건전하기로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위구르 디스코텍은 건전이 지나치다. 춤출 때도 남녀 부동석일꺼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a 느린 곡(부르스)이 나오면 텅 비는, 옛날 생각이 나더군요. ^^

느린 곡(부르스)이 나오면 텅 비는, 옛날 생각이 나더군요. ^^ ⓒ 최광식


a 위구르 소녀와 싸미, 남녀유별이라, 조금은 맨숭맨숭, 어쩌라 즐거우면 되지!

위구르 소녀와 싸미, 남녀유별이라, 조금은 맨숭맨숭, 어쩌라 즐거우면 되지! ⓒ 최광식

'한(恨)'의 문화라고 했나? 한국문화의 특징이? 일부는 맞는 것 같지만 너무 편향적인 판단이다. 균형적이라면 '흥(興)'과 '한(恨)'의 문화는 될꺼다.

위구르 춤을 추는 위구르 사람들을 보며 느낀 것은 '흥(興)'이다. 자기 흥에 따라 흥겹게 논다.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논다.

보는 것만으로 유쾌해진다.

배부르고 유쾌한 저녁을 보낸다는 것도 여행의 복이다.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습니다. 현장감 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 같아서. 

ㅇ 중국돈 1위안은 2005년 8월 한국돈 136원(팔 때 기준) 정도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습니다. 현장감 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 같아서. 

ㅇ 중국돈 1위안은 2005년 8월 한국돈 136원(팔 때 기준) 정도였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