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 남측 출입국 사무소이기원
드디어 버스가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5분도 안 되어 남측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했습니다. 핸드폰이나 남한에서 출판된 책자 등은 가지고 갈 수 없다며 거두었습니다. 핸드폰 넘겨주기 전에 집에 연락해야 한다며 여기저기에서 가족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이제부터 2박 3일간은 통화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가족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국내여행이야? 국외여행이야?”
금강산 체험 연수를 떠나기 전 출장신청을 내면서 동료 교사들과 나누었던 대화입니다. 출장 신 청란에는 국내여행과 국외여행을 구분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국내여행이다 해외여행이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국내여행에 표시를 했습니다. 국외는커녕 같은 강원도 고성군에 속해 있는 산이 금강산입니다.
그런데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한 절차는 국외여행 이상으로 까다롭고 복잡했습니다. 남측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해서도 주의사항이 반복되었습니다. 가져간 짐과 함께 검색대를 통과했습니다.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에 잔뜩 주눅이 들어 금강산을 여행한다는 설렘과 흥분에서 벗어났습니다.
출국 수속이 끝나고 버스를 타고 북측 출입국 사무소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버스는 비무장지대를 지났습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모습을 보면서 금강산 구경이라는 막연한 감상에서 벗어나 반세기를 넘어 지속되고 있는 분단의 현실이 느껴졌습니다.
북측 출입국 사무소에서도 까다로운 절차가 이어졌습니다. 남측 출입국 사무소에서 이미 경험했던 절차가 몸에 익은 교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절차에 따라 입국 절차를 마쳤습니다.
출국 수속을 마친 뒤 버스는 드디어 북한 땅으로 들어섰습니다. 육로 관광길을 따라 철망이 설치되었습니다. 관광객이 이동하는 길과 북한 주민이 사는 지역을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도 철망 너머로 북한 사람들이 사는 민가도 보이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북한 주민도 보였습니다. 어느 민가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녁 준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예전 우리가 살던 시골에서도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궁이 가득 나무를 꺾어 넣고 불을 피우면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