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직접 그린 캔디노태영
캔디는 단순한 순정만화 주인공이지만 어려웠던 시절에 인내와 정의의 승리라는 간단한 삶의 진리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웃음과 상냥함, 순수함을 잃지 않는 생활 속에서 우리는 희망의 빛을 본 것이다. 잘 사는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나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나 캔디 앞에서는 순수해질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캔디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사고와 의지는 독자들에게 많은 용기와 삶의 지혜를 주었다.
그런데 캔디나 호치민 그리고 무위당 장일순은 전혀 다른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다. 모두다 마음이 순수하다. 거짓과 악 그리고 자만심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괴로워도 슬퍼도 절대로 좌절하지 않는 의지를 갖고 있다. 호치민의 고난과 역경은 보통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베트남의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것은 그 사람의 사람 됨됨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무위당 장일순은 평생 무소유에 충실하면서 좁쌀 한 알이라는 '일속(一粟)'이라는 호처럼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다른 사람을 한울님처럼 섬기며 일생을 사는 분으로 유명하다.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사신 그분의 삶에서 이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캔디>를 다시 읽는 아내와 <호치민 평전>을 읽고 있는 나는 같은 집에서 정말 어느 누구보다도 더 서로 이해하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살고 있다. 극과 극의 캔디와 호치민이 같은 집에서 동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둘 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한 동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캔디와 호치민의 정서는 화합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