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풍자시 쓴 현직교사 파면 요구 논란

네티즌은 "파면 요구는 지나치다" 의견 많아

등록 2006.01.19 15:51수정 2006.01.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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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모 교사 홈페이지에 있는 관련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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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 모 고교 국어교사 신모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효순·미선양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한미 관계의 불평등을 풍자하는 시 <대∼한민국·1>을 2004년 1월 7일 게재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수적인 시민단체가 뒤늦게 신씨를 파면하라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행동본부, 나라사랑어머니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 40여 명은 지난 18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친북 반미선동 전교조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신씨의 교직 파면을 요구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신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자작시에서 대한민국을 능멸했다"면서 "신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풍자시는 말 그대로 풍자시'일 뿐인데, 그 단체들이 시가 말하려는 속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표현에만 집착해 신 교사를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2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문제 삼는 것도 이상하고, 수많은 시 중에서 공교롭게 그 시 하나만을 찾아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도 이상하다"며 그 의도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누리꾼 '별마루'는 "시를 읽어 보면 대한민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 대한 억울한 마음과 울분을 담고 있네요. 이 시에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건 오히려 국가 보안법을 남용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 '아프로티테'는 "보수단체들도 우리나라를 욕하려고 쓴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 텐데... 얼마나 가슴아팠으면 저런 시를 쓰겠소? 교사의 입장에서... 정신 좀 차리시오. 그리고 갑자기 웬 친북?"하며 냉소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포털 사이트 '다음'이 "보수단체의 파면요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참여자 935명 중 타당하다(192명, 20.5%), 타당하지 않다(732명, 78.3%), 판단 유보(11명, 1.2%)으로 나타났다.

아래는 논란이 되고 있는 신모 교사의 시 전문이다.


백주 대낮에
그냥 길을 걸어가다가
남의 나라 장갑차에 깔려 죽는 나라,
대∼한민국.

앞서거니 뒤서거니
친구 생일 잔치 가던 우리 딸 효순이, 미선이
둘이 한꺼번에
미국 놈 장갑차에 깔려
두개골이 부서지고
내장이 터져서 죽는 나라,
대∼한민국.

나, 초등학교 졸업장 밖에 없어요,
내가 딸의 영전에 향을 피워야 합니까, 꽃을 바쳐야 합니까,
절규하는 아버지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그러고도 아무 잘못 없다고,
사고를 낸 미군은
영내에서 정상적으로 잘 생활하고 있다고,
방송에 나와 떠들어대도 아무렇지도 않은 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 안에서
남의 나라 놈이
취재 중인 우리나라 기자를
쇠사슬로 꽁꽁 묶고
온몸을 군화발로 짓밟아도 되는 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 안에서
다른 나라 놈이 쏜 물대포에
우리나라 사람이 맞아 쓰러지는 나라,
대∼한민국.

그런데 그 놈들에게
거꾸로 표창장을 주는 미친 나라,
대∼한민국.

태어난 게 너무 재수 없는 나라,
대∼한민국.

나라도 아닌 나라,
대∼한민국
아 X발,
대∼한민국.

- <대∼한민국·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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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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