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 창동 마애불을 보셨나요?

가파른 바위 암벽에 새긴 창동 마애불에 담긴 불심

등록 2006.01.21 17:58수정 2006.01.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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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마애불은 충주시와 가금리를 오가는 길목 그 사이에 있습니다. 이 표지판을 따라 작은 산을 올라가면 그 언덕 가파른 곳에 있습니다.
창동 마애불은 충주시와 가금리를 오가는 길목 그 사이에 있습니다. 이 표지판을 따라 작은 산을 올라가면 그 언덕 가파른 곳에 있습니다.권성권
충주는 본래 백제의 근초고왕 5년(A.D.350)부터 백제 땅에 속했다. 그 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 장악한 이후, 장수왕 63년(A.D.475)에는 국원성이라 이름 지었고, 신라 문무왕 13년(A.D.673)에는 국원성 자체를 더욱 강화시켰다. 그 뒤 신라 경덕왕 16년(A.D.742)에는 그 이름을 중원경으로 바꿨다가, 고려 태조 23년(A.D940)이 돼서야 충주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것들은 충주박물관에 들어가면 모두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거기에는 충주와 관련된 역사적인 내력들이 도표 하나에 전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때 왜놈들을 맞이해 싸운 신립장군의 초상화라든지, 임경업 장군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충렬사도 볼 수 있다. 더욱이 충주 지역 인근에서 내놓은 전통 민속품들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 가지 없는 게 있다. 바로 중원 창동(倉洞) 마애불이 그것이다. 중원이란 본래 충주를 둘러싼 옛 지역 모두를 일컫는 것이고, 창동은 마애불이 있는 그 동네 이름이다. 그곳은 충주시와 가금리를 오가는 그 사이에 놓여 있는 동네이다. 그 동네 앞에는 드넓은 남한강과 목계 나루터가 자리 잡고 있고, 동네 뒤로는 병풍처럼 펼쳐진 큼지막한 산이 하나 놓여 있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은 동네를 한 바퀴 싸 감아 돌아 동네 뒤 산등어리를 타고 시원스레 넘어간다.

암벽 위에 새겨진 불상입니다. 형상이 독특하기보다는 그저 매끈매끈하고, 또 큼지막한 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를 보면 근엄한 모습이라기보다는 그저 넉넉하고 후한 모습을 연상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암벽 위에 새겨진 불상입니다. 형상이 독특하기보다는 그저 매끈매끈하고, 또 큼지막한 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를 보면 근엄한 모습이라기보다는 그저 넉넉하고 후한 모습을 연상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권성권
마애불은 창동이라는 동네 앞, 작은 산 언덕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바위에 새겨진 불상이다. 바위라고 해서 옆으로 드러누워 있거나 평평하게 앉아 있는 바위는 아니다. 그야말로 금방이라도 발을 잘못 디디면 강 속에 빠져버릴 듯한 가파른 바위이다. 어떻게 그 바위 위에 불상을 새겨 넣었는지, 그야말로 미지수이다. 그저 보기만 해도 아찔할 뿐이다.

그 마애불 앞에 서 있는 표지판을 보니, 마애불의 높이가 무려 630cm나 된다. 실제 크기를 봐도 정말로 엄청나다. 어떻게 그토록 큼지막한 바위에 불상을 새겨 넣었을지 입을 떡하니 벌리게 된다. 물론 크고 길게 새겨진 눈 꼬리와 불거진 귀와 코를 보면 근엄한 모습보다는 오히려 서민적인 친근감을 더 나타내 준다. 어찌 보면 충주지방의 토속적인 미를 더 드러내는 것 같았다.

마애불 불상 아래, 암벽에 새긴 글씨들입니다. 간혹 그림도 있지만 모두들 깨알같은 글씨들을 써 놓았어요. 아마도 갖가기 소원들을 담아서 쓴 글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마애불 불상 아래, 암벽에 새긴 글씨들입니다. 간혹 그림도 있지만 모두들 깨알같은 글씨들을 써 놓았어요. 아마도 갖가기 소원들을 담아서 쓴 글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권성권
이 마애불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남한 강변에서 동남쪽을 향하고 있다. 이른바 남한 강변을 따라 탄금대 쪽을 바라보고 있다. 탄금대란 바로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왜군들을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죽은 곳이다. 그 까닭에선지 충주 사람들은 이 불상이 신립장군의 자화상이라는 이야기를 옛적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꽃 모양이나 불상에 새긴 옷 문양 등을 볼 때 이 불상은 임진왜란 때 새긴 불상이 라기보다는 훨씬 앞선 고려시대의 불상임이 틀림없다고 한다. 그만큼 학자들은 이 불상의 시대상에 관심을 모으겠지만, 우리 같은 민간인들이야 그것을 만든 이유를 더 중요시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불상이 강변 암벽에 새겨져 있다는 것, 인근에 목계 나루터가 있다는 것으로 보아, 당시 사람들이 수로를 이용할 때 아무런 사고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상 앞에서 빌고 또 빌면서 건너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 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없으리란 법도 없겠지만….

마애불 앞으로 펼쳐진 남한강이구요, 그 강 사이에 놓고 있는 도로용 말뚝입니다. 저 강 위에 도로가 놓이면 탄금대도 보이지 않을 것이고, 목계 나루터도, 그리고 이 마애불 자체도 그 의미를 잃지 않을까 싶어요.
마애불 앞으로 펼쳐진 남한강이구요, 그 강 사이에 놓고 있는 도로용 말뚝입니다. 저 강 위에 도로가 놓이면 탄금대도 보이지 않을 것이고, 목계 나루터도, 그리고 이 마애불 자체도 그 의미를 잃지 않을까 싶어요.권성권
이 불상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려면 많은 철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그렇다고 백팔 계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가파르기는 보통이 넘는다. 금세라도 잘못 디뎠다가는 강으로 굴러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그야말로 힘에 부칠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 당시 어떤 마음으로 마애불을 새겼을지, 한 번 들여다보길 원한다면 그 계단 앞에 선 발걸음을 묶어 둘 수만은 없으리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불상이 바라보고 있는 탄금대 쪽 강 사이에는 도로를 놓으려는 것인지 높은 기둥들이 세워져 있다. 그 때문에 불상이 바라보고 있는 탄금대는 서서히 가려질 듯하고, 점차 이 불상마저도 그 존재 가치를 잃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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