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떨어진다... 한국경제 대안은?

[분석] 환율 970선 붕괴... 8년 2개월 만에 최저치

등록 2006.01.25 20:59수정 2006.01.25 21:15
0
원고료로 응원
원-달러 환율이 968.9원으로 전일 대비 6.6원 급락해 97년 11월 5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한 25일 서울 외환은행 영업창구에서 한 직원이 고객에게 환전서비스를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968.9원으로 전일 대비 6.6원 급락해 97년 11월 5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한 25일 서울 외환은행 영업창구에서 한 직원이 고객에게 환전서비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재구
미국 달러화가 다시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말 1011.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25일 968.90원까지 밀렸다. 새해 들어 20여일만에 무려 42.7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환율이 97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97년 11월 5일 969.80원을 기록한 이후 8년 2개월 만이다.

시장과 외환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세자릿수 시대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부 전문가는 환율하락이 더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화 가치의 하락은 다시 말하면, 원화가치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수출 비중이 높은 대중소기업들에겐 일정부분 타격도 예상된다. 특히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 수출기업에는 치명타가 될 가능성도 크다.

반면 해외로부터 원자재 등의 수입이 많은 기업들은 환율이 낮아진 만큼 비용이 줄어들게 돼 이득이 된다. 또 물가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업들이 수출보다 내수로 눈을 돌려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을 줄일 수도 있다.

힘없이 무너진 970선... 8년 2개월만에 처음

원-달러 환율의 결정은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달러화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달러화를 내다파는 사람이나 기관들이 낮은 값이라도 팔겠다고 내놓는다는 것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는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달러화가 무더기로 쏟아 들어오면서 하락 폭이 컸다. 이같은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이후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환율하락에 대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23일 국내 증시가 급격하게 떨어진 이후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원화가 필요했고, 그만큼 달러를 내다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 쪽 금융기관들도 앞다퉈 달러화를 내다 팔고 있어 환율 하락폭이 더 커졌다.


문제는 이같은 달러 하락이 더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거듭되는 환율 불안, 원인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평균 환율은 960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는 원화 저평가 시대에서 벗어나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의 고평가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며 "수출은 과거와 같은 호조세가 어려울 것이며, 정부와 기업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2년이후 달러화 지수 추이
2002년이후 달러화 지수 추이삼성경제연구소
반복되는 달러화 약세, 왜 이렇게 떨어지나

달러화가 올 들어 이처럼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정부나 민간연구소 사이에선 올들어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1월 들어 20여일만에 40원이상 떨어질 것까지 내다보지는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로 갈 것이라는 전망은 했지만, 하락 속도가 이처럼 빠를지는 몰랐다"면서 "환율 추이를 좀더 지켜본 뒤 올 환율 전망치를 수정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화폐로서 달러화는 그동안 불안정한 행보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미 연방준비이사회의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달러화의 약세는 전반적인 대세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미국 경제가 호조세를 띠거나, 금리인상 등이 나올 경우 달러화는 일시적으로 강하게 반등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이후 달러화의 약세는 상당 기간 이어졌다. 대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기간은 평균 9.3개월이었고, 강세를 띤 기간은 평균 5.7개월이었다.

그렇다면 달러화가 왜 약해지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쌍둥이 적자는 미국 재정과 무역수지의 적자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작년 회계연도(2004년 10월~2005년 9월) 기준으로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3190억달러. 경상수지 적자는 76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각각 2.6%와 6.3%에 해당된다.

게다가, 작년 회계에 빠진 허리케인의 피해복구비 2000억달러를 포함하게 되면 올해 미국 재정적자 폭은 사상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적자도 개선될 조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밖에 미 부시행정부가 산업계 출신 관료들을 등용하면서 '약한 달러'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점, 테러 위협과 미국 기업의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미국 자산에 대한 매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점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2006년 시나리오별 환율 전망
2006년 시나리오별 환율 전망삼성경제연구소
수출엔 '악재', 내수·물가엔 '호재'... 체질개선 필요

이같은 달러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이다.

우선 수출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위주의 기업에는 악재임에 틀림없다. 특히 환율관리에 미흡한 중소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기계 부품을 동남아 등지에 팔아온 우일정밀 이상민 사장(49)은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수출하면 할수록 손해만 늘어난다"면서 "그렇다고 상품 값을 올릴 수도 없고, 적자 수출을 감수하고 있지만 더 오래가면 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로부터 원자재 등을 수입하는 기업이나 이들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낮은 환율의 혜택을 보고 있다. 정유나 철강, 항공 산업 관련 기업들이 이에 해당된다.

전체적으로 과거와 같은 수출증가세는 둔화되겠지만, 전반적인 한국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에 일정부분 부담이 되겠지만,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완화해주거나 국내 물가 안정 등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환율 대책도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환율 하락이 일어나면, 급히 달러화를 사들이면서 개입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이같은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서 외환보유고를 늘렸다가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국가적 손실만 커진다"면서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정책 초점을 수출기업 지원으로 옮겨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5. 5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