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968.9원으로 전일 대비 6.6원 급락해 97년 11월 5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한 25일 서울 외환은행 영업창구에서 한 직원이 고객에게 환전서비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재구
미국 달러화가 다시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말 1011.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25일 968.90원까지 밀렸다. 새해 들어 20여일만에 무려 42.7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환율이 97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97년 11월 5일 969.80원을 기록한 이후 8년 2개월 만이다.
시장과 외환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세자릿수 시대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부 전문가는 환율하락이 더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화 가치의 하락은 다시 말하면, 원화가치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수출 비중이 높은 대중소기업들에겐 일정부분 타격도 예상된다. 특히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 수출기업에는 치명타가 될 가능성도 크다.
반면 해외로부터 원자재 등의 수입이 많은 기업들은 환율이 낮아진 만큼 비용이 줄어들게 돼 이득이 된다. 또 물가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업들이 수출보다 내수로 눈을 돌려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을 줄일 수도 있다.
힘없이 무너진 970선... 8년 2개월만에 처음
원-달러 환율의 결정은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달러화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달러화를 내다파는 사람이나 기관들이 낮은 값이라도 팔겠다고 내놓는다는 것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는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달러화가 무더기로 쏟아 들어오면서 하락 폭이 컸다. 이같은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이후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환율하락에 대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23일 국내 증시가 급격하게 떨어진 이후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원화가 필요했고, 그만큼 달러를 내다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 쪽 금융기관들도 앞다퉈 달러화를 내다 팔고 있어 환율 하락폭이 더 커졌다.
문제는 이같은 달러 하락이 더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거듭되는 환율 불안, 원인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평균 환율은 960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는 원화 저평가 시대에서 벗어나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의 고평가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며 "수출은 과거와 같은 호조세가 어려울 것이며, 정부와 기업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