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도 분쟁에서도 미국이 말썽

[중-일, 패권경쟁 달아오른다 14] 조어도, 어느 나라 땅인가? 1편

등록 2006.01.26 15:50수정 2006.01.26 16:33
0
원고료로 응원
대만에서 북동쪽으로 약 190km, 오키나와에서 서남쪽으로 약 400km 되는 곳에 여러 개의 섬과 암초가 있다. 이 제도(諸島)는 북위 25도 40분에서 26도 0분까지, 동경 123도 25분에서 123도 45분까지의 지점에 걸쳐 있다.

총면적 6.3㎢에 불과한 이들 섬과 암초의 이름을 열거하면, 댜오위다오(일본 명칭은 우오쓰리섬, 대만 명칭은 댜오위타이), 황웨이위(일본 명칭은 구바섬), 츠웨이위(일본 명칭은 다이쇼섬), 가타코지마섬, 미나미코지마섬, 오키노키타이와 암초, 오키노미나미이와 암초, 도비세 암초를 들 수 있다.

위의 여러 섬과 암초를 총괄하여,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댜오위다오 군도, 일본에서는 센카쿠 제도, 중화민국에서는 댜오위타이 열서(列嶼)라고 부르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대체로 조어도 제도로 부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영어권 국가들에서는 피나클 제도(Pinnacle Islands)라고도 부른다. 이 글에서는 한국 언론의 대체적인 용례를 따라 편의상 '조어도'로 부르기로 한다.

동지나해상에 위치한 이 조어도 제도는 오늘날 중국-일본-대만 간에 영토분쟁이 벌어지는 곳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한국 언론에서는 한국령 독도와의 상관관계라는 관점에서 조어도 분쟁을 바라보기도 한다.

석유 발견되면서 분쟁 시작

조어도 제도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무렵에 미국의 점령 하에 들어갔다. 그리고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제3조에 의거하여 미국의 군사적·행정적 관할권 아래에 포함되었다.

적어도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조어도 제도를 둘러싼 국제분쟁은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1967년 6월 조어도 제도의 주변 수역에 상당량의 석유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일본·중화민국이 제각기 영유권 주장을 하고 나온 것이다. 여기서 조어도 분쟁의 본질적인 모티브는 바로 에너지 확보경쟁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 3국의 영유권 주장이 뒤엉키는 상황 속에서, 미국이 1971년 6월 오키나와 반환협정을 통해 조어도 제도를 일본에 제공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1972년 5월에 실제로 일본에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사국 간에 영유권 문제가 해결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일본이 미국의 '후원' 덕분에 분쟁 도서인 조어도 제도에 대해 실효적 점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여러 사람이 서로 소유권 주장을 하는 물건을, 법관이 충분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잘 아는' 당사자에게 넘겨준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2편 기사에서 살펴보게 되는 바와 같이, 이후 각 당사국들은 단순한 영유권 주장에서 그친 게 아니라 심지어는 물리적 충돌 일보 직전의 상황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하였다. 미국이 중국의 에너지 확보를 견제하기 위해 자국의 위성국인 일본에게 조어도 제도를 '신속히' 넘겨주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하겠다.

이는 마치 한국령 독도와 관련된 상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미국은 1946년 연합군 최고사령부 훈령(SCAPIN) 제677호를 통해 독도 등에 대한 일본측의 정치적·행정적 권한의 행사를 정지시켰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같은 훈령 제6항에서, 그러한 권한 행사의 정지는 독도 등이 어느 나라의 지배권에 속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말하면, 독도에 대한 일본의 권한 행사를 정지시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후 다른 섬들에 대해서는 누구의 지배영역인지를 명확히 밝히면서도, 독도에 대해서는 누구의 소유인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물론 미국이 독도의 지배권에 대한 판정 권한을 가진 것은 분명 아니겠지만, 미국은 자국이 독도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일본 중간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훗날 일본이 불법적 주장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준 것이다.

조어도 분쟁이나 한국령 독도의 경우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라 한다면, 역내 패권국가라고 하는 미국이 불성실하고 편파적인 '재판관'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조어도의 경우에는 명확히 일본을 편들었지만, 독도의 경우에는 '알아서 하라'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위성국(일본)과 적대국(중국) 간의 문제에서는 명확히 위성국 편을 들었지만, 같은 위성국(한국·일본) 간의 문제에서는 불명확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미국이 뚜렷한 가치 기준도 없이 동아시아 역내에서 패권국가 '행세'를 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 일어나는 국가 간 분쟁(조어도)이나 불법적 문제제기(독도)의 상당 부분이 미국 때문에 비롯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물론 그 이후 미국이 조어도 분쟁과 관련하여 중립적 태도를 보이려고 하고 있으나, 영유권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에 조어도 제도를 '신속히' 넘겨준 것만으로도 미국은 이미 조어도 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일본이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대만 근처의 섬에 대해서까지 영유권 주장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조어도 분쟁의 구체적 사실관계는 어떠한지 하는 점은 제2편에서 상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