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한류'는 한때 유행이 아니다

[현지리포트] 미얀마의 한국드라마 열풍 ①

등록 2006.01.27 19:01수정 2006.01.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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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현재 미얀마에서 인기리에 방송중인 <대장금>. MWD TV화면 촬영.

현재 미얀마에서 인기리에 방송중인 <대장금>. MWD TV화면 촬영.

아시아에서 한류는 거대한 태풍이다. 반만년 한민족 역사상 지금같이 우리의 것이 아시아에서 대접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이제 한민족은 아시아 변방의 소수민족에서 눈부신 경제성장과 '한류'라는 거센 물결을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힘있는 민족이 될 때가 온 것이다.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새로운 아시아의 트렌드 '한국 드라마'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미얀마(Union of Myanmar)도 이 '한류'라는 거대한 태풍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그 태풍의 중심권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륙부 동남아시아의 가장 큰 나라이며 '불교의 나라' '파고다의 나라' '황금의 땅' 미얀마는 옛 명칭인 버마(Burmar)로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미얀마는 한반도의 3배, 남한 면적의 6배에 달하는 광활한 땅덩어리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천연가스와 원유 그리고 '비둘기 핏빛(Pigeon Blood)'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버마루비'와 제이드를 비롯한 각종 보석류 등 무궁무진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자원부국이지만 국내 정치상황과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경제제재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개척지이다.

여러 가지 인프라 부족으로 외국인이 미얀마에서 사업을 영위하기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한층 강화된 미국의 경제제재 탓으로 미얀마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미얀마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800여명의 한국교민들이다. 이들은 싼 인건비를 이용한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봉제공장을 주로 운영하며 변변한 제조업이 없는 미얀마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운영하는 한국인 경영 산업체들이 현지 노동자들과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켜서 지탄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곳 한국계 업체들은 그동안의 실수를 '타산지석' 삼아 임금을 다른 외국인들이 경영하는 업체들보다 많이 주고, 현지 노동자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현재 미얀마 한국계 공장들은 젊은이들이 취업하고 싶은 업체 1순위에 오르고, 교포들은 존경받는 사업주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렇듯 한국인들이 미얀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미얀마 경제에 일익을 담당하는 가운데 요즘 이곳에 불어 닥친 '한류 열풍', 한국 드라마의 폭발적 인기로 미얀마 교민들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에 이어 미얀마인들의 부러움과 호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a 미얀마 인기 사이트인 PLANET의 한국 연예인 동정. 화면캡처.

미얀마 인기 사이트인 PLANET의 한국 연예인 동정. 화면캡처.

미얀마 한류, 한국 드라마가 주도한다

미얀마의 한류를 주도하는 것은 여타 아시아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드라마이다. 그러나 미얀마의 한국 드라마 인기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한류 열풍은 그냥 한때 지나가는 바람일 수 있지만 미얀마의 한류 열풍에는 한때의 바람이 아닌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우선, 미얀마인들과 한국인들은 정서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이른바 우리 민족의 고유정서라고 믿었던 '정(情)의 문화'와 재래시장의 '덤의 문화'는 미얀마인의 일반적인 정서로서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유사한 정서가 우리의 드라마가 미얀마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을 수 있는 근원이 되었다.

우리 드라마를 시청하며 울고 웃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이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혹시 우리들과 같은 민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와 정서적으로 매우 닮았다.

2001년 10월 한류의 시발점이었던 <가을동화>가 방영될 당시, 주인공 '은서(송혜교 분)'가 마지막 회에 죽자 우리 사무실의 현지인 여직원들은 모두 퉁퉁 부은 얼굴로 아침에 출근해서 삼삼오오 모여 그들의 가족이 죽었을 때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또한 방송사에는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이야기하는 시청자들의 전화가 빗발쳐서 업무를 못했을 정도라 한다.

그 당시에 <가을동화>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가을동화>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거리에 인적이 드물었고 또 그 시간에 전화를 걸면 실례라는 말까지 돌았다.

미얀마 TV방송은 '국영MRTV'와 '국군방송 MWD' 2개뿐인데 두 방송사의 프라임 타임인 저녁 7시-8시 사이에 한국드라마가 집중 방송된다. 현재 방송 중인 한국드라마는 4개로서 국영 MRTV에서는 <해피 투게더>(매일)가 방송되고 있으며 국군방송 MWD에서는 <햇빛 속으로>(화, 목), <사랑을 할꺼야>(월, 수, 금)와 3회째가 방영된 <대장금>(월, 화)이 미얀마 시청자들의 발을 TV 앞에 묶어놓고 있다. 지금까지 교민인 김승태 M&G 사장을 통해 총 34편의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계속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미얀마의 한류열풍을 현지에서 직접 취재했다. 한국과 미얀마의 민간교류가 활성화 되기를 기대하며...

정범래 기자의 미얀마 정보 커뮤니티 www.myabiz.com 

이 기사는 2006년 1월 21일 KBS 1라디오 <월드 투데이>에 방송된 KBS 미얀마 통신원인 본인의 방송 내용과 약간 중복됨을 알려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미얀마의 한류열풍을 현지에서 직접 취재했다. 한국과 미얀마의 민간교류가 활성화 되기를 기대하며...

정범래 기자의 미얀마 정보 커뮤니티 www.myabiz.com 

이 기사는 2006년 1월 21일 KBS 1라디오 <월드 투데이>에 방송된 KBS 미얀마 통신원인 본인의 방송 내용과 약간 중복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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