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영 국악상을 받는 이생강 명인김영조
하지만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불교가 쇠퇴하고, 유교가 번성하면서 차문화는 무너졌고, 그저 절간 스님들의 전유물로 남아 명맥을 유지할 정도였다. 동시에 절간에서 차를 마실 때 다악이 연주되었다는 기록 역시 찾기 어렵다. 불교음악의 백미라고 일컫는 영산회상은 재를 지내는 데 쓰이는 음악일 뿐 다악과는 관계가 없다. 또 불가에서 의식이 아닌 참선 수행시 별도의 음악은 쓰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다악은 조선시대 때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고 봐도 괜찮을 정도이다. 19세기 해남의 대흥사를 중심으로 혜장 스님, '동다송'을 지은 초의 스님과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 문인들이 차문화를 일으켰지만 다악이 함께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차와 전통음악의 만남은 지난 1998년 한국창작음악연구회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현대적인 새로운 삶의 음악이란 깃발을 내걸고 '차와 우리음악의 다리놓기-다악(茶樂)'이란 제목으로 공연을 시작한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담백한 차문화의 세계와 음악의 어울림을 통해 음악과 차문화 속에 들어있는 전통의 멋을 끄집어내 현대인에게 선보인 공연으로 대성황을 이뤘으며 이들 공연에 연주된 곡들은 8차례에 걸쳐 음반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다악은 정악계열의 창작곡들이 대부분이며, 다례 가운데 주로 궁궐에서 행하던 궁중다례나 불교 다례에 염두를 둔 음악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에 현재 대금 산조의 명인으로 사람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죽향(竹鄕) 이생강(李生剛) 명인의 음반 '다악(茶樂)-풍적(風笛)'이 새롭게 출시되었다. 이생강 선생은 대금 산조의 시조로 알려진 박종기 선생과 명인 한주환 선생에게서 산조를 이어받아 거기에 높은 기량의 연주 기법을 통한 가락을 덧붙여 대금 산조의 새로운 바탕을 마련한 인물이다.
또 이생강 명인은 대금뿐만 아니라 피리, 단소, 태평소 따위의 모든 관악기에 두루 능란하고, 특히 단소 산조를 부활시킨 것은 물론 국악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연주를 최초로 시도하여 국악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는 등 이 시대 최고의 국악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18일 제12회 방일영국악상 받았다.
이번 음반 '풍적(風笛)'은 신나라(회장 김기순)를 통해서 나온 것으로 수록된 곡은 청산유수(靑山流水, 대금), 회상(단소), 금강산의 만물상(소금), 시골길(피리), 풍엽(風葉, 대금), 청수(淸秀, 대금), 일월(日月, 퉁소), 초승달(단소), 정영(情影, 소금), 화용도(華容圖, 대금) 등이 수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