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밤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재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그'가 돌아왔다. 꼭 5개월만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저녁 김포공항에 모습을 비쳤다. 몸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지만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건강에도 이상은 없어 보였다.
그는 "소란 피워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책임은 나 개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안기부 X파일'과 '삼성공화국'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소회다.
하지만 삼성을 둘러싼 정서는 간단하지 않다. 검찰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배정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미 검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 회장의 소환도 배제할수 없다.
또 삼성 지배구조를 뒤바꿀 수 있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검찰의 무혐의 판정으로 일단락된 '안기부 X파일' 사건도 불길이 채 꺼지지 않은 상태이다. 삼성자동차 채권 문제는 결국 법정으로 넘어갔다.
삼성을 둘러싼 여러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이 회장의 귀국이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다.
베일에 쌓인 이 회장의 5개월 행적
이 회장이 극비리에 미국으로 출국한 것은 지난해 9월 4일. 그해 5월 고려대 철학박사 학위 수여식 파동에 이어 삼성공화국 논란이 한창 일 때였다. 게다가 '안기부 X파일' 녹취록 일부가 공개되면서,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전달 및 검찰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됐고, 국회에서는 이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삼성쪽은 이 회장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건강검진 때문이라는 해명이 뒤따랐지만 여론의 시선은 따가웠다.
출국 후 5개월 동안 이 회장의 행적은 철저히 베일에 감춰져 왔다. 삼성쪽은 그의 행선지 등에 대해 철저히 함구로 일관했다. 대신 미국에서 폐암 수술 후유증 진단과 치료, 요양 등으로 시간을 보냈고, 지난해 연말께 일본으로 옮겨와 도쿄 등지를 오가며 사적 만남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 역시 객관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지난해 11월 19일 막내딸 윤형씨(당시 26세)의 자살사건도 처음엔 '교통사고'로 알려졌다. 이후 이 회장의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삼성쪽은 그의 건강이나 동정에 관해 입을 굳게 닫았다.
지난해 연말 청와대의 대중소기업 상생회의 등 삼성 안팎에서 중대행사가 이어질 때마다 이 회장의 귀국설이 나돌았지만, 설(說)로 끝났다. 그의 해외체류가 장기화하면서 건강과 앞으로 행보를 둘러싼 온갖 억측이 나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