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동 삼층쌍탑, 남산을 배경으로 시원하게 서있다. 크게 보이는 것이 서탑, 뒤에 있는 탑이 동탑이다김정봉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처럼 형식을 달리하는 두 탑이 동서로 마주보고 서 있다. 언뜻 보아서는 똑같은 탑이 한 쌍으로 서있는 것 같으나 기단부를 자세히 보면 다르다. 동탑(東塔)은 잘 다듬어진 여덟 개의 웅장한 돌을 어긋물리게 단층의 기단을 쌓은 반면 서탑은 이중기단을 쌓고 그 중 윗기단은 한 면을 둘로 나누어 팔부신중을 조각해서 단조로움을 피했다. 동탑이 힘이 느껴진다면 서탑은 얌전하게 보여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 남산에 비해 인적이 드문 동 남산에는 미륵골, 탑골, 부처골의 골짜기가 있고 그 앞으로 남천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다. 미륵골에 보리사가 있다면 탑골에는 부처바위가, 부처골엔 감실석불좌상이 있다.
남산동 삼층쌍탑을 등지고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오면 먼저 닿는 곳이 보리사. 남산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서 깊은 절이나 대웅전을 비롯한 몇 채의 건물은 근래 신축하여 그다지 볼거리가 안 된다. 그러나 꼭 보고 넘어가야 할 것은 보리사 석불좌상이다.
석불사 본존불과 비교될 만큼 균형 잡히고 잘생겼다. 유리벽안에 고이 모셔진 석불사의 본존불과는 달리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디며 모진 세월을 보낸 보리사 석불이 우리에게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문화재는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룰 때 더욱 아름답다. 항상 같은 조명과 온도, 같은 각도에서 보는 문화재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어두울 때나 환할 때, 춥거나 더울 때, 눈이 오거나 비가 올 때, 흐릴 때나 맑을 때, 그 때 그 때 제 모습을 달리하여 보일 때 더욱 감동을 주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