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6.02.07 21:38

수정 2006.02.08 17:38

▲ 김은혜 <아날로그 성공모드> 앞표지 ⓒ 순정아이북스

사람이 어떤 부문에서 성공하면 으레 수식어가 붙게 마련이다. 20대에 '방송계의 첫 정치부 여기자' 또는 '기자 출신 첫 여성앵커'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여성이 있다. 김은혜씨다. 그녀가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내적 깊이를 상징하는 아날로그와 함께.

그녀가 2001년 7월에 <나는 감동을 전하는 기자이고 싶다>를 출간한 지 4년 6개월 만에 새 책을 내었다. '느림의 성공법칙을 말하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아날로그 성공모드>(2006년 1월 15일 순정아이북스 펴냄)다.

기자 출신 첫 여성 앵커를 맡고 있을 즈음, 그녀는 자신의 성공을 화려하지만 순식간에 꺼질 수 있는 불꽃 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1년, 그 해에 그녀는 그것을 깨닫고 위기를 느꼈다. 그때 그녀는 과감히 마이크를 놓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재충전의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간의 관심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한 채 유학을 택하자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성공이라는 짧은 명제에 긴 호흡을 불어넣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스탠퍼드와 실리콘밸리는 그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의 연속으로 다가왔다. 특히 세계적 경영자로 손꼽히는 전 HP 회장 칼리 피요리나를 비롯해 이베이 CEO 맥 휘트먼, 야후 CEO 제리 양 등과의 1 대 1 만남을 그녀는 충격이라고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디지털 시대를 움직이는 리더들은 뜻밖에도 오히려 느리고 긴 호흡으로 삶을 채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김은혜씨는 매일 아침을 뉴스로 열며 디지털의 속도를 체감한다고 했다. 더 빨리 변신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발한 눈속임으로 어깨를 밟고, 사람을 소외시키는 범죄와 사건사고는 이제 웬만한 극악한 정도가 아니면 전파를 타지 못한다고 했다. 어느새 디지털의 속도와 불화에 내성이 생긴 탓이라고 했다.

정신없이 질주하는 디지털의 중심을 잡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공허해진 세상을 아날로그로 대체하며 윤택하게 채우고 싶다는 생각은 기자로서의 그녀의 삶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동반자였지만, 다시 세상에 알리고 책으로 만나는 용기를 내는 데엔 4년이 걸렸다고 했다.

이 책은 '아날로그 감성의 힘', '아날로그 성공 원칙', '아날로그 성공 매뉴얼', '아날로그 마인드 엿보기', 이렇게 모두 4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특히 '4장 아날로그 마인드 엿보기'에서는 각계의 아날로그 마인드를 가진 명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친 영혼의 휴식처-박경리
고독이 주는 깨달음-법정 스님
디지털 시대의 어머니 상(像)-김혜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박정자
일촌 정보가 기적을 만들다-히딩크
따뜻함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사람-임성훈
'독서'에서 나오는 카리스마-강금실
가요계의 아날로그 전도사-이은미
매화 향기를 지닌 신세대 연기자-배두나
성장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박경림
생각 많은 애어른-박주영

경영자가 아닌 각계 명사 11명의 이야기는, 내일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 양식으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