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앉아 있는 큰기러기.하호
21세기 과학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대한민국의 수도 심장부 서울. 역사적인 발자취가 살아 숨 쉬고 한강과 북한산의 자연경관을 품에 안은 아름다운 서울은 천만 사람들의 삶을 풍요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삶이 자연의 토대 위에 건설되어 지극히 반환경적 도시로 변모해온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살아 숨 쉬는 야생조류의 날갯짓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하호'는 2000년 5월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만들어졌다. 세대도 성별도 국적도 다르지만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에 대한 왜곡된 의식이 바뀌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을 담은 사람들. '하호'의 회원들은 그들의 이름대로 '하늘다람쥐에서 호랑이까지' '하하 호호' 웃으며 공생하는 그날을 희망하고 있다.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탐사를 진행해온 하호 회원은 2004년부터 서울시 조류 탐사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가 생태 도시로 거듭나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2006년 1월 21일 탄천 탐사길. 동서를 가로지르는 한강의 본류는 안양천, 탄천, 중랑천의 지류와 양재천의 지천이 흘러 만들어진다. 서울을 길러낸 아름다운 한강의 지류를 쫒아 1월의 한파를 뚫고 우리는 느린 걸음을 옮겼다. 자연이라는 따뜻한 기운을 가슴에 담아 서로 다른 보폭으로, 하지만 생명 존중이라는 한 곳을 바라보며.
탁하고 냄새 나는 강줄기를 따라 겨울철새와 텃새들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숫자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좀처럼 회복될 것 같지 않게 더러워진 강 위에서 아름답게 펼쳐지는 날갯짓은 아직도 꿈틀대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 주었다.
자연의 흐름과 정반대로 발전해 온 이 서울 한복판에서 발견한 야생의 흔적들! 이곳에서 먼저 둥지를 틀고 삶을 이어 온 것은 그들이었다. 인간은 뒤늦게 그 자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작은 존재였으나 어느새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채 그들의 서식지를 함부로 차지해 왔다.
도무지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 그 위를 낮게 날아가는 새들은 그저 기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적 같은 아름다움이 슬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곧 그 새들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안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저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