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의 선택, 통합론을 좌우한다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다면

등록 2006.02.10 10:14수정 2006.02.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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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경선자금 수사를 형평성을 잃은 명백한 표적수사로 비난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경선자금 수사를 형평성을 잃은 명백한 표적수사로 비난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주목할 흐름이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과 관련된 흐름이다. 두 가지다.

먼저 민주당 안에서 나타나는 흐름. 한화갑 대표가 2002년 대선 경선자금 문제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하자 어제(9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참여정부가 동교동계의 종자까지 죽이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다른 쪽에서도 볼륨을 높였다. <중앙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8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 사퇴 요구가 나왔고, 다음날 열린 의원모임에서도 지도체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눈여겨 볼 점은 이런 '반 한화갑' 기류가 열린우리당과의 통합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국민중심당, 고건 전 총리 등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른바 '반 한화갑'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한 대표 사퇴 요구와 통합론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통합론이 세를 얻기 위해서는 '통합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한 대표 체제가 막을 내려야 한다.

또 하나의 흐름은 열린우리당 경선과정에서 포착되고 있다. <한겨레>는 경선에 나선 임종석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대부분의 후보들이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 후보 측도 "호남지역 연설 이후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도권에서도…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고 한다.

임 후보가 호남지역 연설 이후 빠른 상승세를 타는 이유가 뭘까? 대체적인 분석은 그가 내세운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대의원, 특히 민주당에서 옮겨온 대의원들의 표심을 움직이고 있다는 데 모아지고 있다.


임 후보의 상승세가 실제로 표로 연결될 경우 그 잠재적 파괴력은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임 후보가 '창당 초심'을 강조하는 친노직계그룹의 김혁규 김두관 후보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설 경우 파괴력은 배가될 것이다.

민주당의 '반 한화갑'과 열린우리당의 임종석 상승세가 만나면


a 열린우리당은 지난 2일 8명의 당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 경선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가졌다. 예비경선에서 임종석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일 8명의 당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 경선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가졌다. 예비경선에서 임종석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하지만 단정하긴 이르다. 접점이 보이긴 시작했지만 두 흐름이 코 앞까지 다가선 건 아니다. 변수가 적지 않다.

한 대표가 자신에 대한 공세를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 등 2002년 당내 경선에 나섰던 다른 후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이유가 뭐겠는가. 전선을 당밖에 쳐야 당내 도전을 '적전분열'로 몰아갈 수 있다.

게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형성되는 공천 수요를 적절히 활용할 수도 있다. 민주당 공천으로 지방선거에 나서고자 하는 지망생들 입장에서 보면 통합론은 기회를 반감시키는 악재다.

열린우리당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의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말을 삼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연대와 통합에 적극적인 김근태 후보 역시 고건 전 총리나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에 공을 들이고 있지 민주당과의 조직적 통합을 본격 거론하지는 않는다.

두 후보 모두 민주당 통합론 못잖게 '창당 초심'을 주장하는 친노직계그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선거까지는 두 주장을 모두 다독이면서 제한적으로 외연을 넓히는 방법, 즉 조직 통합이 아니라 인물 영입에 공을 들여야 하는 처지다.

임 후보의 파괴력을 잠재적 가능성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임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해도 그 최대치는 3위다. 경우에 따라서는 4위가 될 수도 있다. 임 후보의 통합론을 즉각 당 노선으로 채택하기엔 역부족이다.

임 후보의 파괴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거 봐라"라고 외칠 수 있는 계기 말이다. 그건 절체절명의 당 위기 상황이다. 위기 상황은 지방선거 참패가 명약관화해진 상황, 또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상황을 뜻한다.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승리 여부를 가리는 기준으로 5석을 잡고 있다고 한다. 5명의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키면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이런 계산법에 따른다면 관건은 역시 서울시장이다. 서울시장은 5석 목표에 한 석을 보태는 의미만 갖는 게 아니다. 그 상징성으로는 한 석보다 '플러스 알파'가 더 크다.

왜 김근태 정동영 두 후보가 목을 길게 빼고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쳐다보겠는가. 이유는 뻔하다. 그런 점에서 강 전 장관의 선택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양쪽에서 모두 운위되는 통합론의 앞날까지 좌우한다.

통합론도 친노직계도 다독다독... 관건은 역시 서울시장

새로운 분석도 있다. <중앙일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4월 방북카드가 통합론에 미칠 영향을 이렇게 분석했다. "DJ 방북의 효과는 호남 지역에서 가장 클 전망이다. 'DJ 적자' 논쟁에서 열린우리당 쪽에 무게를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앙일보>는 열린우리당이 'DJ 방북'으로 인해 수도권의 호남표와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이 묶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0년 4.13 총선 며칠 전에 남북정상회담 사실을 공표했다가 역풍을 맞은 전례를 상기하면 'DJ 방북'의 파괴력이 그렇게 클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 짚을 건 그게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그런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런 기대감이 크면 클수록 열린우리당의 위기감은 희석되고 통합론은 유보된다.

탄력을 붙이는 요인보다는 유보를 강제하는 요인이 더 많은 게 통합론을 둘러싼 작금의 상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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