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없어 고가 디카를 묵혀둬야 하다니...

[고발] 아남 니콘, A/S의 기본은 아는가

등록 2006.02.10 15:16수정 2006.02.11 10:40
0
원고료로 응원
a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 니콘 D1x가 자칫 배터리를 구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있다.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 니콘 D1x가 자칫 배터리를 구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있다. ⓒ 임윤수

언제가 <오마이뉴스> 김정은 시민기자가 연재하고 있는 '아날로그 형 인간의 디지털 분투기' 중 '디지털카메라의 아킬레스건은 어디?'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 중에 '디카는 건전지 잡아먹는 귀신'이란 표현이 나온다. 몇 년 전부터 디카를 사용해 오던 사용자로서 어쩜 그리 족집게 같은 표현을 썼을까 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일이 있었다.

디카를 말할 때면 제일 먼저 언급되고 있는 화소 수나 가격의 싸고 비쌈에 상관없이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디카는 건전지 잡아먹는 귀신'이란 말에 동감할 것이다.

디카뿐 아니라 디지털제품이 특성상 배터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보편적 사실이다. 한마디로 디카에 있어 배터리는 실과 바늘, 총과 총알 같은 불가분의 관계다.

아남니콘 D1카메라 배터리 구할 수 없어 무용지물 될 판

기자는 디카에 있어 실과 바늘 같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배터리를 구할 수 없어 당분간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고가의 디지털 카메라를 바라보며 울화가 치밀어 올라 이 사실을 고발하고자 한다.

a 사용 중인 카메라는 비교적 고가인 SLR카메라 기종이다.

사용 중인 카메라는 비교적 고가인 SLR카메라 기종이다. ⓒ 임윤수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는 (주)아남옵틱스에서 수입판매하고 있는 니콘 D1x카메라로 정품이다. D1x는 몸체와 렌즈 등을 선택구입 하는 SLR(일안반사렌즈)카메라로 구입 당시 몸체 값만으로도 수백여만 원을 지급하였으니 저가카메라라고는 할 수 없다.

더구나 SLR카메라 특성상 몇 개의 렌즈와 플래시 등도 별도로 구입하느라 벼르고 별러서 힘들게 구입한 만큼 귀하게 취급하고 있지만 애증도 있다.


SLR 카메라를 구입하며 제일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제품의 가격보다도 부품이나 소모품들이 타사 제품들과는 호환되지 않는다는 문제다. 그러기에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하려면 제품의 일시적 선호도나 인기에 얽매이지 말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니콘제품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 가장 많이 보급된 카메라 중 하나


물론 필자도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의 결과물로 구입한 것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카메라다. 필자가 니콘 제품을 선택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카메라 제조사 중 한 곳이라는 점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이 보급되었으니 최소한 향후 소모품의 구입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전자산업이 발전하면서 대두되는 문제 중의 하나는 '사는 순간이 구 버전'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점점 짧아지는 것이기에 기종의 단종에 따른 소모품의 확보나 구매 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고민 끝에 심사숙고 해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배터리를 구할 수 없어 자칫 버려진 듯 일정기간 처박혀야 할 지도 모를 운명에 처해 있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산업분야가 배터리 분야이지만 지금껏 개발된 배터리들은 소모품들이다.

제아무리 최신의 제품이라고 해도 사용 횟수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그 성능이 떨어지고 결국 기능을 상실해 용도 폐기되니 새로이 구입해 사용해야 하는 소모품들이다. 일반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수입할 수 있는 상용 배터리들도 문제지만 '꼭 그 제품'이어야 하는 전용 배터리인 경우라면 배터리의 확보여부는 디카의 운명을 좌우하는 게 당연하다.

a 배터리를 넣지 못하면 공간만 텅 비는 게 아니라 용도조차 무용이 되니 사용자의 가슴까지 허전하게 만든다.

배터리를 넣지 못하면 공간만 텅 비는 게 아니라 용도조차 무용이 되니 사용자의 가슴까지 허전하게 만든다. ⓒ 임윤수

필자는 현재 성능이 떨어져 채 30분도 사용 할 수 없는 3개의 배터리를 붓대에 몽당연필을 꼽아 사용하듯 토막 촬영을 하고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마저도 불가능해질지 모르니 편법 내지는 불법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말 용도 폐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마음이다.

구하고자 하는 배터리는 니콘 D1x 전용 배터리인 EN-4 모델이다. 해당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아남니콘 대전A/S센터 및 판매점등에 문의하니 보유하고 있는 것이 없다며 서울 총판으로 확인해 보라고 한다.

서울 총판으로 전화를 하니 그곳에도 해당 모델의 배터리는 없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문의 전화가 있었지만 해당제품이 확보되지 않아 공급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세한 내용은 본사로 확인을 해보라고 하며 080으로 시작되는 대표 번호를 알려준다.

대표전화로 전화를 하여 상담을 하니 상담자 역시 해당 모델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면서 '제조사에서 공급해주는 최소단위의 수량을 주문받지 못해서 물량을 확보해 놓지 못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했다.

이미 말했듯 전용배터리는 약간의 오차는 생길지 모르지만 얼마든지 그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 소모품이다. 기종의 판매수량, 배터리의 평균 수명, 년 간 소요 발생량 등이 통계적으로 평가된다면 년차 적으로 확보해두어야 할 수량의 예측이 가능하니,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요를 산출한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소모품은 예상되는 수요만큼 미리 물량확보 해야

그의 설명대로 선주문 후 확보, 수요자의 주문이 제조사가 공급 가능한 수량만큼 확보되어야 주문을 하여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횡포다. 극단적인 예가 될지 모르지만 제조사에서 공급 가능한 수량을 최소 100개라고 가정을 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공교롭게도 주문량이 95개쯤에서 멈추고 최소한 몇 개월 동안 더 이상 주문이 없다면 95명의 사용자는 정말 그 고가의 카메라를 처박아 두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설사 제조사에서 공급해주는 최소 주문단위가 100개라고 해도 국내 총판권을 가지고 있는 아남옵티스에서는 소요되는 물량을 사전에 확보해 두었다 소비자들에게 무리 없이 공급해 주는 게 최소한의 A/S라고 생각한다. 아남니콘의 D1시리즈(D1, D1x, D1h) 카메라는 2004에 단종되었고, 현재는 D2 시리즈가 보급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D2시리즈 역시 언젠가는 단종이 되고 단종된 후 1여 년 후면 소모품을 구입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억측이 가능하다.

a 현재 국내에서는 이런 배터리, 모델 EN-4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거나 불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런 배터리, 모델 EN-4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거나 불가능하다. ⓒ 임윤수

터무니없는 억지일지 모르지만 이런 상태라면 니콘에서 출시되는, 그것이 D3나 D4 시리즈로 이어지든 아니면 다른 시리즈로 이어지든, 모든 카메라는 국내에서 만큼은 제품의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배터리를 공급받지 못해 잠시 아니면 영원히 처박아 두어야 하는 애물단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A/S 는 구호보다 작은 실천으로

필자는 이미 2회에 걸쳐 CCD 청소 등 A/S를 받은 적이 있다. 인위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때의 A/S는 신속하고 친절하게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배터리를 구입할 수 없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경영이나 시스템적인 미비에서 발생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된다.

9일 저녁에는 담당자가 불편을 끼치게 된 점을 정중하게 사과하는 전화를 했지만 정작 어떻게 이런 일(국내에서 배터리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 등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은 제조사(일본) 등에 확인해야 하므로 2주 정도는 지나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순간포착이 생명인 카메라를 사용함에 있어 배터리를 구입하는데 2주가 걸리는 게 아니라 왜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데 최소 2주 정도가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필자는 현재 성능이 떨어져 채 30분도 사용할 수 없는 3개의 배터리를 이용해 토막촬영을 하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 이마저도 불가능해지면 정말 용도 폐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마음이다. 궁여지책으로 편법배터리를 사용하다 불미스런 사고라도 발생하면 그들은 모든 책임을 사용자에게 돌릴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a 기능이 떨어진 3개의 배터리를 붓대에 몽당연필을 끼워 사용하듯 토막 촬영을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될 것 같으니 마음이 불편할 뿐이다.

기능이 떨어진 3개의 배터리를 붓대에 몽당연필을 끼워 사용하듯 토막 촬영을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될 것 같으니 마음이 불편할 뿐이다. ⓒ 임윤수

명성과 신뢰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장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하여 고민 끝에 결정한 제품이 이렇도록 안일하게 취급되는 지는 정말 짐작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어떤 카메라를 사는 게 좋으냐고 물어왔을 때, 제조사의 카메라들이 널리 보급된 제품이니 믿을 수 있을 거란 말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해당 제조사 카메라를 구입하라는 권고도 하지는 못할 듯하다.

국내에 D1 시리즈 카메라가 몇 대나 보급되었는지를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자칫 해당제품을 구입한 수많은 수요자들이 기자와 같은 황당한 입장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시장점유율에 기댔던 믿음이 어리석음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필자만의 안타까움이 아닐 듯하다.

08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전화를 하면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남옵틱스입니다'라는 인사말이 나온다. 고객만족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구입한 제품이 무용지물이나 애물단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만이라도 덜어줬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2개의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으며, 기사 중 사진 역시 니콘사 제품으로 찍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2개의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으며, 기사 중 사진 역시 니콘사 제품으로 찍은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