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마저 실패한 그들만의 집안잔치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왜 실패했나

등록 2006.02.17 11:12수정 2006.02.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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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린우리당 의장 후보들은 16일 오후 전당대회전 마지막 합동토론인 MBC 100분 토론에 출연했다. 사진 왼쪽부터 토론진행자 손석희 아나운서, 조배숙, 김혁규, 김부겸, 김근태, 김두관, 정동영, 김영춘, 임종석 후보

열린우리당 의장 후보들은 16일 오후 전당대회전 마지막 합동토론인 MBC 100분 토론에 출연했다. 사진 왼쪽부터 토론진행자 손석희 아나운서, 조배숙, 김혁규, 김부겸, 김근태, 김두관, 정동영, 김영춘, 임종석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는 실패했다. 다른 건 몰라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당 의장 경선에 나선 후보 대다수도 인정하는 바다.

연말연초만 해도 김근태 정동영 두 장관이 당에 복귀해 빅 매치를 벌이면 당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지금까지도 두 사람의 지지율 합계는 이명박 서울시장은 물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지율을 5~10%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심 기대했다지만 이마저 달성하지 못했다.

왜일까? 왜 실패했을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증이 하나 있다. 당 의장 경선기간 내내 김근태 정동영 두 후보가 가장 주력한 건 외부인사 영입이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영입을 놓고 어제 벌어진 입씨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는 뭘 뜻하는가? 두 가지 함의가 깔려있다.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이슈가 '당 소생'이었다는 점이 그 하나다. 또 하나는 '소생'의 특효약을 당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이 둘을 종합하면 이런 잠정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내부 자생력으로는 '소생'의 기미조차 확보할 수 없을 만큼 열린우리당의 상태가 중증이라는 사실 말이다.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전당대회 개막에 즈음해 노무현 대통령은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당내 반발이 일자 유시민 의원을 "차차기 지도자감"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로써 당 의장 경선은 '전면전'에서 '제한전'으로 위상이 격하됐고, '대선 전초전'에서 '과도 지도부 선출전'으로 의미가 축소됐다. '초'가 쳐진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초까지 쳐진 전당대회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타가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김근태 정동영 두 후보는 대박을 칠 만한 '특A급' 스타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초'까지 쳐졌다. 그래서 나타난 결과가 뭔가? '특A급' 스타로 발돋움해야 할 후보들이 다른 사람을 '특A급'으로 올리는 희한한 광경이 연출됐다.

점입가경인 것은 '특A급' 후보 두 명의 이름이 언론에 의해 본격적으로 보도됐는데도 약발이 신통치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다 해도 이름과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흥행에 일정하게 도움을 줬어야 하건만 그렇지도 않았다. '고건'과 '강금실'은 '하인스 워드'에 밀렸고, '연합'은 '지하철 결혼'에 묻혔다.


상황은 간단하다. 민심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이게 실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회성 이벤트가 먹힐 수 없다. 3년간의 국정운영에 실망한 마음이 몇몇 인물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쇄될 수는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웬만한 이벤트로 돌릴 수 없는 민심이라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민심이 이반된 이유가 정책 혼선과 개혁 실종에 있었다면 그것을 다시 추스를 수 있는 마음과 전열을 다듬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안 한 건 아니었다. 김근태 후보는 부동산 공개념 도입을 위한 개헌 카드를 꺼냈고, 정동영 후보는 5세 아동 무상교육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반응은 밋밋하다 못해 썰렁했다. 국민의 정책민감도가 가장 큰 부동산과 사교육 문제를 건드렸는데도 반응이 썰렁했던 이유는 뭘까?

새 당 의장, 깔아놓은 멍석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

당 의장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그런 정책을 책임지고 추진할 것이라고 기대한 국민이 적었다. 그 정도의 실천의지와 힘이 있다면 노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 문제를 제기했을 때 지지든 반대든 왜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지 못했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결론은 이렇다. 국민은 당 의장 경선에 나선 후보를 노 대통령의 리더십을 대체할 '차기 지도자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그렇다. 열린우리당은 아직까지 '노무현 당'이고, 열린우리당의 지도자는 당 의장이 아니라 노 대통령이란 인식이 아직도 굳게 박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애초부터 '깔아놓은 멍석'에서 치러지는 집안잔치에 불과했다.

내일 새로 뽑힐 당 의장이 환호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짧다. 당 의장 경선보다 더 힘든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깔아놓은 멍석'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자칫하다간 '과도'의 딱지를 떼지 못할 수도 있다.

'자리'란 그런 것이다. 안락함 못잖게 흔들림을 안기는 게 '흔들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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