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더 왼쪽을 봐야 한다

[창간 6주년 - '쓴소리' 릴레이 ③] 이봉렬 시민기자

등록 2006.02.22 11:28수정 2006.02.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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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오마이뉴스>는 창간 6돌을 맞이합니다. 창간 당시 내걸었던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다소 생경한 모토는 이제 인터넷 미디어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시민기자들의 힘으로 일궈낸 성과입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현재에 더욱 충실하겠습니다. 창간 6돌을 맞아 주례사식 축하 글 대신 릴레이로 '쓴소리'를 듣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에 대한 비판은 물론 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의 기회는 시민기자와 누리꾼 여러분께도 열려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쓴소리 릴레이' 세번째 주자는 이봉렬 시민기자입니다. <편집자주>
창간 6주년
기념이벤트
오마이뉴스 6대 뉴스, 6가지 퍼즐
a 서울 종로구 내수동 오마이뉴스 편집국 출입문.

서울 종로구 내수동 오마이뉴스 편집국 출입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마이뉴스>가 창간된 지 벌써 6년이나 되었단다. 그동안 <오마이뉴스>가 이뤄낸 성과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이야기가 있었기에 굳이 사족을 덧붙일 생각은 없다. 인터넷 언론의 새로운 전형을 창출해냈고, 객체에 머물러 있던 시민을 뉴스의 생산 주체로 끌어올린 지난 6년간의 행보에 박수 한번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오늘은 창간 여섯 돌을 맞는 <오마이뉴스>에 그 존재의의를 묻고자 한다.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다. 지난 여섯 해 동안 <오마이뉴스>와 함께 해 온 시민기자 입장에서 자문자답을 하자면 다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보수와 진보가 8대2 정도'인 현재의 언론 지형을 '5대5'로 바꾸는 '언론권력의 교체'를 이루는 것이며, 두 번째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명제를 증명해 내는 것이다.

지금 <오마이뉴스>는 이 존재의의를 잘 지켜내고 있는가? 하나씩 확인해 보자.

<오마이뉴스>는 진보하고 있는가

첫째. <오마이뉴스>는 보수가 압도하고 있는 언론 지형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진보적인가? <오마이뉴스>는 스스로 '열린 진보'를 편집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면에 드러나는 모습은 그다지 진보적인 모습은 아니다.

<오마이뉴스>는 창간 초기 매향리 미군 사격장에 수일 동안 기자를 상주시키면서 대한민국 영토가 미군에 의해 유린당하는 현장을 생생히 보도하여 국민적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 새만금 매립현장이나 방폐장 이전 대상지에서의 대립, WTO 반대 투쟁의 현장, 노동자 농민들의 시위현장 등에서는 예전 <오마이뉴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마이뉴스>의 주특기였던 '선택과 집중'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종합 인터넷 매체로서 모든 기사를 고루 다루어야 한다는 강박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삶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써낸 기사가 아니라, 한 발짝 물러나서 구경꾼의 입장으로 묘사해 내는 기사라면 굳이 <오마이뉴스>가 아니어도 써 내는 곳은 많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오마이뉴스> 첫 화면에서 야당 대변인의 습관성 독설과 여당 유력 의원의 동정이 주요뉴스로 다뤄지는 경우가 잦아졌다. 조회수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정치인들의 가십거리 기사로 인해 시민사회의 역동적 활동과 목소리가 뒤로 밀리는 것은 일부러 <오마이뉴스>를 찾는 독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 줄 뿐이다.

<오마이뉴스>가 점점 커지면서 더욱더 진보적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다른 매체와의 경쟁을 이유로 닮아가고 있는 것도 지적받아야 한다. <오마이뉴스>에는 환경과 노동, 농민 등의 섹션은 없는 대신, <오마이경제>는 또 하나의 <오마이뉴스>라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오마이경제>가 다른 경제지와의 차별성을 위해 고민하고 그 결실을 하나 둘 내놓고 있다고는 하지만, <머니투데이>나 <연합뉴스>의 기사로 대신하는 경우가 잦고, 대기업의 신제품 소개 기사 등 차별성 없는 기사들도 자주 눈에 뜨인다. 앞서 언급한 기성 매체들과는 기사 제휴를 하면서, <민중의 소리>나 <참세상> <인권운동 사랑방> 등 진보적 성향의 전문 매체와의 연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마이뉴스>의 시선은 좀 더 왼쪽을 향해야 한다.

진보란 현 체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비판을 통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걸 말한다. 개별 사안마다 노동자, 농민, 도시 서민 등 우리 사회 기층민중의 편에 서는 것이 진보적 언론이 취해야 할 태도다. 민중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스스로 민중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지향하는 진보가 때로는 특정 정치집단과의 유착으로 비치는 경우가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오마이뉴스>가 현 정부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로 인해 독자들로부터 <오마이뉴스>의 진보가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취하고 있는 말뿐인 진보와 별반 다르지 않느냐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 같은 지적이 억울하다고 눈을 흘기지 말기를. 이건 독자들이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느낀 바이며, 설령 오해라고 하더라도 독자들의 의구심을 풀어 줄 의무는 <오마이뉴스>에게 있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지면의 '정치과잉' 역시 이 사회의 진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의 진보성과 관련하여 한 가지 더 짚어 봐야 하는 것은 <오마이뉴스>의 편집철학이 진보를 추구하고 있느냐 하는 것과 더불어, 언론사 자체로서도 진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시민기자제를 도입하고, 시민기자의 '사는 이야기'가 첫 화면 톱기사로 올려지는 것은 언론사로서 진보적인 시도였다. 최근 블로그나 댓글에서도 톱기사를 끌어내는 시도를 하는 것도 또 다른 진보를 위한 시도라 판단된다.

하지만 그뿐인가? <오마이뉴스>가 시도한 진보적 시도는 이제 거의 모든 인터넷 매체가 벤치마킹을 통해 따라 하고 있다. 진보가 현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면 <오마이뉴스>는 언론사로서 또 다른 진보적 시도를 해야 한다. <오마이뉴스>가 지향하는 '세계 최초의 인터넷신문다운 신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두 번째,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창간정신은 지금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가?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수가 4만을 헤아린다고 한다. '새 소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남에게 전하고 싶'었던 4만의 시민들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저마다 뉴스를 내 놓았던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기자가 나와서 새 소식을 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냉정한 눈으로 현실을 보자. 4만명의 시민기자 가운데 과연 정기적으로 기사를 올리는 시민기자의 수는 얼마나 되는가? 또한 창간 초기 <오마이뉴스>와 뜻을 같이하며 기사를 썼던 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 지속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한때 <오마이뉴스>의 귀중한 자산이었던 시민기자들 가운데 더는 기사를 쓰지 않는 이들이 많다. 그들 가운데는 <오마이뉴스>에 대한 실망감을 적극적으로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애정이 없었다면 실망도 없을 터. <오마이뉴스>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오마이뉴스> 창간 초기, 상근기자와 시민기자의 기사를 5대5의 비율로 편집했었다. 하지만 이 원칙은 이제 <오마이뉴스> 소개란에만 박제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언제부턴가 시민기자의 기사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언론 영향력 6위'라는 훌쩍 커 버린 덩치 때문에 시민기자의 기사가 가려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시민기자의 구성이 대학생, 직장인, 언론인, 교사, 주부 등 일부 계층 또는 직업군에 편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히 전달할 수 있는 기자는 바로 학생이다. 시민기자 가운데 교사에 비해 중고등학생들의 참여가 낮다 보니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가 힘들다.

또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등을 통해 외국인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시민기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들에게 글을 쓰는 기교는 부족해도 전하고 싶은 뉴스는 분명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현실적 이유로 글쓰기가 어려운 청소년, 장애인, 노인들의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담아 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포털 사이트 미디어 면의 여러 기사 가운데 내용만으로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가려 낼 수 있어야 한다. 지난 6년간 <오마이뉴스>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소개되지 못했을 뉴스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 삶에는 <오마이뉴스>만이 전달할 수 있는 뉴스가 분명히 있다.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의 기사를 통해 승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a 이봉렬 시민기자

이봉렬 시민기자

이제껏 살펴 본 바와 같이 <오마이뉴스>의 지금 모습은 진보성에서도, 시민기자제도의 운영 면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 시민기자로서 창간 6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에게 이렇게 쓴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그 부족한 부분을 <오마이뉴스> 스스로 채워나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진보하기를 그만두는 것은 그 자리에 멈춰서는 것이 아니라, 퇴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4만의 시민기자와 함께 늘 진보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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