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을숙도, 사람들을 용서해다오

모래 반 재첩 반이었다던 낙동강 하구의 안타까운 모습

등록 2006.02.25 11:38수정 2006.02.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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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알이 부화할 시절이면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알까는 소리에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였단다.'

'두 손을 모아서 모래를 퍼내면 그중 절반은 재첩이었지….'


a 기러기의 비상. 앞서 가던 방문객들이 놀라게 했나봐요.

기러기의 비상. 앞서 가던 방문객들이 놀라게 했나봐요. ⓒ 이종혁

과연 이런 시절이 있었을까요? 막 20대에 들어서 낙동강과 을숙도에 대해 알아가던 시절에 예전의 을숙도를 기억하는 어르신께 들었던 말씀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을숙도가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것을 아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하구둑에 신음하고 쓰레기 매립장에 고통 받던 을숙도는 이제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제 쓰레기 매립시설을 생태공원으로 복원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을숙도는 명지대교 공사로 인해 다시 한 번 허리 잘려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5년 만에 찾아가 본 을숙도. 언제 환하게 미소 짓는 을숙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a 승학산 정상에서 바라본 을숙도의 전경. 가로지르는 다리의 왼쪽 부분을 돌아 보았습니다.

승학산 정상에서 바라본 을숙도의 전경. 가로지르는 다리의 왼쪽 부분을 돌아 보았습니다. ⓒ 이종혁

을숙도는 섬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기준으로 상류쪽은 수자원공사 건물과 체육시설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람이 만든 구조물로 되어 있습니다. 실제 쓰레기장과 갈대숲,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도로의 아래쪽입니다. 예전에는 일반인에게 통제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공원화되는 중이라 주차시설도 만들어지고 통행이 자유로운 편입니다. 정기적인 생태 투어도 가능합니다.

제가 오늘 돌아 본 곳은 섬의 아래쪽입니다. 걸어서 을숙도를 돌아보는 것은 길게는 3시간 정도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3시간의 코스를 따라 함께 걸어 봅시다.


a 철새 관측소 근처에서 바라본 갯벌 전경. 제법 많은 철새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철이 지나서인지 기대만큼 많지는 않더군요.

철새 관측소 근처에서 바라본 갯벌 전경. 제법 많은 철새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철이 지나서인지 기대만큼 많지는 않더군요. ⓒ 이종혁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직진하면서 하류쪽으로 계속 가면 오른쪽으로는 낙동강 하류와 강 건너 신평공단이 보입니다.

섬의 거의 끝 부분에 이르면 철새관측소가 있습니다. 이곳은 썰물 때 아주 넓은 갯벌을 관찰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 철새를 많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부산에서 넓은 갯벌을 볼 수 있는 곳은 을숙도, 신호공단에서 가덕도 행 선착장에 이르는 지역입니다.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바닷가만 보았던 분 들은 꼭 한 번 볼만한 지역입니다.


a 조류관찰소에서 보이는 새들의 모습. 한가한 모습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조류관찰소에서 보이는 새들의 모습. 한가한 모습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 이종혁

철새 관측소를 지나 내려온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내려가게 되면 멋진 갈대 숲을 볼 수 있습니다. 가을에 갈대가 하얗게 필 때는 장관을 이룹니다.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오는 동안 갈대밭 전체를 볼 수는 있으나 그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갈대숲 사이를 걸으려면 입구쪽으로 더 올라와서 야외학습장 쪽을 통해서 들어가야 합니다. 한창 무언가 시설을 만드는 공사 중이었고, 여기서부터는 비포장 도로입니다.

a 을숙도의 갈대.

을숙도의 갈대. ⓒ 이종혁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갈대숲 사이를 걸었습니다. 가끔씩 새들이 쉬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갈대숲 사이의 좁은 수로도 운치를 더해 줍니다.

a 갈대숲의 수로

갈대숲의 수로 ⓒ 이종혁

역시 포장도로를 걷는 것보다는 이 길을 가는 곳이 더욱 을숙도를 느끼게 해 줍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걷다보면 거가대교 공사 현장으로 길이 막혀 있습니다. 옛날에 비해 큰 트럭들이 많이 다닌 흔적이 길에 나 있고, 좀더 갯벌 가까이 걸어서 진입할 수 있었는데 그 길이 막혀 있습니다.

공사현장을 기준으로 더 아래쪽은 갈대가 빽빽하게 자라 있고 그 위쪽은 예전에 비해서 갈대가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없었던 경계선이 생겨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실제로 그렇게 변해버린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래쪽과 위쪽이 많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a 공사차량이 드나든 흔적과 갈대숲을 가로질러 길게 막혀있는 명지대교 공사현장.

공사차량이 드나든 흔적과 갈대숲을 가로질러 길게 막혀있는 명지대교 공사현장. ⓒ 이종혁

갈대밭 중간을 커다랗게 가로지른 공사현장은 하구둑, 쓰레기 매립장에 이어 사람들이 을숙도에 입힌 큰 상처입니다. 사람이 얻을 수 있는 편리함도 있겠지만. 돈으로 다시 살 수 없는 커다란 가치를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이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a 무엇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 서 있는 것일까. 인간의 욕심앞에서 무기력하게 서있는 듯 보이는 관측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 서 있는 것일까. 인간의 욕심앞에서 무기력하게 서있는 듯 보이는 관측대 ⓒ 이종혁

모래 반 채첩 반이었다던 낙동강 하구의 모습. 동양에서 가장 철새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 그 때 그 시절의 을숙도는 어땠을까 너무 궁금하고 아쉽습니다. 어른들이 잘 지켜서 물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a 생태 교육장 부근에 조성된 습지. 조류의 개체수는 많지 않았습니다.

생태 교육장 부근에 조성된 습지. 조류의 개체수는 많지 않았습니다. ⓒ 이종혁

5년 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에 비해서 더욱 사람 냄새 나는 곳으로 바뀌어 버린 을숙도. 지금 하고 있는 생태공원 조성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될지 모르겠지만 더욱 많은 새들이 다시 찾아오는 그런 곳이 되길 바랍니다.

a 명지대고 공사장 위쪽은 상대적으로 갈대의 분포가 적었습니다.

명지대고 공사장 위쪽은 상대적으로 갈대의 분포가 적었습니다. ⓒ 이종혁

아… 을숙도.

파헤치고, 쓰레기를 묻고, 상처를 주어서 미안합니다. 사람들을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지켜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해서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을숙도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을숙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http://eulsukdo.busan.go.kr/

을숙도를 지켜가는 사람들의 모임과 을숙도 생태투어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방문하시면 더 좋습니다.

덧붙이는 글 을숙도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을숙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http://eulsukdo.busan.go.kr/

을숙도를 지켜가는 사람들의 모임과 을숙도 생태투어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방문하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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