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명함갖기·1회원 1통장 갖기운동

[우타가 만난 사람] (사)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 최성희 회장

등록 2006.03.03 12:33수정 2006.03.0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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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희 회장
최성희 회장우먼타임스
[권미선 기자 | 사진 노민규 기자] 원색의 땡땡이 스카프를 두르고 오진 않았을까. 꼬불꼬불하게 파마를 한 주부들이 한데 모여 있을지 않을까. 푸근한 외모의 아줌마들이 강당이 떠나가라 수다를 떨고 있을지 않을까. 지난 2월21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있었던 (사)농가주부모임협의회의 정기총회 현장은 이런 예상을 철저히 빗나가게 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250여명의 주부들은 농촌의 '아낙'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여성경제인단체 모임에 참석한 듯한 우아한 정장차림의 세련된 'CEO'의 모습들이었던 것. 전국 6만여명의 정회원을 갖춘 든든한 조직인 (사)농가주부모임은 10년의 역사를 자랑할 만큼 농촌을 지키는 막판 '히든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모임의 대모격인 최성희 회장은 의외로 '서울' 사람.

그는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에서 주말농장을 운영하며 농가주부들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장화를 벗고 하이힐로 바꿔 신으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여성 농업인들이 농촌을 이끌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과거에는 남자의 부속 역할로 여성들이 일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이런 여성농업인의 경제적 지위향상을 위해 저희 농가주부모임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올해 이들이 내세운 슬로건은 '여성 농업인 명함 갖기 운동'과 '농산물 출하대금 1회원 1통장 갖기 운동'. 한마디로 이젠 '농민'보다는 'CEO'가 되자는 것이 최 회장의 설명이다.

전국 6만여명의 정회원을 갖춘 (사)농가주부모임은 올 한해를 여성농민이 아닌 여성CEO로 거듭나는 해로 선포했다. 사진은 올 주력캠페인으로 선포한 ‘여성농업인 명함갖기 운동’발대식.
전국 6만여명의 정회원을 갖춘 (사)농가주부모임은 올 한해를 여성농민이 아닌 여성CEO로 거듭나는 해로 선포했다. 사진은 올 주력캠페인으로 선포한 ‘여성농업인 명함갖기 운동’발대식.우먼타임스
"지역을 둘러보면 여성 스스로가 '나는 여자니까' '나는 컴퓨터를 잘 못하니까' 등등 스스로를 비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들여다보면 누구 못지않은 뛰어난 사업 수완과 노하우를 가진 주부들이 참 많은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교육을 시켜주고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려고 합니다. 농업이 훌륭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지요."

그는 농업은 이제 미래의 유망사업이 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주부들도 지금의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쌀 협상 비준, 농산물시장 개방, 폭설·폭우 피해 등 앞일을 점칠 수 없는 것이 농업이지요. 뿌린 대로 거두는 재래식 농사법은 이제 옛말입니다. 농촌마을도 잘 가꿔 관광객을 유치하고 특산물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판매도 해야 합니다. 주부들이 일에 애착과 자부심을 갖는다면 농촌도 한결 풍요로워질 것이고, 그러면 전국이 고루 살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는 그러기 위해 도농 간의 쌍방향 변화가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몸빼 입은 농촌주부들 거의 없습니다. 정보화교육이 잘 되어 있는 마을은 60대 할머니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홈페이지도 관리하거든요. 도시 사람들은 농업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농촌사람들도 '고인 물'이 되지 않도록 계속적인 학습을 해야 합니다. 서로가 변화하고 존중한다면 농촌을 굳이 떠나려하지 않겠지요."

그는 그러기 위해 자신을 비롯한 '앞선 농촌주부'들의 활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훌륭한 롤 모델을 만들어 많은 주부들이 그들을 본받도록 한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기도 하다.

"벼농사하는 김씨, 귤밭의 민정엄마 등이 아니라 '스마일 청과'의 김아무개 사장, '행복 팜스테이'의 최아무개 사장으로 불릴 때까지 열심히 뛸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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