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오마이뉴스 남소연
2004년 6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로비.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의 얼굴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기자들이 따라 붙었다. 관심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의 면담내용이었다. 강 위원장은 "이 회장과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삼성에 대한 국민의 애증을 설명했다"는 말도 이었다.
잠시 후 이건희 회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담담한 표정이었다. 불안한 경제에 대한 전망을 묻자 "서민과 영세민이 문제다", "(대)기업은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창 논란이 되던 재벌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축소에 대해선 "그런 얘기한 적 없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20여분 남짓이었다. 그럼에도 강 위원장과 이 회장 사이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례적인 공정위원장과 4대 재벌 총수사이의 단독면담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마다 약간 차이가 있겠지만, 사실상 4·15총선에서 압승한 정부·여당이 총수들에게 재벌개혁에 대한 최후통첩을 했던 자리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위헌 논란까지 빚었던 공정거래법은 결국 그해 겨울, 정부안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참여정부에서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강 위원장의 뚝심이 발휘던 순간이다. 2003년 3월 민간인으로는 처음 공정위원장에 오른 그가 오는 9일 퇴장한다. 법으로 정해놓은 3년 임기를 꽉 채웠다. '경제검찰' 총수로서 그의 3년은 재벌과의 끊임없는 줄다리기 연속이었다.
취임 한 달만에 재계 '입'과 맞부닥치다
2003년 4월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성명을 발표한다. 경제가 침체돼 있기 때문에 정부의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4일 신임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재벌 구조조정본부장의 오찬 간담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강 위원장은 이들 구조조정본부장에게 "경제단체장들이 집단으로 대국민 성명 발표 방식으로 개별 정부정책에 대해 시시비비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그의 이같은 지적을 두고 보수언론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7일자 신문 사설을 통해 "'토론공화국'을 자처하는 이 정부에서 '말도 못하느냐'는 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으니 모양이 우스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대주주인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전시대적이고 고압적인 발상", "수준이하", "어불성설" 등의 용어를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신문은 "개혁을 하려면 현실감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업의욕을 더 꺾어도 좋은 상황인지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준엄하게 꾸짖기도 했다. 보수언론의 '강 위원장 길들이기'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같은 달 18일. 강 위원장은 박용성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전 두산그룹 회장)과 맞부닥친다. 박 전 회장은 재계의 마당발로 거침없는 '입심'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박 전 회장이 강 위원장을 아침 간담회에 초청한 것.
이날 자리에서 박 회장이 대놓고 "출자총액한도를 폐지할 생각이 없냐"고 직설적으로 묻자, 강 위원장은 "폐지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기관의 의결권 제한도 풀어달라는 박 회장의 청탁(?)도 "작년에 30%까지 허용하지 않았나?"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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