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개장 첫날인 지난 2004년 5월 1일, 서울시청앞 잔디광장 '서울광장'의 모습.권우성
피서철 바가지 상술을 연상시키는 서울시의 행태는 그만 얘기하자. SKT컨소시엄이나 (주)엑세스 엔터테인먼트가 왜 거금을 들여 운영권을 사들였는지도 뻔한 얘기니까 생략하자.
하지만 이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SKT컨소시엄에는 동아·조선·서울·KBS·SBS가 포함돼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물론 곱게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의 상술 못잖은 게 SKT의 장삿속이다. SKT는 독점이 초과이윤을 낸다는 원리를 충실히 행한 셈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본의 논리다. 아무리 자본의 논리라 해도 완전 독점은 허용하지 않는 게 시장의 철칙이다. 하지만 SKT는 이 철칙을 깼다. 진입과 퇴출이 맘대로 이뤄져야 하는 자유시장, 바로 길거리에 완전 독점의 그물을 쳤다.
그런데 이런 '반시장적' 행위에 다수의 언론사가 동참했다. 완전독점이 차려준 진수성찬의 밥상에 숟가락을 올렸다. 그 누구보다 공공의 이익과 자유의 원리를 중시해야 할 언론사가 독점 컨소시엄의 소주주로 등기했다.
비단 SKT컨소시엄에 참여한 언론사만이 아니다. 단독으로 주최권을 따내려 한 MBC도 발상의 측면에서는 다를 게 없다.
잘못 뗀 발걸음
발걸음을 이렇게 뗐으니 그 '이후'가 정상적일 리가 없다. SKT컨소시엄의 독점 사실을 비난하는 성명과 논평이 쏟아지는데도 이들 언론사는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이런 보도태도는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사례가 더 이상하게 다가올 수 있다.
KBS는 지난 1일 '월드컵 응원 둘로 갈리나'란 기사에서 "상당수 누리꾼들은 두 대기업의 상업전략에 붉은악마까지 합세하면서 응원의 순수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SBS는 지난 2일 '붉은악마-SKT, 거리응원 불협화음'이란 기사를 통해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리 응원이 둘로 나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영과 보도의 분리원칙에 입각해 살펴볼 수도 있는 사례라고 생각하면서도 솔직히 낯선 감을 지울 수 없던 차에, 추가로 눈에 띄는 한 대목이 있다. SBS의 경우다.
"붉은악마를 포함한 모든 단체들이 서울광장에 함께 모여서 대국민 화합의 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조중래 SKT 상무의 말에 이어 붉은악마의 "불쾌한 속내"를 전한 기자는 이런 리포트로 마무리했다.
"서울광장에 모일 온 국민의 성원을 외면할 수도 없다는 데 붉은악마의 고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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