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사 하나는 정말 기막히게 하네요

[뉴스가이드] 시청앞 광장 대여에 '하이 서울 페스티벌' 끼워팔기?

등록 2006.03.10 10:09수정 2006.03.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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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 6월 10일 한일 월드컵 '한국-미국'전에서 서울시청앞 응원전을 하던 붉은 악마들이 머리 위로 대형태극기를 펼치는 응원을 하고 있다.
지난 2002 6월 10일 한일 월드컵 '한국-미국'전에서 서울시청앞 응원전을 하던 붉은 악마들이 머리 위로 대형태극기를 펼치는 응원을 하고 있다.이종호

숱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빠져나갈 퇴로는 있었다.

서울광장에서 펼쳐질 독일 월드컵 거리응원 주최자로 SKT컨소시엄을 선정한 데 대해 서울시는 불가피했다고 했다. 어차피 경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주최자를 선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현실논리를 내세웠다.

왜 자릿세를 받고 내줬느냐는 민주노동당 등의 비난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조례에 따라 서울광장 사용료를 공정하게 부과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도 아니었다. SKT컨소시엄은 서울시에 30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 후원금이라고 한다. <한겨레>의 보도다.

30억의 의미

30억원이란 수치는 서울시가 주장한 '조례에 따른 사용료'와는 거리가 멀다. 서울광장의 사용료는 1시간 기준으로 제곱미터당 10원이고, 서울광장의 전체 면적은 1만3천 제곱미터다. 경기당 응원시간을 10시간으로 잡고, 여기에 3경기를 곱해도 1천만 원을 넘지 않는다.

서울시로선 대박을 친 셈이지만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서울시민이 자유롭게 써야 할 서울광장을 왜 특정 업체에 돈 받고 넘겼느냐는 비난 말이다.


그래서일까? SKT컨소시엄이나 서울시 모두 30억원을 서울광장 사용료라고는 하지 않는다. 공익기여금이란다. 서울시 주최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후원하는 게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란다.

회계법은 그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지 몰라도 일반상식백과는 그렇지 않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을 대여해주는 조건으로 '꺾기' 또는 '끼워팔기'를 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상암 월드컵경기장 응원행사 운영권도 (주)엑세스 엔터테인먼트란 공연기획사에 넘겼다. 1회 사용에 2억8천만원씩 총 8억4천만원을 받기로 했다.

완전 독점에 숟가락 올려놓은 언론사들

공식 개장 첫날인 지난 2004년 5월 1일, 서울시청앞 잔디광장 '서울광장'의 모습.
공식 개장 첫날인 지난 2004년 5월 1일, 서울시청앞 잔디광장 '서울광장'의 모습.권우성
피서철 바가지 상술을 연상시키는 서울시의 행태는 그만 얘기하자. SKT컨소시엄이나 (주)엑세스 엔터테인먼트가 왜 거금을 들여 운영권을 사들였는지도 뻔한 얘기니까 생략하자.

하지만 이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SKT컨소시엄에는 동아·조선·서울·KBS·SBS가 포함돼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물론 곱게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의 상술 못잖은 게 SKT의 장삿속이다. SKT는 독점이 초과이윤을 낸다는 원리를 충실히 행한 셈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본의 논리다. 아무리 자본의 논리라 해도 완전 독점은 허용하지 않는 게 시장의 철칙이다. 하지만 SKT는 이 철칙을 깼다. 진입과 퇴출이 맘대로 이뤄져야 하는 자유시장, 바로 길거리에 완전 독점의 그물을 쳤다.

그런데 이런 '반시장적' 행위에 다수의 언론사가 동참했다. 완전독점이 차려준 진수성찬의 밥상에 숟가락을 올렸다. 그 누구보다 공공의 이익과 자유의 원리를 중시해야 할 언론사가 독점 컨소시엄의 소주주로 등기했다.

비단 SKT컨소시엄에 참여한 언론사만이 아니다. 단독으로 주최권을 따내려 한 MBC도 발상의 측면에서는 다를 게 없다.

잘못 뗀 발걸음

발걸음을 이렇게 뗐으니 그 '이후'가 정상적일 리가 없다. SKT컨소시엄의 독점 사실을 비난하는 성명과 논평이 쏟아지는데도 이들 언론사는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이런 보도태도는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사례가 더 이상하게 다가올 수 있다.

KBS는 지난 1일 '월드컵 응원 둘로 갈리나'란 기사에서 "상당수 누리꾼들은 두 대기업의 상업전략에 붉은악마까지 합세하면서 응원의 순수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SBS는 지난 2일 '붉은악마-SKT, 거리응원 불협화음'이란 기사를 통해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리 응원이 둘로 나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영과 보도의 분리원칙에 입각해 살펴볼 수도 있는 사례라고 생각하면서도 솔직히 낯선 감을 지울 수 없던 차에, 추가로 눈에 띄는 한 대목이 있다. SBS의 경우다.

"붉은악마를 포함한 모든 단체들이 서울광장에 함께 모여서 대국민 화합의 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조중래 SKT 상무의 말에 이어 붉은악마의 "불쾌한 속내"를 전한 기자는 이런 리포트로 마무리했다.

"서울광장에 모일 온 국민의 성원을 외면할 수도 없다는 데 붉은악마의 고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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