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도 여기 살라고 못해, 뭐 먹고 살어"

[반론] 심규상 기자의 <서해 갯벌, 씨를 말리나>

등록 2006.03.18 16:07수정 2006.03.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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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심규상 기자가 쓴 <서해 갯벌, 씨를 말리나...장항도 위기> 기사와 관련, 충남 서천에 사는 시민기자 임흥재씨가 반론기사를 보내왔습니다. 장항 갯벌 관련 또다른 의견을 담은 기사도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언제부터인가 인간을 위한 가치가 명분을 위한 가치로 전도되어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상황을 종종 목도하게 된다. 오늘 오마이뉴스의 메인에 걸린 '서해 갯벌 씨 말리나'하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 역시 환경보호라는 미명하에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열악한 삶의 조건과 피폐한 지역의 현실을 무시한 그야말로 인간을 위한 환경이 아닌 운동을 위한 환경의 가치를 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갯벌의 중요성, 생태계 보호라는 지선의 가치를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갯벌이라 하여 무조건적으로 보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갯벌이 갯벌로써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심규상 기자의 지적처럼 어민들의 삶의 터전으로서 어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불행하게도 장항 앞바다의 갯벌과 바다는 이미 갯벌로서도 어장으로서도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장항의 송림 백사장에 어패류를 채취하는 사람들은 사라졌다. 간혹 채취하는 것들을 먹는 사람들은 없다. 식용으로서의 가치를 지니지 못할 만큼 역한 냄새가 배어 있다. 갯벌이 썩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어장을 죽은 바다로 만든 것은 어민들 책임이 가장 크다.

그들이 쳐놓은 부류식 그물(양식용 김발 같은)을 제대로 수거하는 사람은 아예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건져 올리기 귀찮고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쓸모없으면 잘라버리면 그만이다. 작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음식찌꺼기며 오물들을 배에 싣고 돌아오는 어민들을 기자는 보지 못했다. 그렇게 오염시키고 치어들까지 당장에 돈이 된다하여 무차별 남획한 당사자들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더욱이 그들의 대부분은 이미 애초 계획되었던 매립수면(약 2730만평)에 따라 이미 보상금(약1724억원, 1994년 완료)을 수령하고 착공의 지연으로 지금까지도 현업에 종사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어민들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생업을 무시하자는 의견은 더더욱 아니다.

올바른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장항국가산단은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후보의 공약으로 발표되어 1989년 8월10일 건교부 고시 제467호로 국가공업단지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16년이다. 그것은 38년 광주와 함께 읍으로 승격하였으나 그 뒤로 쇠락을 거듭하던 장항의 주민들에게는 하나의 꿈같은 것이었다.

산단의 꿈을 꾸며 기다리던 사이 서천군민의 인구는 15만에서 이제 6만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고 인구 3만을 자랑했던 장항은 겨우 1만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경제라는 의미조차 사라진지 오랜 전이다. 그나마 몇 개 있던 공장들도 IMF 사태를 전후 하여 문을 닫거나 폐쇄 조치되고 말았다. 생활은 고사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최악의 조건들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것이 지역의 현실이다.


인고의 기다림 속에서 겨우 착공을 눈앞에 둔 지금 '환경'이라는 미명 하에 자리보전이나 꾀하는 보호론자들이 지역의 숙원사업을 발목 잡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여론은 90% 이상 국가산단의 착공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이제 꿈은 절절한 염원이 되어 한으로 응어리져있다. 어민들 또한 대다수가 산단의 착공에 호의적이다. 그런 마당에 철새의 서식지가 없어진다는 혹세무민은 가당치 않은 궤변이다.

실제로 장항산단은 애초의 계획에서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현재에는 그 1/9 정도의 면적인 374만평으로 축소되었다. 또한 이미 완공을 한 인근 군산산단(약 482만평)의 영향으로 유부도 일대에 벌써 1000만평에 이르는 토사퇴적층이 형성되어 있다. 이 부분이 철새의 서식지이고 장항산단과는 약4km 이상 떨어진 지역이다. 오히려 군산산단과는 800m 정도를 두고 이웃해 있는 철새의 서식지가 장항산단의 착공불가이유로 내세워지는 것은 사리에 합당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토사의 퇴적은 물길마저 마저 막아 간조 시에는 선외기라 불리는 소형선박의 입출항도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장항항은 어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편성된 준설비용으로는 금강하류의 퇴적 토사를 해결 할 수 없다. 군산산단을 시작하면서 이미 막은 유부도 북측 도류제와 북측 방파제는 갯벌이 숨도 쉴 수 없도록 막아 놓았다. 갯벌은 그 때부터 이미 죽었다. 이로 인한 어족 자원의 고갈은 어민들을 면세유 장사에 나서게 하는 실정이다.

a 장항산단의 착공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나붙은 장항시가지, 을씨년스러운 현수막처럼 쇠락해가는 장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장항산단의 착공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나붙은 장항시가지, 을씨년스러운 현수막처럼 쇠락해가는 장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임흥재

무조건적인 갯벌 살리기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항 앞의 죽은 바다를 살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장항산단의 착공불가를 외치는 서천환경운동연합(그나마 반대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의 산파역할을 했던 전영환 도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산단 착공을 염원하는 여론을 무시하더라도 무엇보다 갯벌과 바다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존재하지 않아요. 굳이 갯벌을 보존하려했다면 93, 94년인가 유부도 도류제 공사부터 막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에는 금전적 보상이 바로 코앞에 있었거든요. 아무도 반대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반대한 게 저였어요. 이제는 실속 없는 고집이나 명분에서 깨어나 이정도로 최소한의 훼손을 감수하면서 현실적인 대안들을 모색해야 합니다. 차라리 대체어항의 확보나 어선이 드나들기 수월한 수로의 확보 등에 우리의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장항산단 조성계획은 무작정 착공하고 보자는 난개발의 모습이 아니다. 군산산단의 저조한 분양률까지를 고려한 복합산업단지의 면모를 갖출 계획이다. 선분양 맞춤분양의 발상의 전환까지도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게 최적의 용지를 제공하고 그에 맞추어 지역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제반 복지시설을 함께 조성할 계획에 있다. 매립용지의 10%를 습지(생태공원)로 보전하려는 계획에서부터 해변호안도로 바로 앞의 아소래섬에 장항어항의 대체어항을 조성하기 위한 협의가 이미 시작되었다.

또한 매립으로 인한 피해, 양식업 등 어민들의 생계보전을 위한 다양한 논의들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제기되고 활발한 토론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이미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후부터 어민들은 한시면허(기한이 제한된)를 가지고 생업을 영위해 왔다. 그 기한이 어차피 3월이면 만료가 되는 실정에서 이미 죽은 갯벌을 내세워 자신의 이기적 주장만을 뒤풀이 하는 것은 국가자원의 낭비이자 지역의 삶을 파괴하는 몰염치한 짓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이제라도 진정한 환경보호, 남은 갯벌과 죽은 바다를 살리려는 친환경개발에 우리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새만금과 장항을 등치시켜 놓고 환경보전이라는 공염불만을 질러대는 위선자들의 행태는 지역은커녕 최소한 인간적인 삶을 외면하는 명분을 위한 반대, 진짜 소중한 것을 깔아뭉개버리는 가짜들의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인간을 위한 환경이 아닌가. 시화호가 그랬다하여 지역의 주민 모두가 학수고대 오매불망으로 염원하는 숙원사업을 반대하고 기피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더 큰 오류에 불과하다. 지역주민들의 생활이 영위되고 나서야 환경이 있는 것이지 다 떠나고 폐허로 변한 도시와 바다에 철새들만 끼룩거려야 한다면 대체 이 고장에서 자라고 살아온 우리들은 어디에 가서 빠져 죽어야 하는 것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서천군발전협의회(회장 나우찬)과 장항발전협의회(회장 오혁성)은 너무나 분통이 터져 매일매일 까무러치기 일보직전이라 하소연한다. 지역의 실정이나 주민들의 염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책임한 언론과 그를 사주하는 일부 몰지각한 반대론자들은 끊임없이 산단매립공사의 실상을 왜곡보도하면서 마치 서천군민들을 환경파괴론자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누구보다 서천의 바다를 사랑하고 환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산단의 착공을 앞 당겨서 대체어항을 비롯한 어민들의 숙원도 풀어주고 산업인프라의 건설로 우리 지역을 활기 넘치는 친환경사업의 선례로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금강하국둑과 북측도류제로 인한 해수유입의 차단으로 어장이 사라지고 갯벌이 죽은 것은 어민들도 알고 누구나 압니다. 관 속의 죽은 자식 껴안고 아무에게나 살려내라고 떼쓰는 것이 보호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나우찬 서천발전협의회장의 말이다.

"그리고 장항산단은 새로운 사업이 아니에요. 이미 어업보상으로 약 2000억원 국고가 어민들에게 지급되었고 제3진입로 공사에 500여 억 원을 들여 완공을 한 사업입니다. 어차피 어업으로 생계가 어렵다면 산단의 조성으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고용의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절의 영화는 고사하고 먹고살기 위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고향을 등지는 지금의 현실만은 개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혁성 장항발전협의회장의 한숨은 깊어진다.

기자는 장항산단의 정확한 추진상황과 계획을 듣기 위해 서천군청 경제진흥과를 찾았다. 박종렬 과장이 내민 자료에서나 그의 설명에서 여태껏 기자가 확인한 것과는 별반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주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임으로 대승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한다. 또한 새만금처럼 하구를 막는 매립공사가 아니라 장항과 마서면의 해안선 일부를 활처럼 휘게 호안도로를 내고 매립하는 공사임으로 바닷물의 흐름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어민회의 간부인 기자의 친구를 만나 반대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반드시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석연찮은 답변만이 돌아온다. 결국 자본의 논리가 앞서는 것이다. 또 다른 대가를 바라는 솔직한 토로가 이어진다. 현실적인 대안 또한 주장하는 것도 없다. 서운함과 당위 사이에서 고민하는 어민의 모습이다. 갯벌을 비롯한 환경은 보존하고 가꾸어 후세에 물려주어야 하는 것은 소중한 가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반대를 위한 명분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 고장에 살 수 있는 여건과 삶의 터전을 물려주어야 하는 것도 그것 못지않은 귀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의 말이 지금도 기자의 뇌리를 때린다. "지들 자식, 여기서 살아보라고 해. 살 사람 하나나 있나. 당장에 내 자식부터도 여기 살라고 못해. 뭐 먹고 살어." 을씨년스럽게 걸린 현수막만큼이나 장항은 앞의 바다처럼 늙고 병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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