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갖고 '쾌적한 서천' 만들 건가

[반론] 임흥재 기자 <내 자식도 여기 살라고 못해, 뭐 먹고 살어>

등록 2006.03.20 13:41수정 2006.03.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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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재 시민기자의 기사를 보고 놀라웠다. 장항갯벌과 관련된 여러 가지 내용들이 언급됐지만, 우선 병들었으니 아주 죽여야 한다는 뜻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불혹의 나이를 살면서 불치의 전염병에 걸린 금수(禽獸)가 아니고서야 이런 잔혹한 말을 들어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내 자식도 여기서 살라고 못해, 뭐먹고 살어>라는 기사에 대한 단순 반박론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면을 통해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장항국가산업단지에 대한 확실한 답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논의하자는 데서 출발하고자 한다.

회생불가능 갯벌에 '씨조개'를 뿌린다?

a 11일 일본의 세계적인 갯벌 생태 전문가 '사토 신이치'박사는 장항산단 예정지 생물표본을 채취하며 '살아 있는 갯벌'이라고 말했다.

11일 일본의 세계적인 갯벌 생태 전문가 '사토 신이치'박사는 장항산단 예정지 생물표본을 채취하며 '살아 있는 갯벌'이라고 말했다. ⓒ 공금란

지난 2002년, 서천군은 군정목표를 '쾌적한(어메니티) 서천'으로 정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장항의 갯벌을 파괴해 '장항국가산업단지'를 세우려는 서천군을 과연 '어메니티 서천'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지만 군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환경'을 보는 서천군의 이중 잣대이다. 지난해 서천군은 군산핵폐기장 유치반대를 외쳤으며 '검은머리 물떼새'의 서식처라는 이유로 엘에스니꼬의 '자동차잔재물 소각장'사업을 반대했다. 하지만 근래 만난 나소열 서천군수의 '장항국가산업단지' 착공에 대한 입장은 지난해 군산핵폐기장 유치반대와 소각장 사업반대를 외치던 때와는 달랐다.

나소열 군수는 "장항갯벌은 회생불가이기 때문에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대안"이라며 "금강 하구둑 건설과 북측도류제 설치로 장항 어장이 황폐해 졌다"고 말하며 오염의 원인을 분명히 밝혔다. 그렇다면 금강하구둑 건설은 권한 밖의 일이었다손 치더라도 북측도류제는 '어메니티 서천'의 명예를 걸고 막았어야 옳았다. 할 일을 못한 군수가 지난 날의 과오를 오늘날의 명분으로 삼는 일이야말로 파렴치한 것은 아닐까. 더군다나 서천군은 금강하구-장항갯벌-유부도-비인만까지 철새도래지라고 입증한 바 있다.

현재 환경단체와 어민들은 장항갯벌이 죽었다는 주장엔 정확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사업예정지에서 생물 표본조사를 실시한 세계적인 갯벌 연구가 '사토 신이치' 박사는 "장항 갯벌은 아직 살아있는 갯벌이며 갯벌을 잃어버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천군의 이러한 주장과 관련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서천군이 지난해 '송림어메니티 마을' 체험 자원으로 장흥 갯벌에 1억 원어치의 씨조개(종패)를 뿌렸다는 점이다. 회생 불가능한 갯벌에 씨조개를 뿌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장항산단, 서천군의 양극화 심화시킬 것

a 매립예정지 한복판에 놓여 있는 배

매립예정지 한복판에 놓여 있는 배 ⓒ 심규상

서천군과 장항국가산업단지조기착공추진위원회는 장항산단이 완공됐을 시 인구가 17만 늘고 6만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비슷한 논리로 진행된 '군산국가공단'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사업추진 주체들은 군산국가공단이 완공되면 군산시 인구가 70만 명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현재 군산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와 관련 토지공사 관계자는 "군산쪽은 구형모델"이라고 변명했다. 이후 장항산단이 완공되는 10년 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신모델'은 어떻게 평가받을지에 대해 문의했으나 그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장항산단 완공이 서천군에 줄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의문이 들게 하는 부분이 또 있다.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되느냐는 물음이다. IT, 전자 계통의 산업은 임해공업단지에 입주할 수 없으며, 오염발생업체는 원천적으로 입주가 불가하며 또 가능한 업체라 할지라도 입주절차가 까다로워 이전하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나소열 군수는 "목재산업, 금형 계통 분야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a 매립예정지 구역도(ㄴ선). 남쪽은 군산이고 북쪽은 서천 마서면 이다.

매립예정지 구역도(ㄴ선). 남쪽은 군산이고 북쪽은 서천 마서면 이다. ⓒ 심규상

현재 노동집약적 산업은 인건비가 싼 중국, 베트남 등에 현지 공장을 세우는 추세다. 더욱이 10년 후, 우리의 산업은 최첨단 자동화 시설로 갈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더욱이 현지인에 대한 고용창출 효과는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오염되지 않은 바다의 고용효과는 실로 크다는 것이다. 몸만 성하면 갯벌에 나가 하루일당은 족히 할 수 있다는 것이 맨손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의 증언이다.

설사 갯벌이 이미 죽었다고 평가절하 한다고 해도 장항산단이 완공됐을 시 일어날 여러 가지 문제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 서천의 재래시장 이전, 대전시 관공서 이전 등 모두 신시가지가 형성되면서 다른 한쪽은 경제 공황을 겪고 있다.

군이나 장항산단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대로 17만 인구가 이전해 오고 6만의 노동시장이 형성된다 해도 그 사람들이 사는 곳은 장항국가산업단지내가 될 것이다. 산업단지 내에 살지 않는 사람들은 경제 공황을 겪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회적으로 양극화 문제가 야기되는 마당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란 식의 논리로 덮기엔 너무 큰 사업이기 때문에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산산단의 경우 착공당시 30만이었던 군산시가 공사기간 중에 어렵지만 자력으로 버텨줬다. 그러나 장항은 완공연도인 2015년까지 버텨줄 여력을 소진한 지 오래다. 10년 전 보상비로 받은 1800억원에 가까운 자본이 외지로 유출됐거나 재투자 없이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근거로 '어메니티 서천'이라는 건가?

a 매립예정지 북쪽 끝지점인 매바위 부근 갯벌

매립예정지 북쪽 끝지점인 매바위 부근 갯벌 ⓒ 심규상

장항산단 착공으로 훼손되는 것은 장항과 마서의 갯벌뿐이 아니다. 호안도로를 공사할 때도 종천면 주민들이 지키려고 노력했던 인근 문수산이 평지로 변할 것이 유력하다. 그렇게 장항산단 착공을 위해 문수산을 평지로 만들 것이면 골재채취 연장허가를 내주지 않아 업체측에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응하지 말고 허가를 내줘야 마땅하다. 또 엘에스니꼬가 신청한 '자동차잔재물 소각장' 사업도 승인해줘야 한다.

이와 관련 서천군 산림담당은 "예민한 문제라 딱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골재를 공사장 인근지역조달을 원칙으로 한다면 기존의 골재채취장을 활용하는 것이 쉽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천군은 종천·판교면 일대에 기업도시를 유치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기업도시는 오겠다는 기업에 이 땅을 내주고 모든 개발을 기업에 맡기는 방식이다. 결국 군정비전으로 '어메니티 서천'을 내세웠던 나소열 군수는 재임기간 동안 갯벌은 덮고, 문수산은 없애고, 기업에게 땅을 내주고, 춘장대에 불법 승마장이 설치되도 모르고, 천방산 봉우리가 날아가도 몰랐다는 경력을 갖게 될 것이다. 무엇을 가지고 '어메니티'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서천군이 막대한 예산을 수립하고 추진한 '어메니티 서천'은 어메니티 마을 몇 곳 선정해 추진하는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문기관·관계기관이 본 장항갯벌
"생물종 풍부-자연경관 수려, 보존가치 매우높다"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현장 검토를 주로 해온 전문기관은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KEI)이고 관계기관은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다.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초 잇단 환경영향평가 검토협의회를 통해 "본 사업지역은 저서생물의 풍부성 및 다양성이 높으며 자연경관이 수려한 지역으로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밝히고 있다.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와 관련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게 되고 우수한 자연경관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주변 해양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대량의 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해역 환경에 매우 큰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선진국에서는 해양환경이 오염된 지역의 경우에도 해양환경 복원을 위해 일부러 인공 갯벌조간대를 조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에서도 "사업지구는 금강하구역에 위치한 거의 유일한 갯벌지역으로 상부지역에는 염색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하부지역은 갯벌이 잘 발달돼 있는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두 기관 "쟁점은 갯벌 및 철새서식지 보호대책"

또 "사업지구 주변 갯벌도 양호해 갯벌체험장 등 부가가치가 높은 갯벌로 활용되고 있으며 육상 하천의 유입하는 하구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양호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는 이어 "사업시행 시 주변에 대한 퇴적이 가속화되고 장항항은 물론 군산항의 기능 저하와 연계될 수 있고 매립재 준설 시 생태계 영향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사업지구는 검은머리물떼새 등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 훼손·서식생물의 절멸, 우수한 연안경관 및 자연해안선 감소 등 해양환경에 직 간접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의 입지타당성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인 갯벌 전문가 사토 신이치 박사(한·일공동갯벌조사단원)도 최근 매립예정 부지인 마서면 죽산리 갯벌의 생태조사를 통해 "새만금 갯벌보다 생물종이 많다"며 "갯벌을 매립하려는 한국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신이치 박사는 얼마 전 새만금에서 세계 신종 조개류를 발견·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갯벌의 보전가치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을 포함 국내외 갯벌 전문가내에서도 전혀 쟁점사항이 아니다.

두 기관은 사업지구에 대한 쟁점사항에 대해 "사업지구에 이 같은 갯벌보전 가치 등은 인정되나 산업단지로 지정된 지 15년이 경과돼 군산지구와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는 등 사업추진이 필요하다"며 "사업 추진 시 갯벌과 철새서식지 등에 대한 보호대책과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위한 최종단계에서 해양환경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서천군은 사업지구는 '죽은 갯벌'이며 보존가치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천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당 갯벌에 1억여 원을 들여 씨조개(종패)를 뿌리고 매립예정지내에서 백합축제를 열기도 했다.

또 매립예정지인 '장항송림백사장'(장항 산림욕장)을 지난 1999년부터 서천 청정구역 10선 중 하나로 지정해 육성·홍보하고 있다. / 심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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