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없다, 헐리우드 시장에 맞설 자신이 없다"

영화계의 반발... "일반 관객도 아니고 대통령이 그럴 수 있나"

등록 2006.03.23 21:17수정 2006.03.2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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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이해찬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스크린쿼터를 146일 이상에서 73일 이상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영화진흥법 시행령개정안을 의결된 가운데 '스크린쿼터 사수와 한미FTA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회의 결정을 규탄했다.
지난 7일 오전 이해찬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스크린쿼터를 146일 이상에서 73일 이상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영화진흥법 시행령개정안을 의결된 가운데 '스크린쿼터 사수와 한미FTA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회의 결정을 규탄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국 영화가 참 많이 발전했는데, 정말 자신없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을 향해 이같은 질문을 내놓자 영화인들은 반발했다.


노 대통령은 23일 오후 열린 국민과의 인터넷대화에서 영화배우 이준기씨가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대한 의견을 묻자 "영화인들에게 묻고 싶다, 한국영화가 참 많이 발전했는데 정말 자신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씨가 "미국의 물량공세와 스크린쿼터 축소 압력으로 한국 영화를 만들 수 없게 될까 걱정"이라고 답하자 노 대통령은 "걱정은 이해하는데 실제로 자신이 없어서라기보다 미국에 굴복했다는 불쾌감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에) 더 많이 개입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하지 말고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키워 자신있게 가자"고 강조했다.

영화계 인사들은 이에 대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헐리우드 시장에 맞설 자신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스크린쿼터는 유통의 문제"라며 "영화를 상영할 극장을 확보해야 하는데,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상영할 공간이 없어져 문제가 된다"고 노 대통령에 반박했다.

"경쟁력을 키워라? 한국 영화 상영할 극장이 없는데?"

지난 2월 5일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며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영화배우 박중훈씨.
지난 2월 5일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며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영화배우 박중훈씨.최윤석
영화배우 박중훈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감을 가지라는 노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지만 '영화만 잘 만들어 경쟁력을 키워라'는 말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스크린쿼터는 제작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의 문제"라며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한국 영화를 상영할 극장이 없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미국이 그렇게 원하는 스크린쿼터를 내주면서 과연 우리가 얻는 것이 우리 영화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냐"며 "한미 FTA 체결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을 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박씨는 노 대통령이 "미국에 굴복했다는 불쾌감이 개입됐다"고 말한 데 대해 "스크린쿼터 문제는 냉정하게 국익을 놓고 생각해야 한다"며 "FTA 체결에 앞서 스크린쿼터를 전제조건으로 내놓은 미국에 대해 편치 않은 감정이 있기는 하지만 스크린쿼터는 냉정하게 차가운 머리로 손익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인들 상의 없이는 스크린쿼터 축소 않겠다더니..."

유지나 동국대 교수(자료사진).
유지나 동국대 교수(자료사진). 오마이뉴스 남소연
유지나 동국대 영화학과 교수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시장의 영화 산업 매커니즘, 즉 유통·배급 방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일반 관객들이 그런 말을 하면 모르겠는데, 정책 최고 결정자인 대통령이 그럴 수 있느냐"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유 교수는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영화인들과 상의 없이 스크린쿼터 축소하지 않겠다'며 독자적인 자국문화정책을 인정하더니, 방미와 APEC 개최 이후 미국의 경제학적 관점에서만 스크린쿼터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던진 "정말 자신없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없다"고 답했다. 그는 "하지만 그 뜻은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 자신이 아니라, 시장 구조 등의 측면에서 거대한 헐리우드 시장에 맞설 자신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어디에도 미국 시장 앞에 자신감을 가질 영화인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립·영화 지원? 왜 진작 하지 않았냐"

최영재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국장은 "노 대통령에 대해 이미 기대를 져버렸지만, 다시 한 번 기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 사무국장은 "미국 영화가 세계 시장을 장악한 수준을 볼 때 일대일로 맞붙는 것은 불공평한 경쟁"이라며 "미국은 일년에 600편을 만드는 반면 한국은 60편에 불과한데다 이미 미국은 영화 총수익의 반을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거대 시장"이라고 말했다.

최 사무국장은 "스크린쿼터가 없으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독립·예술영화 지원 정책에 대해 "왜 진작 하지 않았느냐"며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 다음날 예술 영화 지원 정책을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대책인 양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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