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솔향이 묻어나는 하동송림

쌀쌀한 섬진강변과 하동송림을 거닐며...

등록 2006.03.28 11:26수정 2006.03.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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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섬진강 풍경
이른 아침의 섬진강 풍경문일식
남도에 오면 따뜻한 봄바람이 맞아줄 줄 알았던 3월19일. 새벽이 섬진강 서편으로 황급히 건너간 뒤 찾아온 여명의 시간 속에 잦아드는 알싸한 차가움. 섬진강의 물줄기마저도 차가운 느낌을 실어 흘러가는 그런 아침이었습니다. 광양만을 향해 하염없이 흘러가는 섬진강은 섬진철교를 끝으로 아쉬운 작별을 하고 있습니다.

섬진강변에 남은 새의 흔적
섬진강변에 남은 새의 흔적문일식
이른 아침 섬진강변의 어지러운 발자국. 때 이른 산책을 한 녀석들의 흔적이 찰랑거리는 강물에 서서히 지워져만 갔습니다.


아침을 맞이하는 섬진강...
아침을 맞이하는 섬진강...문일식
날은 서서히 밝아오고, 저 멀리서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첫 색깔이 퍼져오기 시작했습니다. 육지의 끝을 부딪기며 찰랑거리는 강물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서서히 물러가는 빛잃은 달...
서서히 물러가는 빛잃은 달...문일식
새벽의 한순간을 음미하며 섬진강변을 비추던 달은 달아나는 새벽의 뒤를 열심히 쫓아가는 모양입니다. 은은함을 뿜어내던 빛줄기는 하루를 시작하는 첫 빛에 눌려 쓸쓸한 퇴장을 하는 듯합니다.

섬진강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
섬진강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문일식
새벽의 빛이 소멸되고 아침이 찾아 올 때쯤이면 어김없이 복잡한 세상의 하루의 시작을 알립니다.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뱃머리 위에 올라 서있는 어르신의 모습에 변함없는 일상의 풍경이 느껴집니다.

하늘을 가린 빽빽한 하동송림
하늘을 가린 빽빽한 하동송림문일식
날이 밝고, 하동송림 산책을 했습니다. 하동송림은 조선 영조 때인 1745년 당시 부사로 있던 전천상이 방풍·방사를 위해 조성한 인공 소나무숲입니다. 현재는 올해 8월까지 자연휴식년제가 적용 되서 일부지역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제한되지 않은 곳이 더 넓습니다. 하동송림은 지난해 천연기념물 44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곡선의 유연함과 우아함을 그려내는 소나무들..
곡선의 유연함과 우아함을 그려내는 소나무들..문일식
하동송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수백그루의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나무향기가 황홀하게 퍼져 있습니다.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젖혀야지만 소나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소나무는 늘씬한 모습을 한껏 뽐내며 하늘을 뚫을 듯 솟구쳐 있습니다. 직선의 뻣뻣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곡선의 유연함이 송림의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이치로(275) 소나무...
이치로(275) 소나무...문일식
WBC 4강 한일전이 있던 날, 하동송림에서 이치로 소나무를 봤습니다. 소나무 밑둥치에 새겨진 소나무의 번호들 속에 이치로를 놀림감으로 만들었던 바로 그 숫자... 275가 있었습니다. 정녕 대한민국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이건만, 순간 왠지 미워지는 소나무였습니다.

송림사이로 스며드는 아침햇살
송림사이로 스며드는 아침햇살문일식
소나무 숲 사이로 밀려드는 아침햇살이 소나무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아늑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차디찬 시멘트 벤치에도 조금씩 햇살이 저미면서 따사로워지고 있는 중입니다.


송림사이로 보이는 하늘
송림사이로 보이는 하늘문일식
하늘을 빽빽이 메우던 소나무 숲이었지만, 때론 작은 하늘을 보여줄 줄 아는 너그러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송림을 거닐며 들숨날숨을 거듭한 뒤, 뻥 뚫린 하늘을 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한순간에 툭 터지는 듯합니다. 밤새 내려온 피곤함도 답답한 마음속에 실어 보내고, 이제 맑은 정신으로 매화마을과 산수유마을에 찾아온 봄의 전령사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1. 매화마을에서 861번 지방도를 타고 섬진교를 건넌 후 우회전, 구례에서 19번 국도이용하여 갈 수 있습니다.

2. 입장료는 1000원

※ 유포터에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1. 매화마을에서 861번 지방도를 타고 섬진교를 건넌 후 우회전, 구례에서 19번 국도이용하여 갈 수 있습니다.

2. 입장료는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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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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