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핀 벚꽃 덕분에 승리 기쁨이 두 배!

광주공원 앞 국밥집에서 만난 광주 중앙중학교 선생님들

등록 2006.03.30 10:21수정 2006.03.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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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주공원 입구에 있는 벚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주공원 입구에 있는 벚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서종규
퇴근을 준비하고 있는데 광주중앙중학교에 근무하는 윤영조 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벌써 벚꽃이 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농구시합 응원하려고 광주공원 옆에 있는 구동실내체육관에 왔는데, 공원 입구에 있는 벚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가지가지에 가득한 벚꽃은 수많은 사연을 가져다 준 벚꽃의 명소들을 생각나게 하였습니다.
가지가지에 가득한 벚꽃은 수많은 사연을 가져다 준 벚꽃의 명소들을 생각나게 하였습니다.서종규
"서 기자님, 여기에 벚꽃이 피고 있어요. 빨리 와서 취재해 가세요."
"아니, 어디인데 그러세요?"
"아, 광주공원이예요. 해 떨어지기 전에 빨리 와서 취재하세요. 피어나기 시작한 벚꽃이 아주 멋있습니다."
"그런데, 윤 선생님은 무엇 때문에 그곳에 가셨는가요?"
"아, 우리학교 농구부가 광주공원 옆 구동실내체육관에서 시합이 있어서 응원하러 왔어요."
"그래서 어쨌어요?"
"아, 이겼으니까 이렇게 한 잔하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우리학교 선생님들 몽땅 국밥집으로 들어와서 잔치를 벌이고 있어요."

벚꽃은 한꺼번에 활짝 피었다가 지는 꽃입니다.
벚꽃은 한꺼번에 활짝 피었다가 지는 꽃입니다.서종규
해가 떨어지기 전에 부랴부랴 달려갔습니다. 빨리 서둘렀지만 도심의 지체되는 교통으로 해는 벌써 넘어가고, 광주공원 앞 국밥집 거리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었습니다. 광주공원 올라가는 길 입구에 심어진 한 그루의 벚나무에 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공원 입구에서 노경수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서 기자님, 오늘 우리학교 농구부 시합이 있어서 응원하러 왔는데, 이렇게 체육관 입구에 벚꽃이 피어 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꽃을 본 순간 틀림없이 이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모두들 벚꽃 때문에 이겼다고 난리예요. 지금 국밥집 가득 잔치를 벌이고 있어요.

벚꽃은 일본 국화이지만, 원래 우리나라가 원산지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꽃이죠. 우리 문화를 일본에서 받아 들여 자기 것으로 소화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교직에 있는 사람들은 3월이 가장 바빠서 다른 것을 볼 틈도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응원 와서 벚꽃이 벙글어지는 모습을 보니, 아차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이형기 시 <낙화>에서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이형기 시 <낙화>에서서종규
벚꽃이 피는 시기보다 보다 약 2주 먼저 핀 벚꽃인 것 같았습니다. 거리의 벚나무들이 툭 튀어나온 꽃망울만 뚜렷한데, 여기 광주공원 입구에 있는 이 벚나무에는 꽃이 가득 피어 있었던 것입니다.


공원 광장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광주공원 광장도 노인들이 많이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소이지요. 어떤 곳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윷놀이에 열중인 것도 보였습니다.

언젠가 학생들과 벚꽃 아래에서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낭송하였습니다.
언젠가 학생들과 벚꽃 아래에서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낭송하였습니다.서종규
약간 어두운 하늘이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가지가지에 가득한 벚꽃은 수많은 사연을 가져다 준 벚꽃의 명소들을 생각나게 하였습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들어가는 길에 가득한 벚꽃 길, 전주에서 군산까지 온통 하얗게 뿌려진 벚꽃, 해마다 곳곳에서 벚꽃 잔치를 벌이는 곳이 많습니다.


"비록 막걸리 한 잔이지만 이렇게 모든 선생님들이 다 모여서 승리의 감격을 나누는 것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 왼쪽 두 번째 박수 치시는 교장 이건일 선생님
"비록 막걸리 한 잔이지만 이렇게 모든 선생님들이 다 모여서 승리의 감격을 나누는 것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 왼쪽 두 번째 박수 치시는 교장 이건일 선생님서종규
광주공원 앞에 즐비한 국밥집들 가운데 '똑순이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식당 안엔 시끌벅적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응원을 마친 학생들을 모두 안전하게 귀가 시킨 후, 선생님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모든 교직원이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기분이 좋은 일이라고 이건일 교장 선생님이 자랑하였습니다.

"승리했다는 것보다 더 즐겁습니다. 오늘 이렇게 우리 중앙중학교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하나가 되어 응원하였다는 것이 너무나 기쁩니다. 그리고, 비록 막걸리 한 잔이지만 이렇게 모든 선생님들이 다 모여서 승리의 감격을 나누는 것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광주광역시의 명소 광주공원 앞에 있는 국밥집의 일품 '새끼보'입니다.
광주광역시의 명소 광주공원 앞에 있는 국밥집의 일품 '새끼보'입니다.서종규
지난 해 가을 '그곳에 가면 마지막 잎새가 있다'라는 기사로 우리 중앙중학교 건물을 감싸고 있는 담쟁이덩굴 기사를 쓴 <오마이뉴스> 서종규 기자라는 윤 선생님의 소개로, 졸지에 큰 손님이 되어 버렸습니다. 교부부장 황성연 선생님이 덥석 제 손을 잡습니다.

"아, <오마이뉴스> 기자님, 서종규 기자님이죠? 맞아요. 제가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어요. 그 기사를 제 바탕화면에 깔아서 보곤 했답니다. 기자님, 담쟁이를 보고 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가 있었습니까? 정말 감탄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담쟁이덩굴에 덮여 살면서도 몰랐어요. 담쟁이에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사실을 몰랐거든요. 그냥 망각하고 살았던 것이지요.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담쟁이의 아름다움을 기자님의 기사를 읽으면서, 새롭게 느꼈다니까요.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무관심을 기자님의 기사로 인하여 깨달았으니까요."

광주 중앙중학교 선생님들은 농구 이야기로 밤이 늦은 줄 모릅니다.
광주 중앙중학교 선생님들은 농구 이야기로 밤이 늦은 줄 모릅니다.서종규
식당 안은 오늘 있었던 농구 시합에 관한 이야기꽃이 꼬리를 물고 있었습니다. 소년체전 중등부 광주광역시 예선전으로 광주 봉선중과 한 판 승부를 62:48로 이겼다는 것입니다. 1300여명의 전교생들과 전체 선생님들이 모두 참여하여 한마음으로 응원을 한 덕분에 이겼다는 것입니다. 신임 교사라는 김학수 선생님의 입에서도 침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우리학교가 자랑스럽습니다. 학생들 모두가 이렇게 체육관까지 응원을 와서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요즈음 중학교에서 어디 단체로 응원을 갑니까? 그런데 우리학교 모든 학생들이 이렇게 응원을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학교요?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좋은 점은 딱 한마디로 모든 학생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하나하나 너무 잘 알고 있었다니까요. 대부분 선생님들이 자기 반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서, 스승과 제자의 사이가 너무 돈독한 것입니다."

"벚꽃이 벙글어지는 모습을 보니, 아차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벚꽃이 벙글어지는 모습을 보니, 아차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서종규
새끼보가 한 접시가 또 안주로 나왔습니다. 밖은 이제 캄캄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박균식 교감 선생님도 연신 더 많이 들라고 선생님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건배를 제의합니다.

"오늘, 3월 29일,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 우리의 단합된 모습을 보인 것, 모든 학생들이 선수들과 한 마음이 되어, 한 골, 한 골마다 외치는 함성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오늘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했지만, 우리 학생들의 함성과 선생님들의 응원이 하나의 중앙으로 뭉쳐져 이루어낸 승리이기에, 내일 또 한 번 더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월이 되면 우리나라 곳곳에 벚꽃 잔치가 벌어지겠지요.
4월이 되면 우리나라 곳곳에 벚꽃 잔치가 벌어지겠지요.서종규

덧붙이는 글 | 이 벚꽃은 3월 29일(수) 광주광역시 사동 광주공원에서 찍은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벚꽃은 3월 29일(수) 광주광역시 사동 광주공원에서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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