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을 가진 박성희씨. 박씨는 30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장애인 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전국 부모 결의대회' 도중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집회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삼보일배를 하기 위해 흰색 앞치마를 둘렀다.오마이뉴스 이민정
홀로 서울 생활을 시작한지 18일째. 박성희씨는 매일 저녁 집으로 전화를 걸어 가족들의 안부를 묻다가 첫째 민서의 목소리를 들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3살짜리 둘째는 "아빠 보고싶어요, 언제 오세요"라며 종알거리지만, 7살 민서는 한시간 통화를 해도 말이 없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어 표현이 서툴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 13일 객지 생활을 시작하면서 단식을 시작했다. 국가인권위에서 타 지역 부모들과 함께 장애인 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18일간 차와 효소로 버티고 있다.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장애인 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전국 부모 결의대회'에 참석한 박씨에게 자녀의 교육과 관련해 바라는 것을 묻자 "욕심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학교만 다니게 해주면 된다, 꼴찌가 돼도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단식까지 할 이유가 있었을까? "장애를 가진 것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죄인 취급당하고, 특히 학교에 다녀야 할 아이들이 교육 현장에서 차별을 받고, 구석으로 내몰리는 등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현실을 부모로서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제정된 지 30년이 지난 특수교육진흥법을 폐기하고, 장애인 교육지원법을 오는 4월 발의해서 올해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에는 유아 교육이나 졸업 이후 취업 등을 뒷받침할 법안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갈 길이 멀단다.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은 장애아동 교육에 대해 권고사항만 있을 뿐 의무사항은 없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편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시스템이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들이 '벌레' 취급을 받는 수모도 겪었다. "비장애 아이들이 벌레죽은 모습을 보면 섬뜩하듯이, 장애 아이들이 같은 교실에 있는 것을 보면 무엇을 느끼겠냐"고 했다. 박씨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농사를 접고 충남장애인부모회 홍성지회장을 맡아 거리로 나왔다.
박씨는 이날 집회에 참석한 부모 1000여명을 인솔했지만 아들을 걱정할 때는 아버지로 돌아간다. "주말 집으로 내려가서 민서를 관장해줘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버지 몫을 하기에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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