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치범 인권 위한 무용 펼칠 것"

뮤지컬 '요덕스토리' 북한무용 안무 김영순 감독

등록 2006.04.04 13:49수정 2006.04.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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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원 기자)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다룬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본 관람객들은 다른 작품에 비해 훨씬 깊은 논의와 연습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배우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범 수용소를 노래와 안무로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공연마다 매진 기록을 세우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요덕스토리'의 북한무용 안무는 실제 조선인민군 협주단 출신 무용전문 배우가 한 것이다. 세계적인 무희 최승희 선생으로부터 민족무용을 사사한 김영순(69) 선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먼타임스
김영순씨는 작품의 배경인 함경남도 요덕 제15관리소(정치범 수용소)에 8년이나 갇혔던 경험이 있는 유일한 스태프이다. 김정일과 10여년 동안 동거한 것으로 알려진 성혜림과 중·고등학교 동창인 그는 "김정일 가문의 내막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1970년 10월 요덕 수용소에 끌려간다.

김영순 선생은 "정치범 수용소에는 김일성의 얼굴이 실린 신문으로 장판을 발랐다거나 가족이 교회와 관련된 사람인 경우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끌려온 사람들이 가득했다"고 설명한다.

수용소의 철조망을 본 순간 그 충격으로 4년 동안 생리까지 멎었던 그는 8년 동안 함께 감금되어 있던 일곱 식구 중 네 식구를 잃는 더 큰 상처를 입었다. 일흔이 넘은 부모는 영양실조로 죽었고, 세 아들 중 한 명은 물에 빠져 죽는 사고를 당했다.

남편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수용소로 끌려가 현재 생사를 모르는 상태다. 그나마 둘 남은 아들 중 막내아들은 1988년 탈북을 시도하다 총살당했고 딸은 입양을 보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아들 하나뿐이다.

삶 자체가 고통이었던 그는 대한민국으로 가겠다는 염원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수용소에서 나온 후에도 보위부의 감시 아래 금광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던 그는 2001년 2월 1일 중국으로 건너가 2003년 11월 25일에 마침내 한국에 입국한다.


김영순 선생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던 2004년 3월 18일,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도로공사 현장에 세워놓은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란 푯말을 보고 펑펑 울고 말았다. 이토록 국민을 생각하는 국가의 국민이 됐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기뻤다고 한다.

"전 남은 생을 북한 정치범 수감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한 활동과 무용을 위해 바치고 싶습니다. 제 심장에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는 최승희 선생님의 가르침을 전수하고 싶어요."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다룬 뮤지컬 '요덕 스토리'는 공연마다 매진기록을 세우며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대거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은 공연 모습.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다룬 뮤지컬 '요덕 스토리'는 공연마다 매진기록을 세우며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대거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은 공연 모습.우먼타임스
최승희 선생에 대한 애정은 그의 또 다른 존재 이유다. 평양종합예술학교 1기 졸업생으로 최승희 선생에게 사사한 그는 직접 무용을 선보이며 "일흔의 나이에도 직접 춤을 추면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스승을 잘 만났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너무나 길었던 인생의 밤이 지나고 이제야 내게 아침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북한에도 이 빛을 비춰주고 싶어요."

자신의 활동이 밀알이 되어 북한에 작은 빛이라도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김영순 선생.

그는 현재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운영위원으로 대학 강단에서 북한에 대한 특강도 열고 일본, 대만 등 이웃 나라에 북한인권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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