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김현
짚신은 우리 서민들이 가장 애용했던 신발이다. 나막신을 신을 수 없었던 서민들은 고무신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짚신을 신고 일터도 가고, 장도 가고 했다. 가난한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도 괴나리봇짐 꽁지엔 짚신 두어 켤레가 달랑거리며 따라갔던 모습은 텔레비전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우리 서민들의 발을 책임졌던 신발이었던 짚신 중 주로 만들어 사용했던 것은 네날짚신이다. 네날짚신은 네줄의 새끼로 날을 삼고 짚으로 씨를 감으며 삼았다. 어릴 때 아버지나 동네 어르신들이 짚신을 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뒷마무리를 잘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신발이 발에 맞지 않아 헐거워지거나 뒤꿈치가 불편에 신기가 어렵단다'하며 마무리 공정에 심혈을 기울이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데 짚신은 사람만 신은 건 아니었다. 농가에선 농사철 소에게도 짚신을 신겼다. 소의 발을 보호하기도 하고, 질퍽거리는 논흙에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짚신은 짚을 이용해 만든 물건 중 가장 정교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짚신도 좀 더 세련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짚만이 아닌 다른 것들을 이용해 만들기도 했다. 주로 짚으론 만든 신발은 네줄짚신을 만들었지만, 점차 왕골이나 삼을 이용해 육날 미투리를 삼기도 했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것은 짚으로 만든 짚신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짚을 이용해 만든 것들이 많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멍석이다. 새끼를 꼬아 만든 것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 것이 멍석이다. 그런 만큼 그 쓰임도 다양해다. 곡식을 말리는 도구로도 사용되고, 타작용도 되고, 아이들 놀이터도 되고, 저녁밥상의 평상도 되고, 잠자리도 되고, 윷놀이판의 도구도 되었다.
이렇게 짚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며 함께 해왔다. 그러나 짚으로 만든 것들은 수명이 짧았다. 어떤 것은 일주일이면 다했고, 어떤 것은 서너 달, 길어야 몇 년이었다. 그래도 농민들은 계속해서 짚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발전시켰다. 그러면서 농민들과 한 숨결로 살아왔다. 그러던 짚 문화가 기계화되면서부터 소리도 없이 세월의 뒤안길로 숨어버렸다. 지금은 땔감으로도 이용되지 못하고 소의 여물 정도로만 겨우 사용되고 있다.
일부에선 우리의 짚문화와 풀문화를 살려 농촌을 살리고 문화관광 상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아직 짚과 풀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살아있을 때 실시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여러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아직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산하에 지천으로 있는 풀과 짚.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곁에서 살아 움직였던 것들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제라도 우리 서민들의 숨결이 묻어 있고 함께 했던 짚으로 만든 것들이 다시 우리 생활에 쓰이는 존재가 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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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라져 가는 우리 짚 문화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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