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각 안의 탱화김현
대원사에서 수왕사 그리고 정상까지는 조금 산세가 가파르다. 우리의 목표는 수왕사. 네 식구가 처음으로 함께 오르는 길이다. 그동안은 줄곧 대원사까지 왔다가 약수 한 잔만 마시고 내려갔다. 아이들은 벌써 힘들다고 그냥 내려가자고 한다. 수왕사 가까이 도달하기 전까진 계속 가파른 길인데 어쩌다 보이는 이름 모를 야생화와 드문드문 피어 있는 진달래만이 있을 뿐 봄 산의 화려함은 보이지 않는다.
쉬다 오르다 하는 길에 딸아이는 계속 장난치며 논다. 솔가지 하나를 꺾어 흙장난을 하며 오르는 모습이 힘들다고 하는 아이의 모습이 아니다. 대원사에서 40여 분쯤 오르니 가까이서 독경 소리가 맑게 흘러나온다. 수왕사(水王寺)에서 나오는 소리다. 반가움에 아이들에게 다 왔다며 소리치자 두 녀석이 뜀박질로 오른다.
수왕사에 오르자마자 우선 물부터 마셨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아들 녀석이 표주박에 물 한 잔 마시더니 "아빠, 물맛이 끝내줘요" 하자 물 마시려던 한 등산객이 "그 녀석 물맛을 알기는 아는구먼"하며 웃는다.